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살다보면 본의 아니게 우등생과 열등생으로 나뉘어지게 된다.

(유 명선: 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
ㅎㅎ 고새 명선이 와서 댓글 쓰고 갔네.. 이제 글 시작인데.. )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어떤 변명같은 걸 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그저 나에게 주워진 운명에 감사하는 마음에서 글을 쓴다.

송학이가 이곳에 다녀간 지 벌써 두주가 되어간다.

대선씨와 송학이가 이곳에 머무는 동안 많은 추억을 만드려고
하고 싶다는 건 모두 하게 해주려고 노력했지만
돌아가고 나니 서운한 마음 천지다.

공항에서 헤어지면서 둘은 무엇때문에 울었는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헤어졌다.

공항을 서둘러 빠져나와 차에 시동을 걸고
한참을 멈추지 않는 눈물을 닦아 내느라 출발을 할 수가 없었다.

학창시절이나 지금이나 별로 말이 없는 송학이.

그리고 혼자 이 소리 저소리.. 그저 주절거리는 나..

둘이 너무도 다르지만 어떻게 우리가 코드가 맞아
지난 세월을 친구라하며 살았는지 아무도 모른다.

맞다.. 우리 둘사이에는 연결 고리가 있었다.
지금은 송학이의 남편이 되어있는 옆집 김 대선
바로 그 ㄱ ㄷ ㅅ 이 우리의 연결 고리이다.

송학이가 이곳에 머무는 동안 참 많은 웃음을 웃었다.
그중 지금도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나오는 일이 하나 있다.

동창회 신년파티가 끝나고 용순 언니가 캐나다로 떠나기 바로 전 날
우리는 식탁 주위에 앉아 도란 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얘기가 무르익어 갈때쯤
학창시절 성적에 대한 이야기가 우리의 대화주제로 떠올랐다.

그 자리에는 내 딸과 딸의 친구가 같이 있었기에
한참 열받기 시작하는 용순언니에게 발동을 걸고 싶었지만
그때는 이미 늦었음을 알았다.

용순언니에게 내가 어릴때 가끔 백만불짜리 주둥이라고 부른적이 몇번 있다.

내가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이
용순언니에게 걸리면 여지없이 만천하에 공개된다.

옆에서 사태의 심각함을 눈치 챈 송학이가
서둘러 언니의 대화 진행을 저지하려 했지만
한번 발동이 걸리면 신 오른 뭐 마냥
동생의 비리를 모두 까발린다.

한참 언니의 얘기를 듣고 있던 딸 고은이가

근데  송학이 이모!!!
왜 이모는 공부를 잘 했으면서 엄마랑 친했어?  한다.

이 말에 용순 언니 대꾸한다.
야!!! 고은아... 이모도 서울대 다닌 친구하고 제일 친했어. 하는 말에
모두 박장대소하고 있는데....

갑자기 옆에 있던 고은이의 친구

야!!! 너~~~~!!! 고은이~~~!!

그럼 너 왜 나랑 노냐??

이렇게 말하는  그 아이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너무도 당황한 딸 고은이... 아무 말도 못한다.

잠시 찬물을 끼얹었던 우리의 식탁에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다시 또 웃음이 끼어들었다.

시간이 조금 흐른뒤에 변명아닌 변명을 늘어놓았다.
나는 송학이가 공부 잘하는지 몰랐다고 말이다.
만약 송학이가 공부를 잘하는 걸 알았다면
아마도 내가 같이 놀기를 거부했을 것 같다.

대학 시험을 보는 날까지
송학이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고 있었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매일 버스를 같이 타고 다니면서도
송학이에 대한 나의 관심사는 공부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것들이였기 때문이다.

가끔 딸 고은이가 불평아닌 불평을 늘어놓곤 한다.
엄마하고 자기 친구하고는 붙여 놓으면 안된다고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을 저지른다고...
그 아이는 이번 신년파티에 돌아가지 않는 나의 허리를
인내심을 갖고 연습을 하게 하여 굳었던 허리를 돌아가게 만든 장본인이다.

고은이가 뭐라 하던 나는 고은이 친구가 좋다.
학교 성적도 나와 비슷 비슷.. ㅎㅎ
하는 짓도 주위 사람을 당황케하는 일만을 일삼고..

우리의 운명은 이미 태어날때 정해진 것..

우등생은 우등생의 삶을 살아야 하고
열등생도 열등생에게 나름대로 주워진  남은 인생을 살아가야 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