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블로그에 연결이 안된 것을 발견해서 두번째 글을 올려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어스 엔젤 마인 전경(위)과 그 앞에서 보는 전경(아래)) 


day4                                              

아침에 문을 여니 날이 활짝 개이고 산 허리에 안개가 동이고 있었다.

그동안은 흐리고 비가 가끔 뚝뚝 떨어졌었고,

도착 하자마자 본 일기예보에는 날마다 비가 온다고 해서 기대도 안했는데

이렇게 좋은 날씨로 바꿔 주신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낮 60도 쯤 된다는 날이어서 밖에 나가 걷기가 훨씬 좋았다.


이곳에 오게 된 것은 15 년 전에 만난 적이 있고,

그동안은 깡그리 잊고 살던 내 고교 동창의 소개를 받아서였다.

그녀는 오레곤 주에 사는데 두어주전 피닉스에 방문하여 우리 집에서 점심을 함께 먹으면서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해주었다.


특기할 일은 6 년전에 반신을 못쓰게 되고 간호사 일을 접을 정도로

그리고 장애판정을 받을 정도로 심각한 중풍에 걸렸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집에 온 그녀는 전혀 그런 낌새 하나 보이지 않고 완벽하게 건강한 것이었다.


그래서 깜짝 놀라 어찌 된 일인지, 어찌 고쳤는지 물어보았다.

"물론 주님께서 고쳐주셨지,"  빙그레 웃으면서  earth angel health mine 이란 곳을 소개 해 주는 것이었다.

3년에 걸쳐 투병생활 끝에 완치를 했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내게 필요할 것 같다면서, 정말 꼭 한번 가보라며 자세히 알려주었다.

즉시 인터넷에서 온갖 정보를 찾아보고는 눈이 오기 전에 가보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파킨스씨 병을 고침 받았다, 관절염을 고쳤다, 글라코마를 고쳤다 등..많은 사례가 있었는데

무엇보다도 어떤 암 환자가 면역력이 떨어져 치료를 중단하고 왔다가

동굴에서 시간을 보낸뒤 가보니 면역력이 완전히 좋아져서

치료를 계속했다는 사례가 마음을 끌었던 것이다.


나는 아직도 항암치료 후유증으로 손발 저림이 조금도 좋아지지 않고 있고

얼굴색도 정상이 아니니까 면역력 회복에 도움이 혹 될까?...하는 바람이 내 속에 있었던 것이다.

내 주위에 사는 친구들 중에 함께 가고 싶은 사람도, 데리고 가고 싶은 사람도 많았다.

인생 60 에는 건강의 평준화가 이루어져서 그런지 모두가 어딘가 아픈 사람들 뿐이다.

그래도 막상 떠나가기는 일상에 매여 사는 사람은 쉬운 일이 아니어서 한 친구가 동행을 선뜻 해준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여름에는 아주 방문객이 많아서 자리를 얻기가 어렵다는데 지금도 자리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시설 자체가 방이 많지 않은데다가

알고보니 동굴방문 뿐 아니라 근처에 사냥하러 오는 사람도 많이 있다는 것.


지난 포스팅에 올린 사진은 "메리 위도우 헬스 마인" 동굴에서 주로 찍은 사진들이었다.

한국부부가 불치병을 앓다가 그곳에서 부부간에 건강을 되찾고 너무 깜짝 놀란 나머지

동굴 하나를 사서 지금 비지네스를 하고 있단다. 인터넷에 자세한 정보가 있다.( www.merrywidowhealthmine.com)

 

천연 라돈 개스가 나오는 이런 동굴은 전 세계적으로 여섯개 밖에 없고 미국에는 이곳 뿐이다. 

내가 방문한 곳 외에 이 근방에 두세군데 더 동굴이 있다는데 각 동굴마다 입장 가격이 다르단다.

우리가 방문한 곳이 가장 값이 저렴하다.

