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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시간이 나면 챗방에 들리곤 한다.
엠에스엔에서 제공하는 커뮤니티에 보면 클라식을 즐겨듣는 컴티가 있다.
그곳에 아디를 걸치고 있으면 오며 가며 들리는 아이디들이
많은 음악과 음악에 대한 정보를 올려주곤 한다.

그곳에서 우연히 어떤 아이디를 만났다.
그분이 내 스트디오로 사진을 찍으러 오시겠단다.
친구에게 나의 전번을 물어본 모양이다.

어제 오후 두시경쯤 그 분이 스트디오에 들어오셨다.
그 분은 손에 한아름 양복을 들고 들어오셨다.
아마도 의상을 바꿔 입으시며 사진을 찍으려고 계획하셨던 모양이다.

그런데 평소에 내 스트디오에 찾아오는 고객들은
모두 10분정도에 모든걸 끝내는 사이비 스트디오라
일단 그분의 의상 준비에 영자의 기가 쑤욱 아래로 떨어짐을 느꼈지만
영자가 또 그대로 물러날 여인네가 아니니
일단은 부딪쳐보기로 했다.

기선 재압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그 분께 일단 백그라운드 앞에 서시라고 말씀드리고
두세 커트를 촬영하고 컴에 이미지들을 띄웠다.

그분의 표정이 비교적 어두었다.
"표정이 조금 어두우시네요." 말씀 드렸더니
"예... 그런 말 많이 들었지요." 이렇게 대답하신다.
"혹시 화운데이션 있어요?" 하고 물으신다.
(엥... 무슨 화운데이션?? 나도 안쓰는 화운데이션이 어디 있을리가 있나요...)
"예 없는데요. 저의 고객들은 알아서 모두 화장하고 오는데요."
(우씨... 뭐여 이분.... 남자분이 화장하는거까지 알고....)
자꾸만 작아지는 나의 모습을 들낄까봐
서둘러 포토세션에 들어갔다.

다시 의상을 갈아입으며 여러 컷을 찍고
30분쯤후에 표토세쎤을 끝냈다.

컴에 앉아 모든 이미지를 띄우고
그중 마음에 드시는 것들 몇 개를 가지고 작업에 들어갔다.

그분이 원하시는 것은 CD 쟈켓에 담을 사진이 필요하시단다.
이것 저것 시도해보는 도중
그분이 말씀하신다.
"우리 음악 들으면서 하지요. "
그러면서 가지고 오신 CD 한장을 내어 놓으신다.
컴에서 음악이 흘러 나오기 시작하고
CD 커버를 보았더니
유 준 장로 찬양/ 주의 은혜라... 이렇게 써있다.
그분의 설명이 잠시 이어진다.
"혹시 최 덕신이라는 분 알아요?"
"아니요... 왜요?"
"아... 그분을 모르는걸 보니 기독교 신자는 아니네요."하신다.
그리도 또.. 한마디 물으신다..
"혹시 예전에 가난한 마음 이라는 곡을 기억하나요?"
"아니요.. 모르겠는데요."
"지금 CD 의 주의 은혜라 라는 곡이 예전에 가요탑텐까지 올랐던 곡이예요.
그곡을 편곡한것이지요." 하신다.
"예..." 그저 건성으로 나는 대답했다.
작업과 동시에 그분의 찬양을 한참 듣던 나는
고개를 그분쪽으로 돌리며
"음악에 조금더 비트가 있으면 좋겠네요..."
"예..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답 하셨다.

그렇게 한참 작업을 하는 도중
혹시 그분이 음료수를 들고 싶으실지 모른다는 생각에
"커피 드실래요?"
"예 그러지요."

옆에 있는 도넛 스토어로 달려가 커피 두 잔을 주문하고
진열장에 있는 도넛중 내가 좋아하는 종류로 두개도 주문했다.

