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시 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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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의 살구나무







 

피아노 소리는 마룻바닥을 뛰어다니고

 

창밖엔 비가 내린다

 

기억나는 일이 뭐, 아무것도 없는가?

 

 

유월의 살구나무 아래에서

 

단발머리의 애인을 기다리며 상상해 보던

 

피아노 소리 가늘고도 긴 현의 울림이

 

바람을 찌르는 햇살 같았지

 

 

건반처럼 가지런히 파르르 떨던 이파리

 

뭐 기억나는 일이 없는가?

 

 

양산을 거꾸로 걸어놓고

나무를 흔들면

 

웃음처럼 토드득

 

살구가 쏟아져 내렸지

 

 

! 살구처럼 익어가던 날들이었다

생각하면

 

그리움이 가득 입안에 고인다

 

 

피아노 소리는 마룻바닥을 뛰어다니고

창밖엔 비가 내린다

 

 

살구처럼, 양산의 가늘고도 긴 현을 두드리던

 

살구처럼, 하얀 천에 떨어져 뛰어다니던 살구처럼,

 

추억은 마룻바닥을 뛰어다니고

창밖엔 비가 내린다

 

 

(........김 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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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살구가 익어가던 유월

그 눈부신 날에 대한 추억이

입 안 가득 고이는 그리움으로 표현한

애틋하며 아름다운 시가

한 폭의 그림처럼 연상되는 시입니다.

 

바람을 찌르는 햇살

웃음처럼 토드득 쏟아져 내리는 살구

추억이 마루바닥을 뛰어다닌다는

상큼하고 섬세한 표현이

신선하게 아름다워서

함께 나누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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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식 시인은,

광주에서 태어나고

전남대 의과대학을 졸업하였으며

대장 전문 의사입니다.

 

1994년 대구 매일 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으로는 <나무늘보>가 있습니다.

나무늘보란 세속을 떠난 자의 표상으로

반 문명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속도를 버리고

나무늘보로 살아가자 라는 메시지.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

리스트    La  Campanella by Yundi L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