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랑
꿈꾸는 당신
마종기
내가 채워주지 못한 것을
당신은 어디서 구해 빈 터를 채우는가.
내가 덮어주지 못한 곳을
당신은 어떻게 탄탄히 메워
떨리는 오한을 이겨내는가.
헤매며 한정없이 찾고 있는 것이
얼마나 멀고 험난한 곳에 있기에
당신은 돌아눕고 돌아눕고 하는가
어느 날쯤 불안한 당신 속에 들어가
늪 속 깊이 숨은 것을 찾아주고 싶다.
밤새 조용히 신음하는 어깨여,
시고 매운 세월이 얼마나 길었으면
약 바르지 못한 온몸의 피멍을
이불만 덮은 채로 참아내는가.
쉽게 따뜻해지지 않는 새벽 침상,
아무리 인연의 끈이 질기다 해도
어차피 서로를 다 채워줄 수는 없는 것
아는지, 빈 가슴 감춘 채 멀리 떠나며
수십 년의 밤을 불러 꿈꾸는 당신.
'꿈꾸는 당신' 시는
같이 올려진 위의 그림으로 부터 연관되는 느낌이 컸다.
그리하여 전편에 첫번째로 시와 그림을 올렸었다.
이제 나름대로의 감상을 적고자 옮겨와 적어본다.
마종기 시인의 시속에는 당신이 여러번 나온다.
언뜻보면 단순한 2인층으로 보이지만,
시인의 시작 에세이를 읽으면
그분이 나타내고자 한 당신은 여러 의미이다.
여기에서 나는 내가 그려보는 당신이라는 대상으로부터
바로 그당신의 당신은 누구인가 연상해보았다.
당신이 당신의 당신을 그리면,
상대성으로 그당신이 당신을 그의 당신으로 꼭 여기는 것은 아니리라..
그리하여 당신의 당신이 자유롭듯이 당신도( 즉,나도) 자유로운 것이다.
아니면,
당신의 당신이 그대만을 그리워하듯이 당신도 그 당신을 받아드리고 그리워해야만 하는 필연이 될 수도..
또한 '꿈꾸는 당신' 을 읽으면서
같이 실린 그림이 나를 붙잡았다.
시를 읽자마자 감명을 불러 일으킨,일러리스트 클로이의 작품들을 찾게 되었다.
그 중에 위의 그림에서 뒤돌아 앉아있는 여인이 말하는 그 무엇이 한껏 표현된 작품중에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어찌 시에서 표현하려는 것을 이리 그림으로 나타낼 수 있단 말인가.
뒷태만 보면서 그녀를 바라보는 시인의 심경이 저르르 전해왔다면 과장일까?
그녀가 다소곳이 숙인 그 녀의 뒷 목에서 나오는 단아함과 처연함이 풍기는
섬세한 아름다움... 그녀의 머리카락 하나 하나가 어찌도 이리 표현되었을까?
그녀 앞의 벽에는 초록의 식물로 덮혀져 있는것이
실내일까? 바깥일까?
왼쪽에 창문처럼 보이는 환한 사각형은 ?... 독자로 하여금 여러양상으로 느끼게 한다.
그녀의 뒤에는 가늘디 가는 식물이 있다.
언뜻 보면 옷의 문양처럼 보인다.
아니면 꽃문양이 실제의 꽃처럼 보이는 것일까?
그림과 더불어 연상작용이 꿈꾸듯이 나를 시속으로 끌여들였다.
꿈꾸는 당신...이려나
꿈꾸며 당신을 바라보는 당신의 당신...이려나
2013년 8월 21일 저녁에
ㅎㅎ위트 넘치시는 슈노선배님!
참으로 오랫만에 글로 직접 만나네요,
선배님처럼 재미있게 못 쓰면서도 그냥 글사랑하는 맘으로 적고 있어요.
자꾸쓰다 보면 나름대로 발전되겠지요? ㅎㅎ
'글사랑' 이라는 단어가 정말 글을 사랑하게 하는 것 같아요.
누가 명명을 했는지 잘 모르지만 그분 아니면 그분들께 찬사를 보냅니다. ^^
선배님!
내내 건강하시고 즐거우신 나날을 맞이 하세요
꿈꾸는 당신
마종기 시인 시작 에세이
내가 긴 세월 동안 엉뚱한 나라에서 꿈 속을 헤메듯 살아왔듯이,
당신도 오랫동안 길고 아름다운 약속만 간직하고 내게서 얻지 못한 따뜻한 보살핌을 늘 찾고 있던 모양이지.
나는 그런 것도 모르고 미련하게도 앞으로 행진만 하는 생을 살아온 모양이지.
정말 그럴까. 그러나 어쩌겠나.
당신이 살아온 길이 어려웠듯이 내가 살아온 길도 결코 쉽고 평탄하지만은 않았지.
아마도 이제야 우리가 함께 느끼고 있는 것은,
아무리 우리의 인연이 질기다 해도 한게가 있기 마련이란 것이지.
그 한계는 우리가 살아 있는 한 어쩔 수 없이 우리 사이에,그리고 모든 인간 사이에 존재하는 것이지.
바로 그 진리의 폭풍이 우리를 여기까지 몰고 온 것일까.
내가 당신을 원망한 것도 당신이 나를 원망한 것도,
앞을 볼 줄 모르는 우리가 무모한 욕심을 품었기 때문이고 세상에 대한 우리의 집착이 너무 심했던 때문은 아니었을까.
세상에는 65억이 넘는 인간이 산다고 하지.
