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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자 동문이 크리스마스에 아리조나에 온다는 이야기는

상당히 흥분되는 이야기였어요.

시카고 갔다가 허리를 삐긋해서 아파 가지고 왔는데, 그렇다고 말하면 안 올 것 같아서

내색도 못하고 안하고 내내 꾹 참았습니다.

감기까지 그날 아침에 발동을 하였는데 얼마나 기가 막혔던지...근데 정신을 바짝 차리니까 도망가더라구요.

 

후배 김선숙과 동창 오영숙도 오라고 했습니다.

후배는 작년 동창회에 함께 갔던 이 동네 사람이어서 춘자님이 구면이었고, 덩달아 좋아라 했어요.

동창 오영숙이는 한국에서 딸의 해산을 도와 주기 위해 잠시 와 있는 중에 있었습니다.

인일 동창중에 춘자님 모르는 사람은 하나도 없으니까... 반시간 넘게 운전하여 반갑게 와 주었어요.

 

선숙이 남편은 오지 않았지만 남편들까지 모였으니 그래도 잔치 분위기가 제법 되었답니다.

아, 숫자가 문제가 아니라 춘자 동문의 비중 때문에 아주 근사한 모임이 된 것이지요.

엘에이서부터 바리바리 싸 가지고 온 영양떡에 과일에 꽃에...

(그렇게 맛있는 떡은 세상 나서 처음으로 먹어 보았어요!)

 

그러지 않아도 화려한 사람의 등장이 각종 사랑의 선물에 더욱 화려하기 짝이 없었고

(미안하여 몸둘바를 몰랐어요.그렇게 하는 사람 난생 처음 봤거들랑요. 정말 너무 심했어요).

전날 밤 부터 마음을 졸이면서 만든 꼬리 찜이 다행히 실패작은 면했고요,

영숙이가 솜씨를 낸 각종 전 부침,

그리고 선숙이가 가져온 포도주가 일류 성찬이 되게 했어요..

지금 다시 생각해도 내 인생의 역사에 길이 남을 즐거운 한 때였답니다.

 

그런데 아차, 아무도 술을 입에 안대는 우리 집에 병 마개 따는 것이 아무리 찾아도 없어서

포도주를 병 구경만 하게 했으니!  

정말 죄송했지요.ㅎㅎㅎ 특히나 영숙이 남편께.

그리고 골라온 드레스를 입어보고 한때 동심으로 돌아가기도 하고..

 

그리고 다음날 투산에 내려가서 사우와로 내셔날 파크과 마운트 레몬을 구경하고 돌아 왔어요.

마침 성탄 이브여서 함께 교회에 예배 드리러 갔는데

정말 우연찮게 캄캄한 교회마당에서 후배 이미옥을 만났답니다. 같은 교회 다녀도 잘 맞닥뜨리지 못하거든요.

 

물어보니 81년도 졸업이라고 해서 한참을 계산을 해 봤지라. 

18회 후배라니 참 새까만 동생이지요? 

그 후배는 한창 젊고 뛰어난 미녀랍니다.

 

그러니 춘자님은 아리조나에 와서 이틀밤을 자는 동안 이렇게 인일 동문을 모두 만난셈이죠.

역시나 인일동문을 위해 사는 사람 답지요?

 

멀리서 와 준 것에 비하면 허리 핑게로 여러가지로 소홀한 것 미안하였지요.

그래서 다음을 또 다시 기약하면서 헤어 졌답니다.

참, 허리는 이제 다 나았어요. 아무래도 춘자 후배의 애교가 특약이 되었던 듯...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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