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3월X일쯤에 있었던일이야 이민와서 한 10개월이 지났고 우리큰애가 초등학교1학년때일이다 그때만 해도 동양인이 드물어서 어쩌다 거리에서 검은머리만 봐도 반가울때였다 학교에 동양애라고는 홍콩에서온 몇명의 애들과 한국애라곤 이곳에서 테어나서 자란 5학년짜리 여학생 하나와 우리애 둘뿐이였다. 그런데 우리아이에게 유일하게 도움을 줄줄알고 큰기대를 했던 그 여자애가 한국말을 거의 못하는것이였다. 집에서도 영어로 의사소통을 한다고.... 이민 초창기 우리보다 15여년전 지사직원으로왔다가 이곳에 영주하면서 태어난 애라고 한다 그때만 해도 한국사람 가뭄에 콩나둣할때니 자연 영어권에서 자라 이해가 가긴한데 난 이런 가정보면 대개 존경스러워. 엄마영어 실력이 얼마나좋으면 집에서도 영어로 의사소통을.... 난 여지껏 20 여년을 이곳에 살면서도 한국말로 꿋꿋히 버텨나가고 있는데... 다행히 학교에서 매일 통신문을 프린트해서 애들편에 보내주어 대강 학교 돌아가는 소식은 알수가 있었다. 그날은 학교에서 피크닉을 가는날이었다 이곳 초등학교에선 소풍이나 견학을 갈땐 부모로부터 데리고가도 좋다는 동의서에 부모가 싸인을 해줘야만 어디든 갈수가있다. 큰녀석 소풍가는데만 너무 열중하여 싸인 받아가는걸 잊고간모양 나역시 이곳 생활에 익술질 않아 그만 깜빡 잊어버렸다. 그날따라 볼일이 있어 난 일찌감치 외출을했고 집에는 호주에 다니러 오신 친정어머니 혼자 계셨다. 우리 엄니 나한테 늘 불평하시는말 집에 혼자 계실때 젤 겁나는게 전화벨 소리란다. 안받을수도 받을수도 없는 그런 딱한상황!! "핼로우~~"상대방에서 말을 걸면 그때부터 입이딱 달라붙는다고... 당근이지! 나도 그당시엔(지금도) 전화벨이 젤 무서울때였으니깐, 충분히 엄니의 고충을 이해하고도 남는다. 그래도 몇달 우리랑 같이 지내다보니 많이 발전하셔서 혼자계실때 가끔 용기를내서 전화를 받으셨던 모양. 혹시 밖에나가있는 집안식구들한테서 급한연락이라도 올까싶어서.. 전화벨이 울려서 우리 엄니 전화를 받아보니 핼로 아줌마라 우리엄니 영어스타일로 "쏘리 노 스피크 앵글리쉬"하고 끊어버렸겠다 곧이여 다시 전화가걸려와 이번엔 신경질 조로 "쏘리! 노 잉글리쉬...." 그 말이 체 끝나기도 전에 손주놈의 숨넘어가는 목소리로 "할머니 학교에 빨리와. 나 지금 소풍 못 가구있어" 우리 엄니 너무 놀라서 금쪽같은 내손주 뭔일 생겼나 싶어 대강 옷매무새 고치고 학교로 달려갔데 이민 초기에 한 삼년은 '맹모 삼천지교'를 교훈삼아 바로 길건너 학교앞에 살았었거든 그래도 먼훗날 자식들에게 너희들 땜시 이민왔다고 이민의 핑계를 애들교육에 묶으려고.. 밖에나와서 발 동동구르고 기다리는 손주놈의 손에 이끌리어 교무실로 들어갔더니 호주할머니가(교장선생님) 아~주 반기면서 "@#$%&**@#$%@##$%&....." 하는데 알아 들을수가 없드란다. 손주녀석이 그래도 몇달 학교엘 다녔다고 옆에서 통역을 하는데 이 종이에 싸인을 해야 자기가 소풍을 갈수있다고 .... 엄니 생각에 싸인이란은게 이곳서 인감 도장이나 마찬가진데 함부로 싸인했다 잘못이라도 되면 어쩌나..... 이민와서 자리잡느라 정신없는 막내딸래 누라도 되면 어쩌나... 은근히 걱정도 되는데다 원래 싸인이라는게 영어로만 써야 되는걸로 안 70넘은 순진한노인네에겐 보통 큰문제가 아니였다.. 손주보고 "할머닌 영어를 못쓰는데..."어떻게든 이 위기를 모면하려고 하는데 눈치 없는 손주놈은 소풍가는 마음에만 급급하여 발을 동동 구르더란다. 손주놈 한참을 골돌히 생각하드니 생각난둣 다급하게 한마디.. "할머니 그냥 동그라미나 가위표해도돼" 어찌 그런 아이디어가 떠 올랐을까? ... 동그라미 ,가위표(O X)이것또한 영어 알파벹이 아닌가? 역쉬 이닐의 피를 이어받은 우리 큰아들! 그보다 더 한수 위이신 이닐의 딸을 낳으신 우리 엄니! 동그라미 보다는 가위표가 나중에라도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싶어 싸인란에 가위표(x)를 했다고 하드라 원래가위표는 난 이거 절대인정 안한다는 강한뚯도 내포 된것아니니? 그래도 그 싸인을 인정한 교장선생님은 어떻구? 어거스틴 교장선생님 대단한 분이시라는것 나도 인정해. 암튼 우리아들은 무사히 즐겁게 소풍을 다녀왔어. 그 이후로 우리가 엄니에게 훈장처럼 붙여진 별명 !! "마담 X" 이런말 폭로해서 하늘나라에 계시는 우리엄니 삐치시는것 아니지 모르겠네? 괜찮지 엄마?? 고인의 명복을빌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