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랑
- 고 최진실에게
나는 하늘 호수*를 스스로 건너야한다 숲속의 방을 찾아 황량한 초원을 걷는다 만년설 앞까지 추적자들이 따라온다 집요하게 물어뜯는다 깨끗하게 발라먹은 나의 뼈를 아무데나 툭 내동댕이친다 나는 오늘밤 설산 꼭대기에서 나머지 살점을 떨어뜨린다
장밋빛 인생을 꿈꾸었던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익명이 휘두른 펜촉에 꽃잎이 찢어지고 찢어진 잎새 한 장이 무거워 우리들의 천국으로 떠난 여자, 우리가 사랑하고 버린 그녀의 생애 마지막 스캔들을 뜨겁게 달군 입들이 퍼 나른다 신파도 로망도 모래알처럼 주르르 흘러내리고
세세연년 고도를 건너야하는 아이들, 장례행렬에도 끼지 못했던 것도 잊은 채 쏟아져 내리는 별이 푸른 먼지로 주저앉는 것을 쪼그려 앉아서 우두커니 보고 있다
*하늘호수, 남쵸 : 해발 4,718m 티벳에 있는 염호, 티벳사람들은 이 호수를 하늘호수라고 한다.
최진실을 좋아했었습니다.
연예인들을 대부분 좋아하지만 최진실은 그녀가 한창 주가가 최고조에 올랐을 때... 마침 나는 관악산에서 박사과정이었는데
학부 학생회에서 그녀를 초청하여 좌담을 한다는거예요. 호기심에 가보았더니... [왜 여러분이 나를 좋아하느냐]하면서 연예인
자기들과 상아탑 속의 학생들과는 얼마나 먼 곳에 있는지...를 암묵적으로 말하더군요.
사람은 때로 '두려움' 앞에서 넘 연약하죠.
엄청난 자산을 가지고도 세상사람들이 두려웠던 고 최진실... 안타깝고 불쌍합니다.
애시당초 세상으로 안내한 그녀 부모들도 사람들이 좀 이상하게 보는 그런 입장이다보니.... 두려움이 행복을 이겨버렸습니다.
(좋은 詩作, 감사합니다)
저는 최진실을 좋아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더군요.
그녀는 너무도 우리와 가까이 있었던 거였어요.
우리와 호흡했던 시간이 길기도 했구요.
그래서 우리와 같이 갈 줄 알았는데 먼저 훌쩍 저 세상으로 가버렸어요.
소중한 아이들마저도 버리고 갈 수밖에 없던 무성한 소문들.... 너무 무서워서 쓴 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