하루 종일 24시간 동굴에 자유로 들락이어도 인심좋게 5불만 받는다.


모텔 값도 아주 실비인데다가  (참고, www.earthangelhealthmine.com)

음식을 해 먹을 수있도록 부엌시설도 되어있는 것도 도움이 된다.

엉성하고 오래된 건물이지만 뜨거운 물도 펑펑 나오니 이만하면 부족함이 하나도 없다.


하지만 다른 동굴은 한번당 5불을 받기도 하고 8불을 받기도 한단다.

하루 서너번을 들락이어야 하는데 매번 돈을 내면 값이 상당하게 되고

모텔도 시설이야 더 좋겠지만 6-70불 한다는 것.

우리가 만난 택사스 사람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이곳이 제일 좋다고 여기서 묵는다고 한다.


하루 한시간씩 4 번 동굴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것만도 참으로 벅차고 바쁘고 피곤하기까지 하다.

과연 무슨 효과가 있을까 가끔씩 의심이 들기도 하지만 총 열흘이라는 긴 시간, 

이왕 온 김에 심신도 쉬며 미국 시골 생활을 즐기고 가려고 한다.


모텔 주인은 염소와 양도 키우고 닭도 여러마리 키우고 있다.

염소는 우리를 볼때마다 아주 신기한 듯 사람 구경을 한다. 애애애애~~ 인사하면서.

닭은 한 삼십마리 가량되는데 한번은 바깥에 모두 나와 있어서 주인에게 말했더니,

"계네들이 '제발 밖에 좀 나가게 해주세요' 빌어서 내 보내 주었어." 한다. ㅎㅎㅎ

그렇게 방목하는 닭의 계란은 한 다즌에 2불에 판다고.


비닐하우스에는 아직도 토마토가 많이 남아 있어서

팔라고 했더니 마음대로 따먹으라는 인심 좋은 주인의 말.

이날까지 먹어본 것 중 최고의 맛이었다!!!


모텔 앞으로는15 번 프리웨이가 있는데 그리 바쁘지 않지만 자동차들이 심심치 않게 다닌다.

밤에는 가로등이 하나도 없는 프리웨이가 빨리 달리기에 위험해 보인다.

그 길 건너로는 에버그린 나무들로 가득한 높은 산이 있다.

아마 저 산에는 짐승들이 살고 있겠지...


조금 날이 따뜻하면 이곳에서 세시간 거리라는 옐로우 스톤 국립공원에도 갈수있는데

다음번에 오면 그렇게 하려고 한다.


day 5

주일 아침 비가 내리더니 다시 날이 개었다.

아침에 나가니 38도...얼마나 추운지, 갖고 온 옷을 모조리 꺼내 다 덧 입고 다닌다.

지난 밤에 설사가 나서 혼이 났는데 미네랄 물을 많이 먹어서 일까 이유를 알수없다.

아침에는 감자국을 끓여 먹었더니 속이 가라앉는다.

 

주일이어서 이 동네 미국교회에 가서 참석을 했다.

작은 교회당안에 스무명도 못되는 사람들이 앉아서 예배를 드리는데

수염 기른 노인 목사님은 무에 그리 하실 말씀이 많고 기도가 긴지...

믿음이 대단하고 착한 분들이 아직도 그렇게 남아서 교회를 지키고 있는 것이 신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곳에서 동굴에 들어가 죽치고 앉아 있는 한시간이 길다면 길지만

기도한다든지 성경을 읽는다든지 친구랑 이야기를 하다보면 어느새 훌쩍 시간이 잘도 간다.

아마도 성질 급한 남자들은 절대 못견디겠지?

하지만 백두산 곰의 후예인 우리 여자들에게는 식은죽 먹기보다 조금 어려울 뿐이라고! ㅎㅎ


네번째 갔을때는 아무도 없어서 둘이서 실컷 크게 노래하고 기도하고

나와서는 틈틈이 인터넷에서 김명현 교수의 창조과학 강의 13개를  몽땅 들었고

김용의 선교사님 '복음과 선교' 설교도 깔깔대며 듣고, 엄숙해지기도 하고, 성경도 외우고,

우리 둘만의 부흥회를 하고 있다. 얼마나 행복하고 좋은지!


