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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이름은 춘자..참 촌스런 이름이지만 독특한 매력이 있는 그녀.

그녀를 무섭다고 표현한 사람도 있고, 애교덩어리 그녀를 사랑스럽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녀는 아주 대담하기도 하고 마음이 여리기도 해서

천하를 호령할 것 같기도 하면서 잘 울기도 한다.

청중을 다 한꺼번에 쥐고 흔들기도 하지만 아주 작은 일에 눈물을 뚝뚝 흘리기도 하는 것이다.

 

타고난 그 좋은 목소리로 감정 풍부한 노래도 아주 잘하고

지휘도 탁월히 잘해서 우리 모두 단번에

최고의 합창단원으로 만들어 주는 재주도 있다.

 

그 모든 재주 위에 또 남다른 재주는 유머 넘치는 '명 사회'로 우리들을 포복졸도 하게 만든다.

그렇게 사회를 잘 보는 사람은 남녀 불문 춘자가 최고라고 모두들 말한다.

작년에 나는 말로 사람을 들었다 놨다하는 춘자를 슬슬 피했다.

등치가 나보다 더 커서라기보다 그 입김에 순발력 없는 나는 단 한방에 나가 떨어질 것 같아서였다.ㅎㅎ

 

그런데 올해 다시 만나보니 하나도 안 무서워졌다.

그녀를 그만치 잘 알게 되었다는 뜻이다.

그녀가 한사람 한사람을 어찌 그리 잘 알고, 또 한사람 한사람에 맞게 어찌 잘 대해 주는지..

그녀를 믿게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말 춘자는 머리가 좋다.

그 많은 사람의 이름, 성격. 형편까지도 꿰뚫어 보고 다르게 대해 주는 것을 보면 감탄이 나온다.

그만큼 섬세한 관심으로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같은 고교를 한해 늦게 졸업했다고 나에게 '언니'를 깍듯이 붙여주면 공연히 미안해 진다.

그녀가 도리어 언니 같아서이다.

한번은 '정 존대말을 쓰면 상대 안 하겠다'고 으름짱을 놔서 절절매며 반말을 시작했지만

그래도 반말이 쉽지 않은 사람. 나도 그리 가볍지 않지만 그녀는 무게가 더 나가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을 품고 사랑을 심기 때문에

그녀의 마음이 넉넉하다는 것은 누구나 금방 눈치를 챌수 있는 일이다.

호탕하게 씀씀이도 커서 나같은 째째한 인생은 스스로 쫄아들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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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동창회를 다녀온 후 친구랑 전화를 하는데 절로 그녀에 대한 칭찬이 나온다.

춘자 없으면 안돼... 우리들의 보배야...너무나 고마워.. 정말 훌륭해...

덕분에 너무나 많이 웃었어.. 그렇게도 빈틈없이 준비했을까?..참 뛰어난 인물이야...

남자로 태어났으면 장군이 되었을꺼야...등등

춘자에 대해서 할 이야기가 어찌 그리도 많은지 그녀의 이야기를 하며 둘이 즐거워했다.

 

갑자기 동생을 한국 여행가서 영별한 후배도 특별히 배려해 주었다는 이야기..

캐나다에서 오실때부터 어렵게 오시고 떠날 때도 미리 떠나느라 힘드셨던 선배님을

멋진 독사진을 실어서 위로해 드리는 이야기..

버스 드라이버를 누나의 심정으로 챙겨주던 이야기..

동창회가 다 끝이 나고도 일일이(!!!)  편지를 써서 사진과 함께 각 집으로 보내준다니

그 정성, 그 진심에 그 누가 감동 안 할수가 있을까?

 

마침 구정이 끼어서 한국에서 동문들이 못 참석하게 되었기도 해서 수자가 적어져서 고민하던 그녀가

우리를 위해 고심 끝에 수학여행 패케지를 내놓았고

우리는 팔자에 없는(왜냐하면 미국와서 삼 사십년 가까이 한번도 못 타보았으니) 기차를 타고

정말 황홀하도록 기분좋은 여행을 하게 되었다.

일박이일 잠깐이지만 며칠을 보내고 온 것같은 충만한 여행이었다.

