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언덕


           - 유안진

 

 

가을날 혼자서 
언덕에 서면
어제가 추억처럼 아득하여라.

 

머리채 빗질하는 바람결에 문득
한떨기 갈대로 흔들리면서
이별이 더 따뜻하고 그윽하여
왠지 고마워 눈물 차올라라.

 

가을날 혼자서
언덕에 앉으면 
구름도 이마 위에 머흘고 머흘러서
나보다 더 아파 아파하시는 
성모님도 나란히 곁에 앉아계시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