밤중에 동굴에서 만난 노부부는 오레곤에서 왔다면서 메리위도우에서 묵지만

거기는 저녁에 6시에 닫아서 여기에 왔다는 것이다. 자기들도 거의 해마다 온다고 한다.


네번째 만난 두 여자분은 여기서 멀지 않은 몬타나 주민인데 지나가는 길이면 들른다고.

이 동굴의 신비한 효험을 굳게 믿고 자랑하는 마음이 가득하였다.

어떤 도움을 받았느냐고 물으니

각종 통증, 목의 통증과 허리..가 나았다. 그리고 자기 아는 분은 암을 치료 받았다고

한참을 떠들 기세였다.

그녀의 결론은 동굴에 조용히 앉아 기도하면 하나님께서 도와 주신다는 것이다.


밤중에 주인댁에 들러 계란을 한다즌 사왔다.

그녀는 어디론가 가서 사냥을 했는데 사슴 두마리를 잡아왔다고 한다.

나중에 보니 두마리를 껍데기 벗겨서 말리려는지 나란히 걸어놓았다.

사진을 찍으려다가 징그러워 그만 두었다.


투숙객 중에 하나는 엄청나게 큰 엘크를 잡아왔다고 한다.

나중에 그들의  트력에 실은 커다란 엘크 머리와 뿔을 보았다.

몇파운드 짜리냐고 물으니 7-800 파운드 된다고 한다.

순 스테이크만 250파운드를 정리해서 얼구었다고.

미네소타에서 왔다는 두 사람은 신이나서 이야기를 많이 하려고 하였다.


day 6

아침에 부지런히 프렌치 토스트를 해 먹고는 들어갔다가 나오니

눈이 하늘에서 조금씩 뿌리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아직은 눈이 오더라도 금방 녹을 테니 걱정하지 말기로 한다.


이곳은 산중이고 금방 추워져서 눈에 깊이 파묻힐 곳이다.

연중 문을 연다고 하지만 추워지면 여러가지로 불편하니 여름에 오면 더 좋은 곳이다.


동굴안에는 심심한 사람들이 낙서를 많이 해 놓았다.

돌멩이를 줒어다가 거기에 자기들 이름을 기록하여 남겨둔 것까지

아마도 그 이름을 다 세면 천명은 넘을것 같다.

심심치 않게 한국 글씨도 여기저기 보인다. 스무명? 서른명?

이런데다 한국말로 이름써놓고 가는 사람들의 심리를 알수가 없다.


자세히 살펴보니 이곳에 온 기록에다 해마다 년도 수를 첨가해서

몇번 왔다는 것을 남기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매해 오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분명 좋은 뜻이렸다.


내게 그동안 무슨 좋은 징조가 생겼는가?

비문증... 참 오래된 것인데 가만히 한눈씩 살펴보니 큰 것 하나씩만 남고 훨씬 좋아졌다.

가기 전에 다 나을 것인가? 대단히 궁금하다.

화장실 가는 것은 훨씬 좋아졌다.

여기 오지 않았어도 조금씩 좋아졌겠지만 이렇게 많이 호전되지 않았을 것..

손 발 저림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얼굴색은? 조금 나아진것도 같고...


밖의 날씨가 너무 싸늘해서 조금 아쉽다.

또 한가지는 전화가 로밍차지가 되어서 마음대로 못쓰겠다.

카톡으로만 쓸수밖에.

                                                                                                             (우리가 묵던 모텔 방 1호)

Day7

날씨가 정말 화창하다. 이날은 정말 따뜻해서 여기온 후 처음으로 포근하게 느껴진다.

