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의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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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음식이나 냄새에서 가장 많은 기억이 떠오른다고 한다.

나에게도 음식이나 냄새,

또는 장소에서 떠오르는 기억이 없진 않지만

음악에서 가장 많은 기억이 떠오른다.

 

유년 시절 잠이 깨면

유성기에서 흘러나오던 일본 노래는

그 시절 젊고 화사한 엄마 모습과

커다란 방에 이불을 펴고 동생들과 함께 잠자던

장롱과 삼면경이 있던 우리 집 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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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의 노래들은 갓 입학했던 여중 시절이.

토셀리의 세레나데나 솔베이지의 노래 등,

300곡 명곡이 실린 노래책에서

여고생이던 이모에게 배워 부르던 때

내 어렸을 적, 부엌 옆 작은 골방이 떠오른다.

 

대부분의 팝송에서는

그 시절, 우리들이 만나곤 했던 다방과

짧았던 청춘이 생각나서

마음이 아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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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을 듣기 시작했을 때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에 빠져있었다.

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친구 집 근처에 살고 있던 친구 언니 집이 비어서

빈 집을 지키며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을 들었다.

 비스듬히 누워, 한 팔을 높이 들고 듣던

친구와 나의 모습,

용돈으로 산, 카라얀 지휘의 LP복사판을 듣고 또 들어

1악장 마지막 부분에선 긁혀 튀던 곳을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그 밤, 버스 타고 집으로 오던 때

창문으로 불어오던 숲 향기 가득한 바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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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 랄로의 <스페인 교향곡>

슈만의 <유랑의 무리> 등은

종로에 있던 클래식 음악 감상실, <르네상스>로 나를 데리고 간다.

 

4층에 있던 르네상스로 가려면

팝송이 흘러나오던,

젊은이 들이 와글거리던 2층 칸토 다방을 지나고

3층엔 어른들이 주로,

그래서 가요가 흘러나오던 <>다방을 지나쳤다.

 

그리고 르네상스에서 우연히 만났던

친구의 사돈과 그 친구.

3년이나 나를 좇아다녀 공포를 주었던

히스클리프라 별명 부쳐 준, 공대생도.

 

이런 기억들은 단편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돌려 논 필름처럼, 비디오처럼 죽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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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봄부터다.

 

듣고 싶은데 곡명이 생각나지 않아서

듣지 못했던 팝송을 드디어 생각 해 내었다.

 

이 노래를 들으며 나는 다시 아련하고, 아릿한

추억으로 걸어 들어 가

살짝 눈물이 맺히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