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지부 | 포토갤러리 | - 게시판담당 : 33.허민희
인일의 정신을 드높히는 해외동문들을 위한 공간입니다.
비 내리는 날, 즐거운 추억
비가 내리고 있다.
Heavy Rain이라는 예보대로 제법 세찬 빗소리가 들린다.
마음속까지 두드리는 듯한
소리, 소리....
거실에서는 넓은 유리창으로
방 안에서는 가끔씩 커턴을 들치고 비오는 바깥을 본다.
비 내리는, 행복한 날.
집에 있어도 좋고, 드라이브를 해도
찻집에 앉아있어도 좋다.
맘 맞는 친구와 담소를 나누면 더욱 좋겠지만.
따져보면,
비를 좋아하게 된 것에 이유가 없진 않다.
보통나이로 7살 적, 1학년 때
엄마는, 엄마가 쓰시던 망가진 일제 양산 살에
포프린 천으로 씌워
예쁜 우산을 만들어 나에게 주셨다.
1950년대 후반, 물자가 넉넉하지 않았던 시절에
바느질 솜씨 좋은 엄마 덕에 늘 예쁜 옷에
내 우산까지 가질 수 있었다.
아무도 그런 우산을 쓰고 다닌 아이가 없이
특별한 나만의 우산이었는데
어느 날, 학교에서 깜박 잊고 가져오지 않아 잃어버렸다.
참 아까운 우산이었다.
이게 맞는 기억일지 모르지만
그 당시
초등 1학년 국어 교과서에
‘나는 나는 갈 테야. 연못으로 갈 테야.
동그라미 그리러 연못으로 갈 테야.‘
이런 동요에
비가 내리고 있는 연못에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고
옆에는 동그스름한 얼굴의 아이가
연못을 드려다 보고 있는 삽화가 생각난다.
그 동요와 삽화는 나를 울렁거리게 했고
나이 들어도 가끔 생각이 난다.
그래서 나는 비오는 오늘
비가 떨어져 동그라미 그리고 있는 수영장을 들여다본다.
어떤 때는 우산 쓰고 호수를 한 바퀴 돌아볼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하지만
언제나 생각으로 머물고 만다.
그러나 언젠가는 실행하리라.
오늘 아침에 4살 된 손자, 지오 학교에서
우산과 장화를 신고 오라고 했다.
아마 비오는 날 체험 학습을 하려나 보다, 생각하면서
나의 여중 때, 즐거웠던
비 옷 생각이 났다.
중학교 2학년 때, 어느 날
아버지는 아버지와 친분이 있으신
시내 양품점에 나를 데리고 가셨다.
그곳에서 비즈가 달린 앙상블로 된 회색 가디건과
짙은 파란색, 곤색 레인코트를 샀다.
(요즈음은 곤색을 감색이라고 하는데 마음에 안 든다)
색깔은 내가 고른 것이었다.
거기다 곤색의 장화까지 사서 신었으니
비오는 날이 어찌 좋지 않았으랴.
비가 자주 오는 한국에서
레인코트 입고 우산 쓰고
예쁜 장화까지 신고 학교에 갈 수 있었던
그때부터, 아마
나는 비 내리는 날을 좋아하게 된 것일 것이다.
바람 불고 비가 세차게 내리는 바깥을 보면서
나는 흠뻑 비의 서정에 잠기고 있다.
모처럼 찾아와 느끼는 - 비 내리는 날의 공명^^
한국도 오늘 비내리는 날입니다.
오전에는 펄펄 눈이 내렸는데, 오후가 되면서 습기 가득한 비로 바뀌었어요.
손열음의 사뭇 빗소리 텃치...
선배님 특유의 섬세한 사진들...
낮은 목소리의 글을 읽기 시작하면서 ...
제 가슴 속엔 이미 바로 그 노래
"... 동그라미 그리러...." 곡조가 차오르고 있었는데요 ^^
맞아요. 초등학교 1학년 때 노래...
비내리는 날... 방과 후 혼자 우산쓰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물웅덩이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 그날 학교에서 배운 노래처럼 -
정말 동그라미를 그리는 걸 발견한 꼬마... ^^
신선한 발견에 사뭇 더 즐겁게 "... 동~그라미 그~리~러~..."를 부르던 초등신입생 꼬마....
50-60년 전 제 자신의 생생한 모습도 새삼 되찾아 바라보게 해주신 감동의 독후감입니다. ^^
서정 가득한 글과 사진.. 섬세한 선곡.. 모두 감사드리며.....
수인 선배님.
올해는 비가 아주 많이 오네요.
다행이예요.
많이 가물어서 걱정이었는데...
선배님 글을 보니.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내셨네요.
레인코트에 우산에
저도 비 오는 날이 좋아요.
아무 것도 안 해도 될 것 같은 느긋함이 보너스로 느껴지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