51도 인데도 이렇게 따뜻하게 느껴짐은 바람이 안 불어서일까?  

일주일 일기를 이렇게나 바꾸어 주신 좋으신 하나님께 거듭거듭 감사!

친구는 시내까지 걸어서 다녀온다고 나갔다. 나도 오늘만큼은 한시간 걷고 뛰려고 한다.

 

가을은 하늘이 파래야 단풍과 낙엽, 들의 풀들과 어우러져 제격으로 아름답다.

서편의 산 너머로는 아침 저녁으로 아름다운 노을과 구름으로 눈을 즐겁게 해준다.

소시적 시골살던 날들도 기억이 날만큼 들판의 황금 풀들이 늦 가을의 정취를 돋구어준다.

아마도 이곳에 와서 열흘을 지난 것은 내 일생 잊지 못할 귀중한 쉼과 추억이 될 것이다.


시간이 많으니 지나간 일들이 모두 살아 나왔다.

내 인생의 가을날, 65세의 가을은 이렇게 축복이 되었다. 

병을 고침을 받든, 안 받든...


새벽에 일어나니 얼마나 감사한 마음이 충만한지...

여기에 와서 영적으로 게을러 졌던 것도 회개하고 새로이 고쳤다.

입에서 찬양이 쉬지 않고 흘러 나오니 이보다 좋은 일이 어디있으랴?


가지고 온 음식이 하나씩 동이 나기 시작하는데 오늘은 비닐하우스에 들어가 나물을 따 왔다.

질경이 나물과 민들레과의 나물을 따서 고추장과 비벼 먹었다.

쌉쌀하고도 고소한 맛!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ㅎ

토마토도 다시 한보따리 따서 상위에 올려 놓으니 아주 부자가 된 느낌!


사흘길의 택사스 사람들이 떠나서 서운하다했더니 옆방에 노인부부가 또 들어왔다

인공산소 호흡기를 달고 사는 노인은 6개월전 처음 와서 이틀만에 호흡이 정상이 된후

얼마전까지 좋았는데 다시 호흡이 힘들어져서 왔다고 한다.

30가지 약을 먹다가 한개만 먹는다고 자랑한다.

정말로 신기한 효험이 있다고 극찬하니 솔깃해진다.

                                                                           (날마다 이길로 걷고 뛰던 모텔 앞길)

day 8

아침에 일찍 나가니 북두칠성이 뚜렷이 보인다.

공기도 맑고 하늘도 맑고, 내 마음도 맑고...

오늘도 날씨가 별로 춥지 않다.


여기서 10 마일 떨어진 옆동네 보울더로 마실을 다녀왔다.

가는 길이 구불대며 개울도 흐르고 나무도 많은 산들을 지났다. 

그 동네는 훨씬 짜임새있고 상점도 많고 역사 깊은 조용한 시골이었다.

조금더 일찍 나가서 좀 다녀 볼것을, 상점들이 다섯시도 못되어 닫아 버린 곳이 많아 아쉬웠다.


시골에 오면 거의 백인들 뿐이다.

도시는 각종 세계 사람들에게 내어주고 모두들 한적한 시골로 피난 온 모양이다.

그들은 옛날 우리가 처음 미국왔을 때 처럼 느슨히 산다.   

 

애미쉬 부부는 우리처럼 금요일날 떠난다고 하니 계속 세 카풀이 이 동굴을 쓰게 되었다.

조용한 곳에 와서 마음껏 가을의 끝을 즐기게 허락된 것이 너무나 기쁘다.

정말 눈물나게 감사하다.

암 투병한다는 핑게로 온갖 호사를 하게 하는 남편에게,

그리고 친구의 남편에게도 감사하다.


참, 암 병에게도 감사할까?

병 안들었으면 생각지도 못할 일이었으니까.

 (2014년 10월)    



                                     ( 모텔 주인이 사는 집, 저 뒤로 산 밑에 동굴 들어가는 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