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랑
전편 한 여자 (30)
-97.- 해가 떠오르자 세상이 갑자기 환하여 눈을 직접 해로 향하지 못하고 옆을 보는데, 은지도 마찬가지로 눈부신듯 여자의 옆으로 다가온다. 순간의 가름이 이리도 찰나라니... 여자는 온몸을 두르듯 싸고 있던 자신의 팔을 풀어 은지를 안고
하늘 높이 올려본다. 자신이 딛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지구의 한 중심이라고 생각하니 오래전에 박영빈과 나누었던 말이 떠오른다. 영빈과 만났던 그 여름 하룻 저녁은
덕수궁에 들어가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돌다가 영빈이 갑자기 땅에 구부르고 앉아서 좀 커다랗게 둥그런 원을 그렸었다. "아인씨, 이리 앉아봐요.이 원이 바로 우주에요. 그렇다면 아인씨는 이 원의 어디쯤 있을까요?" 여자는 이이가 무엇을 말하려고 이리 시작하는 것일까를 생각하며 아무 대답을 못 하고 그를 찬찬히 바라만 보았었다. 그때
그가 여자를 가만히 뒤로 안으며, "당신이 바로 이 원 안의 우주중심에 있어요. 이렇게 내가 싸고 있는 원 안에 있는 것처럼 그 원이
넓어질 때도 있고 좁아질 때도 있지요. 또한 또 다른 원과 공통구역을 갖으며 좀 다른 구역을 각각의 원으로 가질 수도 있고요." 여자는 영빈이 말하는 의미를 알아들을 듯 말 듯했으며 그가 당시에 공부하는 철학의 한 이론을 가르쳐
주는 가 싶었다. 결론적으로 인간 스스로가
이루어 나가는 것이 그 스스로의 우주라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구나 이해했었던가? 오래전 얘기가 선명히 떠오르는 것은 이런 찰나적인 감명으로부터 오로지 비롯되어지는 것인가... 아니면 한국을 떠나오기 하루 전에 영빈의 동생 성빈을 만난 후부터 계속 나도 모르게 그를 향해가고 있는 것인가 ..그러다가도 주저함과 두려움 속에 일부러 느릿느릿 거리는 것은 아닐까. 왜 무엇 때문에... „ 제이드! 뭘 그리 보아요?“ 클라우스가 여자에게 다가와 조용히 묻는다. 여자는 정신을 차리듯, „ 아... 그저 해 떠오름의 찰나가 저를 멍멍하게 하네요.“ 라고 답한다. „ 그렇지요? 나는 그래서 이 순간을 좋아해요. 내가 사는 인생도 바로 이렇게 찰나에 태어났고 언젠가는 찰나에 떠나리라는
상념이 나를 잡아주거든요. 아직은 일몰보다 일출에 더 비중을 두지만요 허허허!“ 여자는 클라우스가 일부러 자기를 위해 천천히 얘기해주는 것에 고마움을 가지며 그의 말을 가슴에 꼭 담는다.
.. 내가 사는 인생도 바로 이렇게 찰나에 태어났고 언젠가는 찰나에 떠나리라...
나는 잘 지내고 있어요.
비엔나와 근교를 오가며 두 집 살림을 하다보니 좀 바쁘지만
점차로 적응이 되고 있어요.
'한 여자'를 짬짬이 이으고 있어요.
일상에서 좀 격리된 시간이 필요해서 한꺼번에 쓰지 못하지만
시작했으면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마침도 해야겠지... 싶어서요.
신영후배,
즐거운 세모를 지내기를 바래요.
-98.-
" 파파! 왜 심각하게 얘기를 해요? 제이드는 아직 그런 생각을 안해도 되는데.. 그렇지? 제이드!" 오르넬라가 앞서 생각을 하며 묻는다.
" 아니, 나도 지금 해 뜨는 찰나에 무언가 언뜻 다가왔어요 ..."
아인이 오르넬라에게 대답하는 것을 듣더니 클라우스가 기분좋게 웃으며 거든다.
" 허허허! 그 봐 ! 제이드는 오르넬라하고 다른 데가 있어 보이더라고."
" 좌우지간 ... 알았어요.. 아이, 나만 외톨이네.. 그런데 시장해요 . 빨리 산장으로 가자고요."
귀엽게 아버지에게 어리광 부리듯 말하더니 앞장서서 빨리 간다.
저절로 아인과 은지, 클라우스가 보조를 마추며 걷다가
아래쪽으로 부터 자동차가 올라오는 것을 보고 멈추는데,
" 엄마! 파울 아저씨야!"은지가 탄성을 지른다.
아니, 이렇게 이른 시각에?
" 저 사람이 벌써 오는 것을 보니 비엔나에서 몇시에 떠났을꼬? 허, 참!"
클라우스도 말하며 차를 기다린다.
파울이 일행을 보고 차를 멈추며 내린다.
" 모두 안녕하세요? 아침 산책 다녀오나요? 같이 타고 산장까지 가시렵니까? "
" 얼마 안 되는 거리니 나는 그냥 걸어 가겠네. 제이드 모녀는 타고 가던지.."
" 아니에요 . 저희도 걸어 갈게요. 파울! 잘 지냈어요. 반가워요. 그런데 어서 가서 산장주인에게 아침 식사 부탁 하세요. 이렇게 일찍 올지는 모를테니까요."
" 전화는 벌써 해놓았어요. 그럼 먼저 가서 방을 받아 놓겠어요. 자, 좀 있다 식사 시간에 봐요."
말을 마치자 다시 타고 떠난다.
파울이 떠나자 클라우스가 조용히 말을 시작한다.
