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예찬



   나는 지금 최고로 행복하다.....................!
그런데 이 행복이라는 것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나 제한이
없는 관계로 시간이 조금 더 흐른 뒤,
나는 또 다시 의미나 깊이가 다른 똑같은 이 말을
지껄이게 되는 통에 남편으로부터
"당신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여자"란 소리나
"정말 한심해"하는 표정을 지어 보인다 해도
못들은 척 못 본 척 돌아서며
"당신이 내 마음을 어떻게 알겠수? 내 마음 나도 잘 모르는데,,"

결혼생활의 횟수를 더하며 젊음의 진기가 빠져 가는,
균형 잃은 남편의 벗은 몸매나 자는 모습을 들여다보다
의리에 죽고 사는 동지애라든가, 믿음과 신뢰 같은 것들이
뭉클 솟아 혼합되며, 무엇 모르고 마냥 좋기만 했던 시절에,
격정의 파고 듬이 아닌 편안함을 찾아 남편가슴에 머리를 묻는다.
그의 체취를 마음껏 들이키고 음미하다가 ,
문득 나만 잘났던 그 시절 구호처럼
"별거하자!" "이혼하자!"했을 때 참아주지 않고서,
"그래!  네 소원대로 해라." 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그랬었다면 지금의 내가
어떻게 최고로 행복하다고 감히 지껄일 수가 있을까?  
등골이 오싹해옴에 진저리친다. 더욱 뜨겁게 안겨 들며
이 순간까지 부족한 나를 마다 않고 사랑해 주었음에
그만 뜨거운 눈물이 촉촉이 배어 나와 번진다.

변화무쌍한 사계절과 같은 인생 길을 살아가면서도
내 본의의 생각은 심한 착각을 일으켜 결혼관이나 부부관,
아니 인생관마저도 마냥 좋은 한 계절의 날로만
한정하고 고집했던 까닭에 그렇게도 지지고 볶았다.
무던히 시달리고 앓고 난 뒤에야
풍화된 바위덩이처럼 둥글게 되어 비로소
모든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 뒤에는
이십 여 년을 고이도 감추고 키워왔던 내 순정을 온통
달뜨게 해서 잠 못 이루게 하고, 그 정들었던 모든 것을
일시에 내던지며 뛰어들게 해놓고 나를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나 줄 것처럼,
매력덩어리, 아니 마력뭉치(?) 그 자체였던
남편이 투정 심한 두통거리 큰아들로 변해 버티고 있다.

살 것이냐?  죽을 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그것이 문제인 채로 계속 살다보면 가끔 아니 어쩌다 한번쯤은
이 세상 그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그대인 까닭에
그만 내가 죽고, 접고 살다보면 부인과 가정에
충실치 못한 돈 많다는 트럼프도, 찰스 황태자도,
결혼 한번 못(?) 하신 한국의 석학이신 K박사님도,
야한 여자가 좋다는 M교수님도,
내겐 별 볼일 없는 사나이들일 뿐.

호시탐탐 편하고 밖으로 나돌 궁리 찾고,
씨도 안 먹히는 어거지로 내 가슴 치게 하고,
생각지도 못한 일 저질러 내 속을 홀딱 뒤집어 놓는 통에
때로는 웬수 같은 남편으로 돌변해도
나는 야 네가 좋아! (어머? 이 여잔 배알도 없나봐!)

밉던 곱던 그래도 오늘까지 나와 더불어 아들과 딸에게
난파선을 타지 않게 지켜주신 우리의 선장님께 건배를!!!
자기 말 마따나 하늘같은 서방님이 되어,
행복을 쏟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저 혼자 넘어지고 엎어지게 해서
가난하고 작은 자로 새로 태어나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알고,
내 스스로 행복을 찾아 느끼도록 길 드리신 수단 좋은
내 낭군 김정현씨! 내 안에 영원하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