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파도 로망도

                                                                               - 고 최진실에게



  나는 하늘 호수*를 스스로 건너야한다 숲속의 방을 찾아 황량한 초원을 걷는다 만년설 앞까지 추적자들이 따라온다 집요하게 물어뜯는다 깨끗하게 발라먹은 나의 뼈를 아무데나 툭 내동댕이친다 나는 오늘밤 설산 꼭대기에서 나머지 살점을 떨어뜨린다 


  장밋빛 인생을 꿈꾸었던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익명이 휘두른 펜촉에 꽃잎이 찢어지고 찢어진 잎새 한 장이 무거워 우리들의 천국으로 떠난 여자, 우리가 사랑하고 버린 그녀의 생애 마지막 스캔들을 뜨겁게 달군 입들이 퍼 나른다 신파도 로망도 모래알처럼 주르르 흘러내리고


  세세연년 고도를 건너야하는 아이들, 장례행렬에도 끼지 못했던 것도 잊은 채 쏟아져 내리는 별이 푸른 먼지로 주저앉는 것을 쪼그려 앉아서 우두커니 보고 있다



 *하늘호수, 남쵸 : 해발 4,718m 티벳에 있는 염호, 티벳사람들은 이 호수를 하늘호수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