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 아자르  <자기 앞의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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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처음 읽은 것은 1978년 가을.

몸이 아파 병가를 냈었고, 그때 처음으로 입원이란 걸 해 보았는데

입원이란 게 그리 낭만적인 것이 못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창백한 하얀 얼굴을 하고, 하얀 침대에 누워있어서

병실에서 좋아하는 음악 들으며 책 읽고 누워있는 상상.......그런 거

그런 것이 입원이라 생각했으니,

지금 생각하니 참 철이 없었고 우습기도 하다.

 

아무튼 나는 그때 퇴원을 하고 몸을 추스르고

다시 교사로 복직하여 있던

다소 침체되고, 우울한 때, 읽은 책이다.

 

오래 되었지만, 주인공 모모라는 아이와

그 아이를 볼보 던, 지금은 나이 들어 퇴물이 된 창녀 아줌마

사이의 우정으로만 기억되고 있는데

간간이 이 책을 한 번 더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

책 제목과 작가가 늘 뚜렷이 떠오르는 책이다.

카아슨 멕컬러즈의 <슬픈 카페의 노래>란 책도.

 

한국타운의 한 서점에서

<자기 앞의 생>은 주문해서 구 할 수 있었는데

<슬픈 카페의 노래>는 구 할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한국사는 친구에게 부탁 해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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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비가 오려고 꾸물거리는 아침에

이 책의 책장을 덮었다.

가슴에서 뭔가가 뭉클거리며 올라오는 느낌.

 

 

하밀 할아버지, 사람은 사랑할 사람이 없어도 살 수 있나요?”

로자 아줌마가 생사를 오르내리고 있을 때

친하게 지내던 하밀 할아버지께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진다.

하밀 할아버지는 빅토르 위고를 존경하여 늘 그의 책을 끼고 다니며

빅토르 위고의 시를 외우기도 하는, 젊은 시절에는 양탄자를 팔러다녔다.

로자 아줌마가 창녀, 하밀 할아버지가 양탄자를 팔러 다니던 시절부터

그들은 서로 30년을 알고 지내던 사이다.

 

모모는 로자 아줌마가 힘들거나, 무엇인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때

내려가서 머물곤 하던 지하 창고에

그녀가 죽기 직전 가까스로 데리고 내려가서

그곳에서 죽게 한다.

계속 화장을 해 주고, 향수를 뿌려주고 하면서.

3주를 그곳에서 죽은 아줌마와 함께 지내는 모모.

결국 냄새로 사람들에게 발견되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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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간은 '사랑'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폴란드 태생의 창녀출신 로자는

프랑스의 한 아파트의 7층에 살고 있다.

프랑스 법은 창녀들이 아이를 기를 수 없도록 정해 놓았는데

로자는 양육비를 받고

창녀들의 아이를 맡아 기르며

늙고 육중한 몸으로 엘리베이터도 없는 7층을 오르내리며

힘들어 하며 겨우 살아가고 있다.

 

그런 아이들 가운데 하나가 이 소설의 주인공이자 화자인 모모라 불리는

아랍 아이 모하메드이다.

모하메드는 세 살 때 로자에게 맡겨진다.

 

중간에 송금이 끊기지만 로자는 계속 맡아 키운다.

모모에게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로자는

혹시 유전병이 있지 않을까 염려되어 병원에도 데리고 다니며 진료를 해 준다.

 

자신의 부모에 대해 아는 것도, 본 적도 없어서

다른 아이들처럼 아프면 부모가 찾아올까 하여

배가 아프다고도 하고, 여기저기 똥을 싸기도 한다.

물건을 일부러 훔쳐서 들키기도 하지만 부모는 나타나지 않는다.

 

로자 아줌마가 돌아가시기 얼마 전에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한 남자가 찾아와서 모모를 찾는다.

모모의 아버지인데, 한 번만 보고 싶다고.

로자 아줌마는 그를 속이고, 모모도 이에 동의 한다.

