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그리울 때마다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아주 낡은 갈색 머플러를 찾았습니다 세상을 떠나시기 전 어머니의 육신처럼 낡고 헐어서 몇 가닥은 올이 풀어지고 갈색 실 사이로 희끗희끗 흰 머리 날실이 보입니다 그래도 당신이 기력이 있으실 때 노인복지회관에서 수지침을 배우고 어려운 노인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하고

그때 어머니는 이 갈색 머플러를 두르시고 한 걸음 두 걸음 산동네를 올랐다고 합니다 어느 날이었던가 "얘야, 오늘은 어느 할머니에게 도시락을 전해주고 다 꺼져가는 연탄불을 갈아주었지." 당신 얼굴에 스쳐 가던 그 행복한 미소 이 갈색 머플러도 함께 했겠지요 다시 봄이 오는 길목 유난히 바람 많은 캘거리 들판에 서서 어머니의 갈색 머플러를 두르고 있으면 어머니의 손길이 나를 감싸는 듯 포근하기만 합니다

당신이 그리울 때마다 쓸쓸한 딸 마음에 둘러보는

어머니의 갈색 머플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