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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쉬지 않고 내리는 비가 불청객 처럼
영 반갑지는 않은데
이런날은 왠지 지난날에 곱게 접혀있던 추억의 책갈피를 열어보고
감상에 젖어보는 일도 괜찮을 듯 싶다.

그러니깐 작년 홈피에서 우리3동 나들이가 잦았던
후배 순희와 신옥이가
우리들 마음을 촉촉하게 해 주는데 일조를 해주었는데
알고 보니 두 후배 모두 일들을 갖고 바쁘게 나름대로 열심히 사는 와중에
홈피에서 우리를 울리고 웃기고 때론 입가에 가시지 않는 미소까지 선물하는
그야말로 열과 성을  아낌없이 다 인일 장미 울타리에 쏟은 장본인들인 것이다.

내가 우연치 않게 카나다에 가기 전
순희에게 도움 청할일이 있어 가끔 전화나 이메일로 교신하고 있을 때
이미 역사는 이루어지고 있었던가 보다.

우리 미선 언니 깜짝 놀라게 해주자는......
순희와 신옥이의 작당이......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미선언니 보러 카나다에 온다는
신옥이 때문에
가슴에 대못이 박혔다는
순희 말에 마음 한 구석 좋으면서도 미안함이 얼마나 컸던지
눈치 없는 신옥이는 왜 그리 솔직한거야
절간에 가서 새우젖 국물도 못 얻어먹을 위인 아닌가?하고 생각했었다.

8월 두번째 월요일을 기해 순희 휴일에 날 맞춰
일요일 예배가 마치기 무섭게 기수를 벤쿠버로 돌린
그것도 비행기 표가 없어 First Class 에 VIP로 온 신옥이를 순희는 뺀채
순희 옆지기와 나는 서둘러 공항으로 마중 나갔는데 미안스럽게도
이미 도착해 있는 모자를 쓴 키크고 멋진 여인 신옥이가 우릴 먼저 알아보고.....
반갑고도 가슴벅찬 역사적 만남이 이루어 진것이다.

순희 옆지기 차에 탄 이상은
우리는 어린양이 될수 밖에 없었다.
첫째는 이 곳 사정을 아는것이 전무인데다가
모든 일정을 우리 구미에 맞게 차질없이
더군다나 아무런 대가나 요구도 없이
시간까지 정확하게 배분하여 우리를 좋은 곳으로 안내하여
구경 시켜주니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그저 황송 할 수 밖에는....

신옥이와 나는 순희 옆지기 차에 몸을 던지고
이런 저런 이야기로 꽃을 피우고 넋이 빠져 있는사이
넓은 바다가 한없이 펼쳐진 화이트 락으로 안내되었다.

주변에 꽃으로 예쁘게 장식된 카페와 음식점들
고급 승용차와 관광객들로 미루어 보아
이곳 또한 유명 관광지임을 한눈에 알아 볼수 있었다.

해변 끝 다리가 끝나는 곳까지 걸어가
그곳에서도 게잡이 하는 사람의 무리도 보고
한없이 펼쳐진 태평양 푸른 바다에 가슴 터지는 시원함도 맛보고
바다 내음에 정겨워 하며
우리의 만남은 이미 예정된 하느님의 배려인가?
이렇게 태평양 건너 먼 이국 땅에서
일 면식도 없던 우리들이 마치 어제 그제도 매일 만났던 친 동기간 처럼
허물없이 반갑고 즐거운것은 뭐라고 말을 해야되는지........?

나는 누가 뭐래도 신옥이와의 만남은 비록 짧았더라도 내 인생에 있어서
역사적인 잊지 못할 사건으로 치부해 놓을 것이다.

해변이 내려다 보이는  
호화롭게 꾸민 레스토랑에서
칵테일 잔이라도 부딪치며 멋진 식사를 제안한 신옥이 청에
양식이 영 구미에 맞지 않는 나는
무드도 없이 거절해 버리고
조촐한 일식당으로 안내된 우리는
신옥이의 주문대로 여러가지 요리를 입맛대로 골고루 너무 많이 시켜
남은 음식을 아까워 하며 자리를 뜨게 되었는데
내가 여지껏 본 아가씨중 가장 미모가 출중한 아가씨에게 대접받곤
흐뭇한 마음에 호기심이 발동하여
주인에게 물어 본 결과 대만출신의 교포 2세 아가씨라고 하는데
그 수려한 미모와 늘씬한 몸매가 그곳에서 일하는 것이 너무 아까워
유명 영화 감독에 눈에 띄는 행운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식당을 나오며
나도 늙긴 늙었나 보다라는 생각을 했다.
젊고 싱싱한 아름다움에 매료되는 나를 보면서....

어스름 해질녁  순희 퇴근 시간 맞추어  
화이트 락과 안녕하고
어두워져서 만난 곳은 팀훌튼 이었다.
셋이서 서로 부둥켜 안고 팔착뛰며 반가움을 나누는 동안
멀찌기 바라보고있는 순희 옆지기는 우릴 보고 뭐라고 생각했을까?

신옥이가 한박스 사들고 나온 도나스를들고
우리 집으로 향했는데
그 옆에는 순희 옆지기가 고운 유리바구니에 하나 가득 담긴
건과류 칵테일을 우리에게 건내주며
서로 해후하는 동안 입 심심하지 말라는 섬세한  배려까지 받으면서
인일 동문회(?)의 조촐하고 역사적인 만남의 장이 이루어 졌다고나 할까....

그날 밤 우리에게 있어서
벤쿠버에서의 가장 아름다운 밤!
역사적인 밤!은
인일 장미동산 출신 세여인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