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댁 방문  
 
(2018년 신년에 ) 
 
새해 첫 주말에 
새해인사와 아버님의 생신기념으로 
아버님댁을 방문하여 삼일간 지냈다. 
 
Linz 쪽을 향한 서부 고속도로 (A1) 를 타고 가다  본
석양의 불타는 아름다움에 황홀하다. 
 
우리가 아버님댁에 도착하여 숨을 돌리자 ,
" 얘들야! 내가 이 세상에 있을 때에 너네들이 내 물건들을 가져 가거라" 하시며 책들을 비롯한 살림집기들을 보여주신다.
얼마 전 부터 건강에 차질이 오면서 친구분들이 세상을 떠나시니  정리를 시작하시는 것이다. 
 
우리는 덜컥한 마음을 감추며 
책 한권씩을  잡아들고 탁자에 놓는다.
"저기 피카소. 실레도 있는데 .. 모두 가져가거라"
" 아버님! 저 책들은 제가 처음으로 아버님댁에 왔었을 때 저의 눈에 가장 띄었던 것이에요. 그래서 아버님과 분리가 안 되어요 . 아버님께서 이렇게 살아계시는데, 그냥 놔두시지요 ..."
그리고는  첫날은 지나고 ... 
 
다음날은 
삼십년 전에 돌아가신 어머님의 생전에 장만하셨던 크리스탈 잔들, 
은수저세트를 보여주시며 꼭 가져가라신다
"내, 이것 깨끗이 건사하기가 힘드니 네가 가져가면 내 맘이 편하겠다" 
 
점심 외식을 하고 우리는 햇빛 가득한 둑길을 걸었다.
몇 년 전만해도 아버님과 같이 걸었었는데.. 생각이 드니 슬퍼진다.
아버님의 뜻대로 따르기로 의견을 모은다.
우선은 아버님 마음을 편하게 하고 싶은 것이다. 
 
삼일째 날.
아버님이 준비해 놓은 카톤 박스와 신문지 종이로 물건들을 싸 놓고 어머님 묘소를 찾는다.
생전에 직접 뵙지는 못했으나 아버님댁 곳곳에 놓인 사진에 익숙하여 이제는 친근히 다가온다 . 
 
아버님과 헤어지며
" 고마워요 아버님!"라고 인사드리니,  
 
" 내가 더 고맙구나 마음이 편하니.."
아버님께서 오래 오래 우리 곁에 계시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