글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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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누드 포트레이트
처음에는 다 그래요 풀밭위의 식사하는 여인 같은 포즈로 마네의 눈을 보세요 한쪽 다리를 구부리고 팔꿈치를 올려놓아요 손으로는 턱을 괴고 시선은 두려워하지 말고요
장님이 되고 싶다고요? 배롱나무 꽃물이 붉게 물들었던 당신, 우주가 몸 풀고 떠난 자리, 꽃이 빠져버린 배롱나무라고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누군가 건드리면 내려앉을 것 같아요, 백일씩이나 휘어지게 꽃을 피우는 여름보다 맨몸으로 꼿꼿하게 서있는 한겨울이 더 멋져요, 당신은 마흔여섯 해를 그렇게 견뎠지요
늙지도 젊지도 않은 당신, 브래지어와 팬티를 뷰파인더에 잡히지 않게 치워줘요 이제 마네와 눈 한번 맞춰볼까요 아니면 만 레이는 어떤가요?
붉게 물들었던 몸에서 갈색수피가 떨어지네요, 키키의 등에 있는 바이올린보다 하얗게 터진 뱃살이 아름다워요 마네도, 만 레이도 우주를 낳진 못했잖아요
매서운 겨울을 맨몸으로 이겨낸 당신,
노출과다 아니에요.
"루낭의 지도"중에서 한편을 펼쳐주었구나.
마흔여섯.. 나도 이 나이를 지나왔는데..
10년전 나를 천천히 되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