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어달전쯤 동기중 하나가 이곳으로 왔다.  
왔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직접 연락이 안되어 궁금하던차에 동기 카페에서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운전 면허 따서 멋지게 짜~아~잔... 하고 나타날려고
잠수중이란다.
그래 안 봐도 선하다. 늦동이 아들 학교 보내고 몸은 집에 있지만 교실에 함께 앉아
공부 하는 모습.... 안타까운 심정.... 우리도 다 해 보았지.

그 친구가 갑자기 지난 주 벙개를 때렸다.  
나야 노는거라면..... 밥을 비비는 사람이니,,빠질 수 없지..
그런데 그날 중요한 약속이 있다는걸 잊고 있었다.  
바로 전날 늦은 저녁에 친구에게 전화했다. 사정이 생겼다고...
일이 끝나는데로 달려가겠노라고...
친구의 벙개가 12시로 정해졌는데 그날따라 일이 자꾸 꼬였다.
마음은 벙개에 가 있었지만... 결국 나는 그 벙개에 참석할 수 없었다.
중간 중간 전화로 자리 옮길때마다 끝나면 합세하라고 나를 부축였지만
맛있는 갈치조림은 말로만 듣고 배불려야 했다.

다음날 벙개에 참석했던 친구 하나가 예쁜 선물 빽을 들고 왔다.
그 안에는 고추가루 한봉지와 고추장이 한 통 들어있었다.
고추가루는 나의 친구가 직접 시골의 친척 분에게 부탁해 고추를 기르고
그것을 집으로 가져와 손수 불타는 태양아래서 정성 들여 말려 만든 것이였고
고추장은 이곳에 도착해 힘들일 많았을텐데 틈틈히 짬내어 친구들 주려고
정성들여..(눈물,콧물. 기타 등등 다 집어넣고..) 사랑으로 담은 것이라 말을 전했다.

나는 지금 이 나이까지 고추장 된장 간장... 이런거 할 줄 모른다.
예전에 어머님이 만드시는 모습만 머리에 남아 있을뿐...
고추장을 사다 먹은지 너무 오래다.
지금 기억으론 아주 오래전에 큰언니가 가끔 고추장을 담아 주었던것같다.
그리고 미국으로 온 후로는 한번도 직접 손으로 담근 고추장을 먹은 기억이 없다.
그런 나에게 친구가 손수 만들어 보내온 고추장은 너무도 귀한 것이였다.
부엌 카운터에 올려놓고 지난 일주일 통만 바라 보았다.
아까워서 맛도 안보았다. 그저 바라 보는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오늘은 아침에 가게 나가며 야무지게 다짐했다.
저녁엔 친구의 고추장에 오이찍어 먹어야지...
늦은 시간에 집에 돌아와 오이를 네쪽으로 가르고...
고추장을 통째로 상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 마음을 경건히 가다듬고.... 고추장 통을 열었다. 너무도 귀한 것이라 그런지..
약간의 손떨림도 있었던것 같다.
힘있게 오이를 고추장에 꾸우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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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야~~~~~고맙다....
고추장 떨어질때쯤 다시 벙개 하자..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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