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린 이렇게 산다오♡ 찬바람에 낙엽이 이리저리 떼지어 구르는 때가 되면 까닭 없이 허전하고 쓸쓸해지면서 꼭 꼬집어 낼 수 없는 묘한 불안감이 해를 더 할수록 증폭되어 몸을 휘감으면 나도 모르게 진저리치며 따끈한 온돌방과 뜨끈한 국물 생각이 간절하고, 시린 손 호호 불며 군밤, 군고구마 ,까먹던 풍족치 못했던 지난 시절의 많은 추억들이 문득문득 생각나는 것은 무슨 연유인지 모르겠다. 그러면서 늘 느끼는 것은 풍요로웠던 경험보다 풍족치 못했던 경험이 더 많은 위로와 희망과 용기를 준다는 것이다. 남편이 30대 중반에 뛰어든 세탁소 고작 1년 반의 경험으로 머지않아 고층아파트 빌딩들이 들어선다는 그럴 듯 해 보이는 영 거리에 새로이 터를 잡고 기계를 넣었다. 2년 안에 들어선다는 빌딩들이 6년이 지나고 남편이 아파서 가게를 팔 때쯤에야 땅을 파기 시작했으니 자체 내 수입으로는 빌려온 돈을 갚을 수 없어 홀 세일을 시작하니 쌓이고 밀리는 물량에 시간 맞추어 내보내느라 눈만 뜨면 일이요, 밥 때도 쉴 때도 없이 일에만 묻혀 살았다. 오죽했으면 세 손가락 모아 쪼물락거려 뭉쳐 먹는 셔츠 다리던 인도 사람들의 점심을 얻어먹기도 했었을까?. 갓난 사라와 어린 죠셉을 데리고 어떻게 그렇게 지내왔는지 꿈만 같다. 힘과 젊음만 믿고서 40대 중반까지 사업확장에 , 남들도 산다는 집을 우리도 사서 힘겨운 몰게지 까지 업고서, 일이 이기나 사람이 이기나 경쟁하다가 결국 남편이 부셔져 병원에 입원을 하고서야 얼마나 멍청하게 살아왔는지 반성했다. 지내온 삶을 재정비하면서 위대한(밥통 큰) 사람들답게 "먹는 것이 힘이다. 식욕은 체력이요, 체력은 곧 부력이다!"고 구호를 내걸고 오늘날까지도 잘 잡수어 대지만 50이 넘어서는 먹어서라도 버티어 보려는 그 힘마저도 전과 같지 않다. 불황이 시작된 5년 전부터인가?, 찬바람이 불기시작하면 전날 저녁의 국이라든가, 찌개 아니면 특별 요리했던 것을 따끈한 밥에 얹어 가게로 나오는 동안 차안에서 위대한 사람들답게 걸찍한 아침식사를 해결한다. 어느 날 운동 때문에 학교에 일찍 가느라 합승한 죠셉, 입에서 냄새날까 깔끔 떠는 녀석이 냄새가 구수했던지 "엄마, 한 숟갈만!" 하길래 통째 넘겨주니 서너 숟갈 연거푸 먹고선 "엄마 아빤 매일 아침 맛있게 잘도 먹는 구만, 그런데 그릇이 안 좋아."하니, 남편이 것 보란듯이 쳐다본다. 이민, 결혼생활 19년에다 세탁소 15년 경력은(?) 바쁘게 돌아가는 하루를 어떻게 쪼개 요령 있게 살아가나 연구하는 것밖에 없는 것 같다. 남편도 그만큼이나 함께 살았으면 눈치껏 살아줄 만도 한데 다음에 더 늙어서 어떤 대접받으시려고 점점 간덩이만 키우시는지, 날이 가면 갈수록 챙기는 것에 주문도 까다롭다. 이런 남편에게 두부 통에 아침식사를 대령하기까지 전혀 문제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어느 날 꼬리곰탕에 깍두기를 얹어 넣으려고 그릇을 찾다 두부 통이 보이 길래 담아들고 차에 오르는 순간 "내가 거지냐? 개냐? 웬 두부 통을 들고 나오는 거야! 차안에서 먹는 것도 편치 않은데, 날이 갈수록 점점 더 형편없이 구네. 나 안 먹어!" "여보, 국물이 없는 날은 접시건 대접이건 상관없지만 국물이 있는 날은 두부 통이 제격이야, 저번 날 대접 엎은 거 잊으셨우? 맛만 있으면 되지, 그릇 가지고 왜 그래? 자! 한 숟갈만 드셔 보소서." "기분 문제야, 좌우지간 난 안 먹어." "당신 배불러? 화나면 이것도 저것도 안 해 줄까 부다"하다가 확 부아가 치밀며 "그토록 기분에 체면 격식 따지는 사람이라서 잠자리에서는 지 맘대로야! 당신은 남의 기분 생각해 본 적 있어?" "야! 누군들 잘해 주고 싶지 않아서 못하냐? 피곤해서 그렇지." "피곤? 당신만 피곤해? 피곤 피곤하면서 피곤해 잠든 사람은 왜 건드려 깨워 놓고 당신 볼 일만 끝나면 매너 없이 코 골고 그래?" "너는 나 귀찮게 군 적 없냐?" " 그래서?, 내가 귀찮게 군다고 몇 번이나 움쩍 거려 봤어? 침대만 들어가면 자기가 무슨 성인 군자 양반인 것처럼 , 어허 왜 이래? 피곤하다, 자자,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야지."하며 등 돌리는 통에 무안하고 자존심 상해 , 나도 내 마음에 빗장 건 지 오래 됐네. " 목소리가 점점 높아진다. "이거 아침부터 왜 또 이렇게 쨍쨍 이야! 고만하고 밥이나 먹게 두부 통 내놔!" "헹! 번번히 참패당하면서 도전장은 왜 날리는지 몰라. 없네요 없어." 이런 아침엔 혼자서 마구 퍼 넣지만, 많은 날들은 사랑 나누듯 한 숟갈씩 서로 떠 넣어 주기도 하고, 식사가 일찍 끝나면 신호 대기 중에 디저트로 상큼한 뽀뽀까지 곁들인다. 행복이 따로 있나?? 뭐!. .... 비즈니스란 B자의 시작부터 빚에 쪼들리고 불황으로 가게 셋을 잃었지만 뱃심으로 다시 일으켜 세우고 가다 보면,,,,, 어차피 잊을 것일랑 미련 없이 이민열차 연기와 함께 날려보내고, 오늘도 힘있게 달리기 위해 기적을 울린다. "빠__앙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