작은 테이블 위에 커피를 올려놓고
도넛이 들어있는 봉투를 주욱 찢어 그분께 밀어드리다가
(아니지.. 일회용 접시에 올려서 드려야지.. ) 생각을 바꾸고
일회용 접시를 마악 그분쪽으로 드리려고 하는 순간
또 하나의 생각이 스친다.
(혹시 이분이 당뇨 있으신거 아닌가??)
그 분을 올려보며 여쭤본다.
"당뇨 있으시지요?"
"하하하... 예... 어떻게 그걸 아세요? 아침 저녁으로 주사를 맞지요."
아뿔싸.... 또 실수다. 그러나 이미 내 입에선 도넛 한조각이 녹아 내리고 있었다.)
민망해하는 나를 바라보시며
"그런데 오늘 도넛이 아주 맛있어 보이네요. 한 조각 먹을께요.
저녁에 집에 가서 주사 한대 맞으면 되요." 하신다.

작업은 계속되었고 6시가 넘어갔지만
저녁에 조인하기로 한 친구에게선 연락이 없다.
7시가 거의 되어 갈때쯤 친구가 도착했다.
친구가 도착하기 바로 전
그분은 내가 오늘의 사례라고 100불짜리 한장을 건너신다.
"움마야... 왠 100불...
누드 사진도 20불밖에 안 받는데.. ㅋㅋ
그럼 그냥 1불만 주세요.
CD 로 구워드릴께요. CD 원가가 50전인가 1불인가..."
한사코 사양하는 나를 결국은 이기시고
책상 한구석에 돈을 올려 놓으셨다.

그러는 동안 친구가 도착했다
셋이 식당으로 자리를 옮기는 동안
그분은 내 친구에게도 CD 한장을 건네 주신다.
그 친구는 CD를 받아 들고 앞뒤를 들여다 본다.

친구 나를 다정하게 부른다.
"얘 보나야.. 너 오늘 굉장한 영광의 날인거 알지?"
"엉?? 아니 왜 오늘이 나에게 뜻있는 날이야?
친구 어이없다는 얼굴로 나를 잠시 쳐다보더니
"너 오늘 몇시간동안 함께 하고 있는 분이 누군지 몰라?"
"엉? 아니.. 누구신데.. "
"옛날에 아주 유명하셨던 분이야.."
이 친구는 내가 뭔소리를 하는지 토옹 영문을 몰라하자
"야... 너 옛날에 봉봉 사중창단 이라는 그룹 기억나?"
"그럼 알지... 옹?? 근데...?????"
"지금 우리와 함께 계신 분이 바로 그 봉봉 사중창단의 한 맴버셨어."
"엉??? 정말????@@@@@@"

식당에 도착해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지난 몇시간을 더듬어 보는데
등줄기가 싸늘해져오며 얼굴이 화끈거려옴을 느낀다.

완전히 뻔데기 앞에서 왕주름을 잡았던 나의 모든 실수들이 하나씩 떠올랐다.
맛있는 사시미가 앞에 놓여 있었지만
접시가 다 비워질때까지 맛을 느낄 여유가 없었다.
나의 머리속에 이 하루 동안의 많은 실수들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토옹 대책이 서질 않는다.

저녁을 다 마치고 돌아오는 도중 부영이 전화 온다.
내 목소리를 듣자....
"어... 너?? 남자들하고 같이 있지?? "하고 다잡아 묻는다.
"엉.. 왜? 내 목소리 업이냐??"
"엉....엄청 기분 좋게 들리는데... "
"그래.... 나 원래 남자들하고 있으면 신나하자너..." 전화를 끊었다.

그분이 댁으로 떠나실때
그분이 내미는 손을 양손으로 쥐어 잡으며
고개를 90도 각도로 숙이며
그저 오늘의 모든 일들을 잊어주시기 바랍니다..... 하는 마음으로
이별인사를 하였다.

전 영희 관리자님..
제가 소장한 CD에서 한곡 올리고 싶은데 어찌해야하는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유 준 장로님 노래 하나님은 너를 지키시는 자

주의 은혜라 라는 곡을 올리고 싶었는데 2메가를 초과할 수 없다는 제한때문에
다른 곡으로 대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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