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지부 | 포토갤러리 | - 게시판담당 : 33.허민희
인일의 정신을 드높히는 해외동문들을 위한 공간입니다.
샌 루이스 오비스포를 좋아했던 그녀....
그녀, K를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
부엌 수리를 하게 되어
먼지 나는 집을 피해
친구와 둘이 가볍게 길을 나섰다.
프리웨이 101을 타고 북으로.
목적지는 피스모 비치.
흐리다가 개다가 약간 비도 뿌리는 날
약간의 설렘을 안고,
가볍게 떠나는 여행길
산과 들은 어디나 촉촉한 노랑. 연두. 초록의 물결이
길 떠나는 자들의 입가에 감탄과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세 시간 가량 달려서
샌 루이스 오비스포에 당도했다.
8년 전, San Luis Obispo에서
샌 루이스 오비스포(San Luis Obispo)
수 년 전에, 이곳 샌 루이스 오비스포에서
그림 친구들과 일박을 하며
미션. 뮤지엄, 기념품 가게, 버블 껌 앨리 등,
시내를 샅샅이 구경하며 돌아다닌 적이 있는
참 좋았던 추억이 있고
또 하나, 그녀 K는
샌 루이스 오비스포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했다.
대학 시절을 이곳에서 보낸 K는
샌 루이스 오비스포 근교를 모르는 곳 없이 잘 알고,
고향처럼 좋아한다.
초등학교 때 이민을 와서 한국말도 잘하고 영어도 완벽한데
블로그를 하다 보니 한국어 문장력까지 완전하게 잘하게 된 K가
얼마나 좋겠냐고
친구와 서로 얘기를 했다.
돈을 더 지불하여 업그레이드 한 바다가 보이는 방으로
체크인을 하고 들어갔다.
문을 열기만 하면
파도 소리가 들리고
바닷물이 밀려들어오고 나가는 것이 보이는 방.
가끔 그런 곳에서 머물고 싶다는 꿈을 꾼적도 있는 그런 장소.
우리는 서로에게 말했다.
가끔은 나 자신을 위해 이런 호사도 필요하지 않겠냐고.
베란다에서 즐기고 있는데
k에게 전화가 왔다.
몹시 의외였다.
그녀의 고향 같은 곳에서
그녀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는데
그녀에게 전화가 걸려 오다니....
전화는 거의 처음으로 받는 것 같다.
가볍게 서로 안부를 전하고
집에 돌아가서 전화를 걸어달라고만 하고 끊었다.
K는, 바쁘게 일하는 중에서 틈을 내어 생을 관조하기 좋아하고
여행도 좋아하는 분이라
또 전에 함께 여행한 적도 있어서
혹 여행 계획이 있나보다 라고 생각했다.
언제, 어디로 갈 계획을 가지고 있을까...
전에 요세미티와 소노마 카운티 와이너리 등
일주일 여행이 얼마나 멋졌던가!
저녁 바다를 산책했다.
날이 흐려 일몰은 볼 수 없었지만
베란다로 내다보이는 바깥은 불을 피워 따스하게 보였고
밤바다는 칠 흙 같이 검었다.
아침 바다를 다시 산책하고
느긋이 첵 아웃을 하고
우리는 겜브리아로 향해 차를 돌렸다.
작고 아담한 도시 Cambria....
무지엄과 캘러리가 많고, 온갖 꽃이 피어나는 작고 예쁜 도시.
친구들과 몇 번이나 오려고 계획 세웠다가
오지 못한 곳이고 보니, 더욱 정이 갔다.
기념품 가게에서 맛있는 음식점을 소개받아 간 곳은
허름하지만, 맛은 좋았고
값은 결코 싸지 않은 곳이었다.
캠브리아. 모로베이. 아빌라 비치를 거쳐
솔뱅으로 해서 돌아왔다.
저녁에 K에게 전화를 하나 받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에 통화가 되었다.
무슨 얘기일까 몹시 궁금했던 내게
그녀가 갖고 온 소식은 병에 걸렸다는 것이었다.
정말 너무나 기가 막혔다.
오십 초반에 능력 있는 회사원으로 일하며
지금까지 잘 살아왔는데
암이라니....
그것도 거의 4기라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좌절하지 않고 열심히 치료에 전념할 테니
기도 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아아...그녀를 생각하며 눈물 흘린다.
부디 그 마음 흔들리지 않고
체력을 유지하며 잘 투병하기를
그리고 함께 여행 할 날을 소망한다.
Cambria.....
Adagio from Fantasy for a Gentleman/ Patrick O'Hearn
8 월 16일 오늘
그녀, K가 52세 생일을 막 지나고
하나님 품으로 떠났다는 소식이다.
며칠동안 그녀 생각이 떠나지 않았는데....
이렇게 빨리 갈 줄은 몰랐고
사람의 육체란 것이, 작은 균에 의해 이렇게 쉽게
허물어지다니.
닉네임이 하얀불이었던 그녀에게 안녕을 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