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밤은.....

여보! 오늘아침엔 갑자기 서러워져서,
이 세상에서 나의 영과 육을 몽땅 차지한
당신이 마치 나를 버리고 도망이라도 가시는 것 같은 안타까움에,
며칠동안 삭히고 삭혔던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며,
마구 눈물이 나와 가게까지 오는 동안 줄 곧 울고 말았어요.
가게에 들어서면서 거울을 보니
예뻐 보일까해서 화장한 얼굴에 눈물이 뒤범벅되어,
마치 도깨비 화상 같아 씁쓰리 웃고 말았지요.

여보! 당신이 작년에 아프고 나신 뒤부터는  피곤해도
아파도 나에게 미안해서 말 못한다는 그런 말들이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꽂혀 오고, 온몸의 기운이 썰물
빠지듯 빠지며 모든 사고가 허물어져 내려요.

당신은 늘 나에게 말하지요, "당신은 건강하고 두려움 을
모르는, 무엇이든 해내는 여자"라고....

당신이 그렇게만 생각하고 계시다면 큰 오해예요.
나도 다른 여자와 다름없이 치마 두르고,
당신의 모습이 조금만 흔들려도 갈피를 잡지 못 하는 여자인걸요.

만약 제게 당신과 다른 것이 있다면
하늘에 계신 아버지와 세상의 보호자인 당신이 있어
하늘과 땅에 든든한 빽(?)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이지요.
둘 중 하나라도 없으면 저는 지탱하지 못 할 거예요.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약하면서도 오래 산다고 하지요?
제 부족한 생각으론 말이죠,
여자들은 심신이 약해지거나 흐트러질 때마다
하늘에 계신 전지전능하신 분에 대한 신뢰심으로 견디는데 비해서

여자보다 강한 남자들은 인간적이고 세속적으로 이겨내려다 보니
담배와 술, 쾌락과 욕정으로 몸과 마음을 상하게 되어
수명이 단축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무엇이나 정해진 때가 있어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날 때가 있었으니
가야 할 때도, 아플 때가 있으면 나을 때도 있지 않겠어요?
뭐랄까? 피할 수 없는 운명 같은 것,

우리와 가까운 나이에 계시다 먼저 가신 몇 분을 생각해 봐요.
병으로 ,불의의 사고로 가신, P씨 부인, H씨, S씨,,,,, 그분들의 죽음은
우리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주었지요.
그래서 우리는 이제 서로 만나고  헤어질 때 인사가 "몸조심합시다." 그래요.

병들기 전에, 일나기 전에 조심하는 것도 중요하고,
병이 났을 때 의사를 의지하는 것은 더 중요하지만 더욱더
중요한 것은 시련 속에서도 주님을 두려워함이 아닐까요?

아들아! 네가 주님을 섬기려면 스스로 시련에 대비하여라. 네 마음을 곧게
가져 동요하지 말며, 역경에 처해서도 당황하지 말아라. 주님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시련에 대비하고, 그분 앞에 겸손할 줄 알며, 이렇게
말하리라. "우리는 자신을 인간의 손에 내맡기지 말고, 주님의 손에 맡기자,
그 분은 위엄도 크시고 자비도 크시다."(집회서)

여보! 전부터 늘 생각해 왔었는데,
말도 꺼내기 전에 당신이 거부감을 느끼실 것만 같아서 용기를 내지 못했어요.
당신을 사랑한다한다 하면서 인간적인것만을 나누었지,
하늘의 뜻을 아니 신앙생활을 함께 나누지 못한 이 못난 나에게  
아니 우리에게 당신을 통해서 믿음과 생활의 자세를 고치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달이 뜨면 밤이 되고, 해가 뜨면 아침이 된 것을 알 듯이 우리도
주위의 많은 형제 자매들을 보며 배워 가도록 합시다.

많은 분들이 죽음 가까이에서 믿음으로 새로운 삶을 굳건히 사시잖아요.
우리보다 더 극심한 고통과 번민속에서 일어나신 분들 앞에,
나와 당신의 좌불안석은 얼마나 창피한 일일까?
여보! 지금 이 순간부터 주님의 뜻이 무엇인지?
또 그것을 받아들이는데 주저함이 없는
당신과 내가 되도록 노력해 봅시다.

여보! 오늘밤은 우리 둘이 손잡고
주님께 찬미와 감사기도 드리는 밤이 되길 기도해요.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