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 덫에 갇히다/신금재 


뒷마당에서 데이케어 아이들과 바깥놀이를 하고 있을 때에 옆집 데크 아래에 놓인 덫이 보였다.

쥐가 있나.

작년 여름에 울타리 너머에서 들쥐들이 가끔 우리 집 텃밭에 오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아주 작아서 동화책 속에 나오는 치즈를 갉아 먹는 생쥐 같았다.


그러나 나의 예상을 깨고 오늘 아침 옆집에 놓인 덫 안에 다람쥐가 갇혀있었다.

전나무가 많은 우리 동네에는 다람쥐들이 많이 사는데 요즈음 겨우살이 준비를 하는지 바쁜 다람쥐들이 울타리를 타고 오르내리며 전나무 열매를 열심히 나르는 모습이 보인다.

데이케어 아이들도 다람쥐를 좋아하여 울타리를 타고 오르내리는 다람쥐를 가리키며 스쿼럴, 스쿼럴 하며 외쳐댄다.

어느 날 다람쥐들이 이상한 새소리를 내자 남자아이 이안은 저게 무슨 소리지,하며 궁금증을 자아내기도하였다.

소리는 새소리가 나는데 새는 보이지않고 ...

아마 다람쥐들이 저 나무 속에서 내는 소리인가보다 하자

 이안이 하는 말이 에이콘(전나무 열매) 갖고 싸우나, 하여서 우리 모두 웃었다.


뒷마당에서 보는 모든 생물체는 아이들에게 자연 그대로의 살아있는 공부시간이다.

나비들을 쫓아가며 잡으려고 손을 뻗어보기도 하고 

마당에서 먹이를 물고 기어 다니는 개미들

아침이슬에 젖어 햇살에 반짝거리는 거미집

따다닥 거리며 날아가는 메뚜기

그중에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동물은 다람쥐이다.

솔방울을 물고 서서 입으로 앞발을 가져가 하는 동작은 마치 서커스단의 묘기를 부리는 원숭이를 닮았다.


그런데 놀이를 하던 아이들이 그만 덫에 갇힌 다람쥐를 보게 된 것이었다.

아이들은 옆집과 연결된 철사 담장에 나란히 앉아서 덫에 갇힌 다람쥐를 보면서 제각각 한마디씩 하였다.

어떻게 해야지, 어떻게 해, 하면서 안쓰러운 표정을 짓는 앤지는 남자아이들이 개미를 발로 밟아서 죽인다고 안타까워하는 아이다.


불자동차를 타고 앉아있던 헌트는 다람쥐를 구해줄 레스큐어(rescuer)가 나타나야한다고한다.


마침 옆집 사는 간호사 샐리가 일찍 퇴근하였는지 데크에서 선팅을 하다가 아이들의 소란스런 소리에 

다가와서 애나, 무슨 일이야 하며 고개를 내밀었다.

어, 옆집에 다람쥐가 덫에 갇혔어.


뭐라고, 어떻게 그런 일이.


덫은 어제 아침부터 보였어.

 나는 그저 생쥐를 잡으려나 보다 생각했지. 그런데 아마도 다람쥐가 실수로 들어가 잡힌 것 같은데.


표정이 일그러지던 샐리가 투 배드, 투 배드(too bad)를 연발하며 옆집을 넘겨다보았다.

죽지 말아야 할 텐데, 하는 나의 말에 이미 다람쥐는 다쳤을 거야. 그렇다고 애나, 네가 남의 집에 넘어가서 꺼내줄 수도 없고 주인이 오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점심을 먹는다고 샐리는 돌아가고 데이케어 아이들은 낮잠 속으로 빠져들고 가을 햇살은 점점 뜨거워지는데 덫에 갇힌 다람쥐를 바라보니 축 늘어져 있다.

마음이 아프다.

 다람쥐는 죽었나 보다.

 미동도 없다.


무심히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며 덫 속에 갇혀 죽어가는 다람쥐를 생각하였다.

그리고 얼마 전에 읽은 목민심서 속에 나오는 사도세자의 죽음을 떠올렸다.


낮잠에서 깨어난 아이들에게 오후 스낵을 주려고 뒷마당 피크닉 테이블로 향하였다.

그런데 아이들 소리에 놀랐는 지 다람쥐가 움직였다.

아마도 다람쥐도 기운이 빠져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나도 모르게 휴---우 한숨이 나왔다.

살아있었네, 죽지않고 살아있었네.


데이케어 아이들이 모두 돌아간 저녁 시간 옆집을 바라보니 주인이 돌아왔나 보다.

딩--동--

저기요. 

뒷마당에요.

다람쥐가 덫에 갇혔어요.


표정이 늘 굳어있고 독일에서 왔다는 그들 부부를 우리는 독일병정부부라고 부른다.

아, 예... 그 다람쥐는 우리 데크에서 살아요. 

떠나지를 않지요. 

그래서 우리가 덫을 놓았어요. 

잡아서 먼 시골에 가져가려구요.


오, 마이 갇(oh, my God!)


하루종일 옆집 샐리와 우리 대로의 각본을 써가며 얼마나 마음 졸였는데...

아무렇지도않게 말하는 독일병정 부부의 각본을 알고난 이 허탈감이라니...


저녁에 저 다람쥐를 옮길거예요.


정말로 아침에 나가보니 덫과 함께 다람쥐는 사라졌다.


그 검은 다람쥐가 덫에 갇혔을 때 물끄러미 바라보던 또 다른 다람쥐의 눈길이 떠올랐고 

그 다람쥐가 덫에 갇혔을 때 전나무 안에서 이상한 새소리를 내며 슬피 울던

 자그마한 다람쥐는 누구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