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가득한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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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가득, 가득 찬 구름 구름들....

우리 집은, 거실에서도 하늘이 쉽게 보인다.


먼 집과 산 위로 가득 펼쳐지는 하늘.

볼 때마다 가슴이 툭 트이고 시원하다.

세상은 수런수런  불안하여, 긴장 되지만,

잠시 이 속에 있으면, 평화가 있는 듯하다.


비구름이 섞여있는 요 며칠은 

어두운 회색과 함께  운치를 더해준다.

비구름. 먹구름. 검은 구름....

먼 여행의 향수와 그리움을 더해주는 것들.


비와 바람과 구름...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스무 살 어릴 적에

나는 이런 것들, 

잡을 수 없는 이런 자연의 무상 함을 사랑한다고 말했다가

그 말에 심하게 질투하는 어떤 사람도 보았다.


헤르만 해세의 책을 여러 권 읽고 좋아했지만

헤세의 이런 시가 있는 줄, 스무 살에는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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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 헤르만 헤세



오, 보아라, 
잊혀진 아름다운 노래의 조용한 멜로디처럼
푸른 하늘 가를  계속  떠도는 흰 구름을.

긴 여행 속에 방랑의 슬픔과 기쁨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흰 구름을 이해할 수 없으리.

나는 태양과 바다와 바람과 같은
하이얗고 정처 없는 것을 사랑한다.

그것들은 고향을 떠난 나그네들의 
누이이며 천사이기에.


 어쩌면 이런 감성이 통했기에 

그의 글을 더 좋아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얗고 정처 없는 것들...'이라고?

그의 책 <지와 사랑>에서

유랑하며, 인생의 기쁨과 슬픔을 알아가는

골드문트를 생각나게 하는 글 구절이다.



여기 하늘은 대체로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파랗다.

그래서 언젠가 화가 애니는 

'여기 하늘은 보링(boring)해요' 하던 말이

하늘색이 너무 밍밍할 때마다 떠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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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비구름을 보면,

'검은 구름 하늘 가리고 이별의 날은 왔도다'....하는

노랫 말도 생각이 나고

비가 기다려진다.


네브라스카 오마하에 살 때,

맑은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면서

천둥 번개가 치고, 세찬 비가 

양동이로 쏟아 붙듯이 내려서

순식간에 길에 빗물이 가득했던 기억은

이제 추억 속 한 장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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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노을 속에 

부갠벨리아 꽃 사이로

넘어가는 해와 구름이 한 편의 시가 되는 사진은

언젠가 케티 뮤지엄에서 건진 것이다.





구름과 나 / 정연복

하늘에 구름
흘러 흘러가네


저 높이 하늘에 살면서도
하늘은 제 집 아닌 듯

나그네같이 유유히
흘러 흘러가네

있는 듯 없고
없는 듯 있는 저 구름은

있어서도
늘 흘러 만 가네.

구름 같은 것이
인생이라면

이제 나도
구름 되리라

있는 듯 없고
없는 듯 있으며

마치 이 지상(地上)은
내 집 아닌 듯

쓸쓸히 가벼이
흘러 흘러 가리라.



시인은 구름을 나그네에 비유했다.


욕심을 비우고, 집념을 버리고

유유자적 살아가는  멋진 인생......


그 분께 모든 것을 맡기면,

가볍고, 진정 삶이 편 할 텐데,

자유로울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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