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박은미의 글 ~


몇일전에 회사통보메일이 왔다.

기증하고 싶은자들은 신청서를 작성해서

누구누구에게 보내라고.

 

피를 기증하겠다고 생각은 했었지만

그저 생각뿐이였다.

일년에 한번씩 병원버스가  피기증자들을 위해

회사내에 한달씩이나 머무르는것을 보면서도 그냥 지나쳤으니까.

 

늙기전에 생각을 실제로 이행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예정된 시간에 버스에 올랐다.

 

서류작성후 

컴퓨터와 단둘이 신체에 대한 질문대답 - 일차 통과,

적혈수, 혈압, 신체온도, 맥박수모두 정상

드디어 기증자 자격심사통과!

침대에 누우라했다.

빼는 동안 속이 미식대던가, 머리가 아프면 곧바로 말하라고한다.

 

평상시보다 갑작스레 행동이 달라지면 큰일 치른다는 옛어른들 말씀이 생각났다.

기증하다 죽은 사람도 있나?  하는 생각이 얼핏 스쳐가고,

남편에게 오늘 기증한다고 말을 했어야 했나? 그런 생각도 들고ㅎㅎ

어쨋던 감정이 묘했다.

 

드디어 바늘에 찔리고 피는 급속도로 내몸속에서 빠져나오면서,

그리고 바늘 꽃친 팔이 아프기 시작했다.  그게 정상이라고 했다.

3-4 정도?  하지만 한시간정도 침대에 누어있는것처럼 지루했다.

드디어 !  

 

일어나 앉아보라고 했다. 

일어나자 몸은 균형을 잃은채 옆으로 맥없이 넘어가고,

침대에 다시 누워 있으라한다.

쥬스와 과자를 주면서 먹으란다.

당이 떨어져서 그런거니까 잠시후면 괜찮다고 했다.

 

버스안이 어찌나 추운지, 몸전신이 덜덜 떨려서

빨리 해방되고 싶었다.

과자 하나 먹고, 쥬스한병 마시고

그리고 일어나니 끄떡없었다.

 

기분이 좋았다.  드디어 나도 기증자의 한사람!

사무실에 돌아와서는 뻐겼다. 

지금 당신들이 보고 있는 사람이 피기증자라고….

 

데이브는 B- 형이기때문에 종종 기증하라고 전화가 오고

그래서 일년에 두세번 기증 하는 사람이다. 

피는 흔한 혈액형이니까 설마 전화같은것은 안오겠지?

그러면서 함께 웃었다.

 

20분이 지났나?  뒤통수가 뻐긋해지면서, 속이 미식거리고,

그리고 몸살 오는것처럼 온몸이 갑자기 쑤시기 시작했다. 

심장이 급속도로 뛰기시작하고..

열이 나는것 같기도 하고

이상이 오면 누워서 쉬라고, 그러면 괜찮아질거라는 말이 생각났다.

조금더 버텨볼까?  하다가 겁이 났다.  이러다가 잘못되면?

 

곧바로 조퇴하여 집으로 왔다.  그리고 3시간 잤나?

이제야 괜찮은것 같았다. 

뻐끗했던 뒷머리도 조금 가벼워진것 같고,  

미식대던 속도 가라앉은것 같고,

심장이 떨리는것 같은 조바심도 사라졌고,

이제 두통만 없어지면

 

~~~

피기증…. 이제는 물건너 갔다. 

여직까지 자신이 용감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오늘 알았다.  내가 얼마나 겁쟁이라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