그 65억이란 숫자가 얼마나 큰지는 실감할 수 없지만
그 사이에 당신과 내가 이렇게도 오래 만나온 것은 기적같은 것이라고 설명할 수밖애 없겠네.
당신이 외로웠던 날은 대개 어떤 날이었을까.
활짝 갠 날, 비 오는 날, 어두운 저녁녘,아니면 한밤중?
비오시는 날, 눈 오시는 날, 꽃 피는 봄, 더운 여름날, 단풍고운 가을, 아니면 추운 겨울밤이었을까.
그런 것들과는 관계가 없다면,
혹 주위의 인간이나 나와 관계된 실망감, 모욕감,허탈감,배신감 같은 것을 느껴졌을 때?
세월은 가는 것도 오는 것도 아니고 단지 우리가 시간이라는 틀 속에 감금되어 세월 속을 가고 오고 할 뿐이라고 하는군.
그런데 우리는 그 안에서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기도 하고 가치 있는 일을 할 수있다고도 믿으면서
계속 바보스러운 말을 함부로 해온 것은 아닐지.
폭풍처럼 열정적인 사랑도 인간이라면 1년 반을 지속할 수가 없다고 하고,
강열한 사랑 뒤에 오는 책일감조차 3년을 갈 수가 없다고 하네.
그다음은 모두가 인내심일 뿐이라는군.
강렬한 사랑에서 오는 기쁨은 대뇌의 특정 부분에서 분비되는
도파민,옥시토신과 엔도르핀 같은 호르몬의 분비가 증가되어 혈류 내에 그 호르몬이 늘어난 결과이고,
그래서 건강에도 도움이 되고 피부나 몸의 장기에까지 좋다고 하네.
그런데 그 신비로운 감정이, 그 호르몬의 흐름이, 2년도 가지 않아 완전히 말러버린다니....
이런 연구 결과가 최근 수년간 발표된 여러 연구소의 일치된 소견이라니.
우리의 사랑은 그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그런 허약하고 덧없는 사랑을 위해 우리는 하나뿐인 목숨을 걸기도 하고
문학은 수천 년 같은 이야기를 계속 되풀이하고도 있지.
미안해. 그 말밖에는 이제 할 말이 없네.
우리에게 남은 세월은 이제 정말 얼마 남지가 않았기 때문이도 하지만,
여기저기서 내가 남긴 약속은 점점 색이 바래가고 거짓말이나 헛소리처럼 불쌍하게도 계속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네.
모쪼록 당신에게 남은 세월이 당신을 기쁘게 하기를.
당신에게 아직도 남아 있는 현명함과 너그러움이 당신의 남은 시간에 풍족한 빛이 되어
당신을 더욱 아름답게 빛내주고 지헤로운 용기로 감싸주기를.
비록 초라하기는 하지만 우리의 과거가 비바람속에 다 흩날려가기 전에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를 당신에게 남겨놓고 싶어.
사람들은 가까운 사람에게서 상처를 받고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더욱 다독여주고 보듬어 품어주기에도 모자란 인생이란 걸
예전에는 몰랐고 나이가 많아진 지금도 여전한 아집속에 갇혀있어요.
마종기시인은
떠나온, 아니면 버려지듯 떠나야만 했던 조국에 대한 그리움을 많이 시로 표현했던데 --
이시도 그런 맥락에서 읽힐 수도 있겠다 하고 생각을 하며 읽어 보았습니다.
너무 비약인가요?
비약이라니요 ...
시인 스스로도 이 시작 에세이 '당신을 부르며 살았다"를
조국에 바친다고 제일 앞 책장에 적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분의 작품을 읽으면
서정성이 넘치는 그리움에 몰입되면서
단순지고한 연서를 읊는 것 같애요.
이런 점이 선조 칭송받는 민족시인이
의도적으로 조국을 상징하는 언어로 시를 만든 것과 달리
시인의 감정을 자제하며 서정적으로 표현함으로써
무한한 문학의 세계로 끌어가는 시라고 생각되고 여운이 길게 남어요..
지금 저는 어제부터 오스트리아 남부 알프스 높은 산꼭대기에서 휴가차 지내요
밤 11시가 되어가는데,
너무 고요한 정적속에 위의 시를 읊으며
귀절 귀절 내 심장에 박히는 시어들이
이 깜깜한 밤의 반짝이는 별빛같아요
......
헤매며 한정없이 찾고 있는 것이
얼마나 멀고 험난한 곳에 있기에
당신은 돌아눕고 돌아눕고 하는가
어느 날쯤 불안한 당신 속에 들어가
늪 속 깊이 숨은 것을 찾아주고 싶다.
글사랑을 종종 찾으시는 동문님께 올립니다.
글사랑은 제가 작년가을 우연히 이곳에 있는 것을 알아내고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여행중 떠오르는 상념을 스마트폰에 적다가 바로 홈페이지에 올리면서
생생한 감상을 옮겼었지요.
사진을 올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글을 쓰다 보니 더욱더 섬세한 글들을 쓰게되더라고요.
여행후 귀가해서 사진을 첨부해서 올릴 수도 있고요 ㅎㅎ
동문여러분들이 참여하시며 처음 이곳 글사랑이 2004년 개설 되었을 때처럼 활발해지기를 바래봅니다.
시간나시면 9년전부터의 옛글들을 읽어보세요.
요즘 홈페이지 10년 행사도 했었지만
참석하지 못하신분들이 읽으시면 홈피개설후의 생생한 느낌이 즐겁게 해줄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