 

아버지가 와서 알게 된 사실 한 가지는

모모가 14살이라는 것이다.

로자 아줌마는 모모와 더 오래 함께 살기 위해

나이를 4살이나 속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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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어린 아이들을 돌보기도 하며

늘 생각이 많고 영리한 모모.

의사 선생님은 모모가 크면 예술가나 시인이 될 거라고 했다.

 

다른 아이들이 하나 둘 입양되어 떠나고

그녀가 병이 들어 더 이상 거동하기 힘들 때에도

모모는 로자 아줌마를 지킨다.

 

이민자들이 사는 가난한 사람들의 아파트에는

남을 아끼고 도울 줄 아는 순수한 마음들을 지닌 사람들이 살고 있어서

로자와 모모를 돕는다.

 

남자인데 여장을 하고 다니는 전 권투선수인 롤라 아줌마는

음식을 해 주고 가끔 돈을 주기도 한다.

그리고 모모를 사랑한다.

로자가 거동이 불편해지자 그녀를 업고 내려 와 차에 태워

여기저기 시내 구경을 시켜주는 이웃도 있고,

심장이 약한 의사 선생님을 업고 7층 로자 아줌마에게 데려가

진찰을 하게 하기도 하며

같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소란을 떨어도 신고 하지도 않는, 등의 배려를 한다.

 

 

로자는 유태인이면서 아랍인 아이, 모모를 친자식처럼 사랑하며 기른다.

유태인으로선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녀는 독일에 의해 수용소에까지 잡혀갔던 사람인데

가끔 히틀러의 사진을 보며 위안을 받고, 마음을 진정시키기도 한다.

 

로자는 종교를 초월한 성인 같기도 하고

정신 나간 사람 같기도 하다.

 

임종을 눈앞에 둔 로자 아줌마와 새로운 에 눈 떠가는

10(사실은 14) 모모의 성장이 인상 깊다.

 

의사는 아줌마에게 병원에서 계속 치료를 받을 것을 권유하지만

그녀와 모모는 생을 깨끗이 마감하고 싶어 한다.

 

영민하고 생각이 남다른 10모모의 성장 소설을 통해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사랑과 행복 속에

진정한 의 가치가 있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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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1975년에 발표된 이 소설은

프랑스 공쿠르 상을 받았다.

<자기 앞의 생>이 공쿠르 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었을 때,

수상식장에 작가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서

그가 누구인지 궁금 해 하는 여론과 함께

한 동안 논란거리가 되었었다.

 

 

에밀 아자르가 로맹 가리라는 사실은

1980년 로맹 가리가 권총을 입에 물고 방아쇠를 당겨 자살한 이루

그가 남긴 유서를 통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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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맹 가리(1914~1980),

 

유대계 이민자의 아들로 러시아에서 태어나

13세 때 엄마와 함께 프랑스 니스에 정착했고

2차 대전 참전 영웅으로, 외교관(미국 주제 프랑스 총 영사)으로,

세계적인 작가로 이름을 알렸다.

 

첫 소설<유럽의 교육>으로 바평가 상을 수상했고

<하늘의 뿌리>1956년 콩쿠르 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에밀 아자르라는 가명으로 발표한 <자기 앞의 생>으로

콩크르 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유일한 작가가 되었다.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란 소설로 유명하고

<지상 최대의 작전>의 각본을 썼으며

장 뤽 고다르의 영화 <네 멋대로 해라>에서

파트리샤 역을 맡았던 진 세버그와 결혼하고

자신의 작품으로 그녀가 출연하는 영화를 찍기도 한

비범한 이력의 로맹 가리

 

책의 뒷부분에

'에밀 아자르의 삶과 죽음'이라는 유서처럼 남긴 글이 있는데

그가 죽은 지 6개월 후에 소책자로 발간되었다.

 



 

 Schubert, Trio op. 100 - Andante con moto

 

 

 

 

 

*그림. 사진....펌. 음원...yp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