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글

 

나비의 꿈


생의 절반을 넘어 선택한 이민 살이, 십 년 하고도 두어 해,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이 흘러갈 동안

하소연과 고달픔을 친구처럼 곁에서 달래주었던 시와 수필.

수필을 쓰다 보면 시가 되기도 하고

시를 쓰다 할 말이 많아져 수필이 되기도 하였다.

부족하고 모자람 많은 나의 글 밭은 아직도 돌밭이다.

창 밖으로 한 마리 나비가 저 멀리 하늘로 날아오른다.

작은 알 속 세상에서는 늘 바깥세상이 궁금하였다.

무언가를 읽으면서 나도 한번 써보고 싶다고 꼬물거리던 호기심,

갈색 애벌레처럼 세월의 색으로 바래져 갔다.

새싹을 닮은 연둣빛 몸체를 지니기까지 무수한 시행착오로 깨어지고 넘어졌지만,

그러한 상처와 힘겨움은 오히려 나를 성숙시켰으며 나비가 되어 날아오르는 희망의 끈을 내려놓지

못하게 하였다.

마구잡이로 토해낸 습작의 수필과 시는 다시 태어나기 위한 혹독한 연습과 퇴고의

과정에서 어느새 나을 포근히 안아주었다.

단단한 번데기 속의 침잠하고 어두웠던 주름진 시간 속에서도 젖은 날개를 말리며

꿈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언젠가 어느 봄날에 공중으로 날아오르기를 꿈꾸었다.

그동안 더러는 발표하고 퇴고하여 보관하던 수필 62 편과 시 13 편으로 묶었다.

[로키에 봄이 오면]을 5코너로 묶었다

첫 코너 로키 산에 봄이 오면...

 캐나다에서 살아가면서 기쁘고 즐거운 일, 힘들고 고달프던 삶의 이야기을 풀어놓았다.
둘째 코너에는 그리운 고향 생각에 촉촉이 마음 적시는 이야기 오월에 담아 보았다.
세 번째 코너는소중한 그 무엇이란 제목으로 시와 수필의 경계에서 시로 말하기엔 의미전달이 부족하여

속내를 드러낸 시작 노트와 함께 담았다.

네 번째 코너는 팜 스프링스에서의 제목으로
낯선 곳으로의 여행과 자연을 통한 이미지가 우리에게 주는 꿈과 이상을 담았다.
마지막 코너에는 DAY CARE에서 아이들을 돌보면서 아이들과 함께 뒹굴고 웃으며

지낸 시간 동안 일어났던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빨간 모자에 담았다.

글 친구와 문학을 이야기 하며 교감을 나누었던 시간, 동인지를 만들고 문학의 밤 행사에서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서 시낭송을 하던 봄밤의 추억들,

디스커버리 동네 한가운데를 흐르는 앨보 강,

뒷마당 전나무를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의 속삭임, 로키 산이 들려주는 맑고 청정한 태곳적 이야기들

두 손 펼쳐 공손히 받아 읽는다.

마음속, 나의 글 밭 나비 한 마리 언젠가 부화하여 날갯짓할 날이 올 것이라 믿으며

행과 행, 문장과 문장 사이를 따라 읽는다.

 

                                                                                                                            2013년 새봄에

                                                                                                                로키가 보이는 창가에서

                                                                                                                                美思 신금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