 

그것을 위해 몇달동안 계획하고, 빈틈없이 스케줄을 짜고, 방배치를 하고, 미리 답사를 하고, 또 잠을 못자고..

그리고도 모자라서 새벽마다 교회가서 기도를 했단다.

 

하나님의 도우심은 날씨에서 나타났다.

눈물로 기도하는 그녀를 위함인지 우리가 다녀야 할 때는 꼭 비가 그쳤으니..

하나님도 그러시니 엘에이 사는 동문들도 춘자 말이라면 모두가 안 들어주고는 못 배겼을 것이다.

회장님부터 모두가 자기 몫을 두 세배들 하시면서 도와주셨다.

 

한 후배는 춘자를 따라 다니며 기차 안에서 "삶은 계란 있어요, 오징어, 땅콩, 호도과자 있어요~"하며 한도 없이 나눠주는데

그게 또 얼마나 재미졌는지! 지금도 웃음이 난다.

싫컷 먹이고 또 먹이고... 그 유리칸에서 여기저기 모여 이야기 꽃을 피우고..

창밖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광경에 도취되며 마음껏 쉬었던 기차여행! 

지금 지나놓고 보니 얼마나 멋진 수학 여행이었던지 새삼 생각할수록 고맙다.

 

하마트면 나는 그 여행을 가지 못할 뻔 했다.  

작년에 '내년에는 안 가야지...' 하던 기억이나서 이번에는 사양을 해야 할 것 같았다.

동창회에 해마다 간다는 것이, 신년초부터 교회를 빠져먹고 무슨 짓인가 싶기도 하고

지난해 보스톤에서 오개월이나 나가서 살고 왔는데, 집에 오자마자 또 나가기가 벼룩의 낯짝이라도 미안할 것이었다.

더구나 2 월말에 인도를 가야 하는데 돈 벌지도 못하면서 써대는 것이 또 미안했고.

 

직접 전화해서 춘자에게 캔슬을 할수 있느냐고 했더니

"안돼요! 안돼! 언니 이름으로 표 사놔서 안돼요!"해서 할수없이 "알았어, 알았어.  갈께"했던 일이었다.

우리 춘자는 아들, 남편, 동생, 모두 동원하여 동창회를 위하여 동분서주하는데

할말이 따로 있지, 잠깐 변덕부린 것도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그리고 춘자는 후원금을 받는데도 천재적이다.

외국여행을 준비하면서 허리띠를 졸라매려던 평생 짠순이 내게서도 돈이 나오게 했으니 말이다.ㅎㅎ

 

아무튼 이리저리 모은 돈으로 

최고의 온천장을 전체 전세를 내어 쓰게 하고, 허스트 캐슬 구경과

마지막 밤에는 솔뱅의 스테잌 집에서 돈 걱정하지 말고 마음껏 먹으라고 하던 그녀!

도저히 간이 떨릴 그런 담대함이 어디서 나와서 그런 초 호화판 동창회 수학여행을 성공적으로 끝냈을까!

그녀 덕분에 우리 고교 동문은 왠 수지가 난 일일까! 너무나 감사하고 고맙다.

어떤 모임이라도 이렇게 헌신하는 한 사람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그 모임의 성패가 좌우되는데

그녀 덕분에 우리는 번번히 최고의 행복한 모임을 할수 있다니!

 

우리들의 결론은 그것이었다.

춘자는 믿음의 배경이 튼튼한 사람이라 그런 풍성하고도 매력적인 캐릭터의 사람이 되었다..고.

그녀 자신의 표현같이,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새벽기도를 하고, 열심히 남편 섬기고, 신학교 간 아들도 섬기고..." 사는 훌륭한 신앙인이라고.

다시 생각하니 잠언 31장의 현숙한 여인이 바로 그녀가 아닌가!

그러므로 그녀를 우리 학교 동문으로 허락하신 주님께 감사드릴 수 밖에.

기차 안에서 광고하던 그녀를 흉내내어 할렐루야!를  외쳐보며 이글을 끝낸다.

(춘자, 우리 학교 나와 줘서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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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중블 둥지님 방에서 모셔왔지요. 네번째 노래가 양희은의 여고 동창이라고 해서.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