" 제이드, 얼마나 여기 머무를 예정이에요?"
" 한 삼일 정도요."
" 다음에 어디로?"
" 정하진 않았지만 ... 인스부르그.. 그리고 스위스 .. 그다음은.."
" 흠... 대단한데요. 애 데리고 힘들지 않겠어요?"
" 호호호! 힘들면 어디서든지 쉬려고요. 다음달 비엔나 음악 연수가 시작하는 7월 초까지 비엔나로 돌아오면 되거던요."
" 멋지네.. 나도 그렇게 다니고 싶네그려 허허허!"
" 어머! 정말이요? 지금 이렇게 쉬시면서도 ㅎㅎ!"
"그냥 , 요 며칠동안이잖아요.. 그리고 수시로 연락이 오니 언제라도 떠나야 되거던요 "
" 그러시겠네요. 저도 한국 돌아 가면 그렇게 짜인 시간에 지나야 될 거에요. 그래서 지금 자유를 만끽하려고요."
" 아니, 언제 돌아가려고요? 나는 제이드가 여기서 오래 머물 것으로 알았는데.."
" 파울 독창회 마치고 좀 더 한 달 정도 여행한 다음 귀국하려고요."
" 아... 그랬군요.. 그럼 파울이 실망이 클텐데..."
클라우스가 예상외라는 듯 혼자소리를 한다.
" 파울도 내가 귀국하는 것 알고 있어요."
" 그래도... "
산장에 도착하니 문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던 파울이 은지에게 다가와 번쩍 안아 올린다.
" 아! 좋아라!"
은지의 명랑한 웃음 소리가 찬란한 아침에 청아하게 퍼진다.
- 99.-
클라우스가 파울과 은지의 모습에,
" 아니? 은지공주가 파울을 보니 너무 좋아하네?" 라며 좀 놀라워 한다.
" 허허허! 은지는 언제나 밝아서 좋아요. 오늘은 내가 혼자 차지하려고요.. 그래도 되겠지요? 제이드!"
어머나! 혼자 차지? 파울의 심경으로부터 혼돈이 온다.
" 구텐 모르겐 ! 여러분! 아침이 준비 되었습니다 . 자 어서 자리에 앉아 주십시오."
산장주인이 손뼉까지 치며 안내를 하는
호텔 뒷쪽 정원으로 가니 정갈한 식탁이 마련되어 있다.
참! 영화 속 모습 그대로이네..
여자는 잠시 감동하여 서있다.
오르넬라, 클리우스, 아인 , 은지, 파울,순서로 자리로 주인이 안내한다.
원탁이라 서로 마주보게 되어진 식탁이다.
보통 호텔의 부페식이 아니라 종업원이 다가와 하나하나 개별적으로 주문하고 대접받는 식사이다.
여자는 식사내내 조용히 말을 아낀다.
가끔 파울의 시선을 받지만 은지를 챙기며 눈길을 돌린다.
두사람의 어색한 모습을 살피듯하던 클라우스가 말문을 연다.
" 그래. 파울이 나를 보려고 한 것이 웬일인고? 식사후에 내방으로 와서 얘기하지 ?'
" 그렇게 하지요? " 마지못해 답하는 듯한 파울의 목소리를 감지한 듯 오르넬라가 뛰어들듯이.
" 파! 그럴 게 뭐에요. 오늘 우리 모두 피크닉 가요. 그러면서 차차로 얘기 나누지요 뭐!"
피크닉? 하여간 오르넬라는 못 말려.
여자가 속으로 피싯 웃으며
" 저희는 식사를 이제 마치겠어요. 그럼 나중에 뵙지요."
자리를 떠나려는데,
" 잠간! 제이드! 내가 잘츠부르그 멋진 곳을 안내해 줄테니 같이 다녀요.
클라우스와 오르넬라도 괜찮다면 같이.." 파울이 다급히 여자를 붙잡으며 묻는다.
??? 여자가 클라우스를 향하여 눈으로 묻는다.
" 그래.. 그러면 파울하고 같이 다닙시다. 제이드를 위해서는 최고의 가이드가 되 줄거요. 허허허"
클라우스의 대답에 오르넬라도 뒤따라,
" 그럼요. 파울은 이 곳을 훤히 다 알고 있어서 정말 흥미있게 오늘을 지나게 해 줄 거에요.
자!자! 그럼 우리 어서 나갈 준비를 합시다! "말을 마치자 마자 자리를 일어나 식탁을 떠나간다.
" 좌우지간 오르넬라는 결정도 빠르고 행동도 민첩하기가 허허허!" 클라우스가 유쾌하게 웃으며
" 자, 그럼 제이드 좀 있다 봅시다" 라며 그도 자리를 떠난다.
이제 파울, 아인, 은지만 남았다.
'엄마! 나 저기 그네타고 있을테니까 방에 가게되면 불러요. 응?"
애가 대답도 듣지 않고 가버린다.
파울. 아인... 두사람이 남았다.
파울이 가만히 여자의 손을 잡는다.
" 제이드! 그냥 잠시만 이렇게 있어요.
나는 당신을 다음 달까지 못 만나는 줄 알았어요.
이렇게 보니 얼마나 좋은지요...그래 그 동안 잘 지냈지요? 얼굴을 보니 생기가 도네요."
... 이 사람은 언제나 반복이구나.. 내가 어떻게 하던 ..
후편 한 여자 (32) 계속
안녕하셨어요?
한여자 다시 시작하셨어요 환영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무척 궁금했었어요
그런데 건강하신거죠?
뭐든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 건강을 우선으로 챙기시기 바래요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