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일입니다.

미국에 먼저 오신 외삼촌이 편지를 보냈는데 미국에는 먼지가 없어서

며칠이 가도 와이셔츠 목이 더러워 지지 않는다..라고 쓰셨더라구요.

나이아가라 근처에서 보낸 그 편지 속에서 깨끗하고 신선한 바람이 불었습니다.

 

그때쯤 시카고에서 나의 남편 될 사람은 편지로 나를 꼬시려고 미국 자랑을 많이 했었습니다.

먹을 것이 무한정 쌓여 있다고요.

그리고 공부를 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만하면 시켜준다고도 했지요.

오자마자 임신하는 바람에 공부는 핑게낌에 물 건너 .... 

 

40년 째 미국에 살고 있는 그는 미국이 좋은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기분 좋게

"공간이 넓은 것"을 말하네요.

판자 집 코딱지만한 단칸방 두개에서 9 식구 꼬부리고 살던 그.

넓은 땅을 만끽하려고 그랬을까 이민초기에는 주말마다 아파트를 벗어나 들로 나갔던 기억이 나네요.

탁트인 들에 나가서 민들레 꽃을 따던 일들,

연휴에는 시카고에서 밤새워 운전하여 플로리다로 뉴올리인즈로 바다 끝까지 드라이브하던 기억들..

그래도 아직 못 가본데가 많이 남아 있는 무궁무진한 이 나라의 광대함이

콱콱 숨 막혀 살던 때를 다 잊게 해 주었습니다..  

 

저는 미국에 처음에 와서 귤을 실컷 먹고, 또 먹었던 생각이 나네요.

물론 한국도 이제는 먹을 것이 풍성하지만 여기처럼 싸지는 않지요.

이 세상에 이 나라 밖에는 없는 이런 풍성함이 늘 고맙습니다.

중학교부터 10여년 자취생활의 배고팠던 나와

가난의 원조 내 남편은 너무 많이 퍼 먹는 버릇이 생겼습니다만.  

 

무얼 잃어버릴까 늘 조심하던 버릇이 있었는데 얼마 후에 완전히 무장해제하고 무방비로 사는 편안함을 알게 되었죠.

어린 내가 시골에서 인천, 서울 자취방으로 들고 가던 음식 보따리를 버스 짐 올려놓는 곳에 두고

혹 졸다가 없어지면 어쩔까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던 초조함 같은 것..

어느날 생각해보니 더 이상 시시한 일에 전전긍긍 안 하고 사는 것이 너무나 좋았어요.

 

그래서 시카고 서버브 살 때는 아예 집에 자물쇠를 안 잠그고

앞 문 뒷 문 다 열어놓을 정도로 편한 마음으로 살았어요.

그래도 삼십년동안 그 집에 사는동안 단 한번도 도적 안 맞고 잘 지냈어요.

값 나갈 물건이 그 집에 하나도 없었냐구요? 아 들켰네..가난한 우리 살림을!ㅎㅎㅎ

 

한국에서는 순경을보면 공연히 주눅들던 마음을 차츰 잊어버리게 된것도 좋았고

아무도 내가 잘못하지 않는한 귀찮게 하지 않는 자유스러움이 참 좋았죠.

울 남편이 사고를 냈는데도 "니 남편 운전은 잘 하는데 어쩌다 사고 만났다"고 하는 순경의 친절함에 놀랐어요.

 

우리 고모에게 물었더니 미국이 좋은 것은 "일해서 돈을 벌수 있는 것"과 "차별이 거의 없는 것"이라고 하네요.

영어 단어 몇마디 알지 못하지만 자기 일하면서 20 여년 남부럽지 않게 산 것..

그녀는 자다가 일어나서도 감사할 일이죠.

배운 자나 못 배운자나 부자나 가난한 자 모두 잘 섞여 사는 것..

물론 자세히 들여다 보면 역시 보이지 않는 선들이 은연중 있지만, 없을 수는 없겠지만 

한국처럼 내놓고 차별하는 것은 몸으로 별로 느끼지 않고 살수 있어서 고맙다네요.

누구든지 열심히 살면 좋은 집, 좋은 차 지니고 살수 있는 것도 좋다구요,

 

남편이 또 보탭니다.

무엇보다 애들 넷 크게 스트레스 안 받고 공부 시킨것이 참 좋았다고요.

한국 같으면 그애들 대학갈 때 같이 잠 못자고 고생께나 시켰을텐데

하나님 은혜만으로 지들이 다 알아서 자랐고 결혼도 지들이 알아서 하고

무진장한 기회의 나라에서 능력만큼 꿈만큼 뻗어나갈 수 있다는 것.

그 때문에 그동안 아무리 고생 많이 했어도 후회하지 않고 감사하고 살지요.

 

물론 잃은 것도 없지 않지만 얻은 것이 너무 많으므로 감사한 마음으로 돌아보는 아침입니다.

꿈과 좌절, 성공과 실패, 그리고 기쁨과 고난이 얽힌 내 인생 삼분지 이를 보낸 이곳, 

살아볼수록 정들고 고마운 이 곳,

나와 내 후손들이 살아야 할 고향..

이 나라가 망하지 않고 계속 기회의 나라로 남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갓 블레스 어메리카!

( 2011년 2월)


                                                                 이땅의 주인, 우리 손녀딸 리셑의 최근 모습. 참 예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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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중앙블로그 둥지님 방에서 퍼왔습니다.

                                  

 lin Concerto in E minor, op.64-1)
       - 멘델스존(Felix Mend)dma
02... 은파 (Silvery Waves) - 와이만 (A.P. Wyman)
03... 세레나데(Serena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