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벙개 디-데이 이다.

잠꾸러기 영자 아침 잠 설친다.
며칠전부터 스을슬 걱정이 밀려온다.

선배들이나 남자 만날때는 결코 이렇게 긴장하는 영자가 아닌데
왠지 후배들은 더 조심스럽다.

지금 현재 시각...벙개 4시간 30분전

허 부영이는 이미 아침 일찍 모든 준비 다 끝내고
직장에서 근무하며 시간만 되기를 기다리고 있겠고

오 신옥이는 아마도 지금쯤
미장원으로 향하고 있을 시각이다.

그런데 영자...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머리가 띠익띡 아프다.
스트래스로 하나 둘 들어오는 손님도 구찮다.
일도 손에 안 잡히고 고민만 하고 있다.

후배들에게 늘어진 뱃살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아침에 출근할때 배통 가리개를 두르고
아침도 굶을 작정으로 출근하여
불편한 호흡 조절하며 컴앞에 앉았으나
갑자기 배가 고파온다.

콜셋으로 온몸을 둘러 싸고 있으니 앉아 있기도 불편한데
배가 고프니 뭔가를 먹어야 하겠고...
참으로 미칠 노릇이다.

도저히 참지 못하는 영자
냉장고 열고 찬밥 꺼내어
뜨거운 물에 말아 김치와 함께 한그릇 뚝딱한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배는 점점 거북해온다. 미친다...
벙개는 왜 한다고 큰소리치고
이리 스트래스를 받고 있는지..

배 부른거 까지는 그래도 용서가 된다.
가게 끝내고 부시시한 모습으로 벙개 모임 장소에 가면
보나마나 후배들 디카 들이대며
사진 찍는다고 난리를 칠텐데...

실은 영자가 한국 떠나기전
여러 사람 못살게 하고 몰래 도망나온 처지라
영자의 피둥피둥하게 살이 오른 얼굴이
총동에 떠오르면 빚 독촉 전화가 빗발 칠터이고...

거기다 생긴거라도 조금 봐줄만하면
디카에 얼굴을 디리 밀겠지만
영자의 인물사진이 총동에 떠오르면
하늘을 찌르는(??) 영자의 인기(??)가
땅바닥에 나둥르러질터이니... 참으로 난감하다.

후배들에게 협박이라도 해서 사진찍기를 거부하리라고 마음먹어 보지만
어제 송 미선 언니의 말이 자꾸 마음에 걸린다.

영자가 사진을 찍으면 사진에 영자가 안 박히는 수가 있다며
영자는 사진도 찍지 말라 하셨으니 이 일을 어찌한다 말인가.

직업이 찍사인 영자가
카메라 하나 믿고 십여년을 살며
고객들을 떡주루르듯 했건만
이렇게 사진 찍히는 것이 두려운 줄은 오늘에야 처음 실감한다.

오늘도 세상은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실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