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산하고, 뒤숭숭한 요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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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려고, 

우선 작은 카드부터 그리자 하고, 시작 하려는 데

문득 컴퓨터 선반 위가 어질러져 있는 것을 보게 되어

정리를 시작했다.


한 상자 안은 잡동사니로 가득 차 있었다.


식당에서 가져 온 듯한 사탕 두 알과 작은 메모지들.

치과 예약을 적은 카드. 씨앗이 담긴 봉투. 안경 닦는 헝겊. 

샘플 향수 병.

국가를 알 수 없는 동전들.  단추와 바늘까지....


그림 그리려는 것은 저리 가고

정리를 마치니, 두 시간이 가 버렸다.



집안을 청소하고

마른 빨래를  반듯하게 캐키는 집안 일도 좋고

음악을 듣고, 드라마를 보는 등,

일상을 여유롭게 살고 있다고 하지만,

어딘지 불안감이 감도는 요즈음.


친구는 "뒤숭숭하다"란 표현을 했는데

정말, 그 표현이 딱 맞는 것 같다.


요즈음 우리 동네는 센 바람조차  자주 불어

더욱 스산하다.

나무 가지가 흔들리고, 나뭇잎이 마당에 딩굴고

막 피기 시작한 레몬 꽃도 어지러이 땅에 떨어진다.

산불 걱정은 없다 해도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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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연일 코로나 19 바이러스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에게도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어서

해마다, 

오월에 아이 둘을 데리고 한국에 다녀오던 며느리가

올해는 4주간 한국 갈 계획을 포기했다. 

나는 6월에 북유럽 갈 계획을 연기했다.


4월에 있을 여고 동창회가 타 주에서 오는 동문들이 

거의 없어, 호텔 예약을 취소했다는 소식이다.

그리고 동창회에 이어 3.4일 간 하던 여행도 취소되었다.


나는 카와이에 갈 기회가 있었지만 

가지 않은 것은, 마음이 내 캐지 않아서 였다.

5월에 있을 조카 대학 졸업식에 가려고

보스톤 행 티켓을 사 놓았는데, 그 때는 괜찮아 질까.



경수 아들이 4월에 결혼식인데

한국에 계시는 신랑 아버지와 친척들이 무사히

입국 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도 있다.



수요일 아침, 

수요일은 라인댄스 하는 날이어서

나가려고 하는데, 마침 집에서 회사 일을 하던 며느리가

'안 가시면 안돼요?' 한다.

내가 가는 라인댄스는 중국 사람들의 클래스다.


중국 클래스이긴 하지만 여기 사는 중국인들인데,

그래도...해서 라인댄스에 가지 않고

대신 다니는 체육관에  가서 필라테스를 했다.


코로나19가 바로 내 곁에 온 실감이 난다고 해야할까.


가는 길에, 참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세상이 왜 이렇게 되어갈까?

갈 때도 돌아올 때도, 

라디오에선 아다지오 같은, 

쓸쓸하고 슬픈 곡만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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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초록으로 변해가는 앞 산을 바라보며,

일제 강점기, 끝을 모르는 암울한 시대에

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 가'라는 시가 생각났다.


이런 불안 불안 서성이는 시절에도, 

봄은 오고 꽃이 피고 또 지고 있다.


부산의 어느 화가는 꽃 소식이 오면 화구를 메고

달려가곤 하던, 일상이 그립다고 했고

친구가 보낸 글에는,

잠깐의 마을 나들이가

지하철의 북적임이 그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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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너무 답답하여

사순절 릴레이 기도 시간에도 기도하게 된다.


하나님, 세상이 불안하고 답답합니다.

세상의, 우리들의 죄악을 용서하시고,

이 땅을 깨끗하게 고치시어

모든 질병을 일으키는 것들을 물리치시며,

평화로운 일상이 우리 곁에 오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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