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인의 정취를 느끼며


                                                                  이 향 숙 (8회)

  

기다리던 방학 시작과 함께 직원 여행길에 올랐다.

시골 조그마한 학교로 3월에 온 후 정말 숨가쁘게 한 학기를 보낸 것 같다. 한 달에 한 번 등산을 하며 심신을 건강히 한다고 3월에 가섭산에 한 번 갔다 오고는 그 다음엔 한 번도 못 갔으니 얼마나 바빴으면 그랬을까?

  우리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한 마음이 되어 방학식을 마치고 관광 뻐스에 올랐다. 우리의 목적지는 완도와 보길도를 돌아보는 것이다. 옛 시인이 은둔해 시작에 몰두한 곳이 얼마나 운치있는 곳일까 기대하며...

  쌍봉을 지나 뻐스를 타고 차창 밖을 내다보는 기분은 학교에 근무하러 오는 것과는 또 다른 홀가분한 여유가 있었다. 들판은 녹빛으로 한껏 치장하여 마음 속까지 시원하게 해 주는 듯 했다. 음성 인터체인지를 지나고, 청원 인터체인지를 지나고 죽암 휴게소에서 처음으로 바깥 공기를 마셨다.

  논산을 지나고 익산을 거치며 호남의 너른 들판을 쳐다보고 쭉 뻗은 호남 고속도로를 마음껏 달렸다. 완도는 남해 끝에 있는 섬이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 ‘영암 아리랑’이 유명한 영암을 지나고 강진을 거쳐 완도에 도착한 것은 저녁 7시 반경이 다 되어서였다.

  우선 짐을 풀고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회타운으로 가서 싱싱한 회를 맛있게 먹었다. 시골에 있는 호텔치고는 시설이 깨끗해서 기분이 좋았다. 저녁 식사 후 바닷 바람을 쐬고 걸으며, 집에 있는 식구들에게 줄 건어물을 샀다. 짭짜레한 갯내음이 좋았다.

  이튿날은 여섯시 반에 배를 타고 보길도를 간다고 하여 다섯시 반에 일어나 준비하고 있으니 안개가 많이 껴서 여섯시 반 배가 뜨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는 먼저 아침 식사를 콩나물 해장국으로 했다. 새우젓으로 간을 맞추는데 모두들 맛있다고 했다

  아침 식사를 마친 후에 느긋하게 부두에 나가니 안개가 서서히 걷히고 멀리 작은 섬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아홉시경 배가 뜬다고 하여 한참을 기다리다가 보길도 가는 배에 올랐다.

배가 넓고 커서 많은 사람이 탈 수 있었다. 우리는 3층 맨 꼭대기에 올라가서 툭 터진 바다의 정경을 마음껏 마음 속에 담았다.

  한참을 가는데 갑자기 비바람이 불어서 걱정을 했지만 지나가는 소나기라 금방 그쳤다.

한 시간 가량 배를 타고 가서 보길도의 청별항에 내렸다. 그 곳에서 택시를 대절해서 보길도 관광을 시작했다. 조금 타고 가서 고산 윤선도가 시를 썼다는 세연정을 둘러보며 잘 꾸며진 정원, 연꽃이 아름다운 연못, 윤선도의 시비를 두루 둘러보았다. 그 곳 기사는 가이드까지 겸하고 있었다. 얼마나 유우머스러운지?

  해안을 끼고 돌아보는 보길도는 정말 아담하고 아름다웠다. 정말 보물 같아서 보길도라고 했을까? 해안의 자갈들은 동글동글하고 반들반들 너무 예뻤다.

보길도를 한 바퀴 돌아보고는 처음 내렸던 청별항으로 가서 땅끝 마을을 가기 위해 배를 탔다. 한 시간 가량 가서 배에서 내리니 해남군의 땅끝 마을 전망대가 있었다. 그 곳에 오르기 위해 셔틀 버스를 10분쯤 타고 가다가 내려서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어찌나 가파른지 힘이 들었다. 전망대에 올라가 망원경으로 남해의 바다를 바라보았다. 정말 남해 바다의 정경은 아름다웠다. 아담하고 평화로워 보이고, 간간히 떠 있는 작은 섬들이 너른 바다와 잘 어울려 보였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시원한 해물탕을 맛있게 먹고 청주로 오기 위해 서둘렀다.

  1박 2일이지만 여러날 같이 보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버스에 오른 우리는 간간히 들려오는 음악 소리를 들으며 피곤이 몰려와 눈을 감고 청주로 향하였다.

  청주에 닿은 시각은 밤 아홉시경, 그래도 생각보다 빨리 온 것 같있다. 그 동안 정이 푹 들은 우리들은 헤어지기 섭섭해 하며 집으로 향했다. 이번 여행은 정말 재미있고 보람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