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흐드러진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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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소칸소 가든에 갔다.

바람 쐬며, 숲 길 산책하는 여유로운 시간이었고

벌써 지고 없으리라 생각한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어, 향기로운 꽃길로의 산책이었다.


생각해보니 작년 이 맘 때도 갔었다.

버지니아에 사시는 선배 두 분이 오셔서

동문 몇이 함께 사진도 찍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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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인적으론 한국의 동백이 좋다.

여기서 피는 건 거의 다 꽃잎이 겹으로 되었고

어떻게 보면 다알리아 꽃 같기도 해서

동백 자체의 은은하고 수줍은 듯 고상한 자태가 아쉬워

꽃잎이 홑인, 한국에서 피는 홑 동백꽃을 좋아한다.


사실 한국에서는, 동백꽃을 본 기억은 없다.

단지,겨울, 늦은 밤에

명동 거리 리어카에서 팔던 꽃이 생각난다.

주로 국화 꽃 송이에, 반짝이는 동백 잎을 바쳐

한 다발 묶어서 팔곤 했는데,

동백 줄기에 꽃봉오리나, 열매가 달려 있었던,

단지 진 초록색의 싱싱한 잎만 보았던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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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여 년 전, 한국, 거제에서

동백꽃을 처음 보았다.

쌀쌀한 바람이 부는, 초봄이었다.

햇살 좋은 곳에

노란 꽃 술을 단, 붉은 꽃이 신선했던 기억이 난다.


그 여러 해 후, 4월 울릉도에서 마주 친

선명하고 화사한 색의 동백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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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전북 고창 선운사 절의

동백 나무 숲은 천연 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그래서 인지 

많은 시인들이 선운사의 동백을 노래하고 있다.

언제가 될런지 모르나, 혹 봄에 한국에 가게 되면

선운사에 가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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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에서 /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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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조정래 작가의 책을 읽다가

동백꽃에 관한 구절이 있어서, 

메모 해 둔 것이 있어 옮겨 본다.



"동백꽃은 색깔이 붉되 야하지 않고 갈했고,

꽃송이가 크되 허술하지 않고 단아했으며,

시들어 떨어지되 변색하지 않고 우아했다.


그러나 동백의 절정의 아름다움은 낙화에 있었다.

꽃이 지되 벗꽃처럼 꽃잎이 낱낱이 흩어지지 않고

꽃송이 그대로 무슨 슬픔이나 서러움의 덩어리인 양

뚝뚝 떨어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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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년 말, 인기 있었던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동백(공효진 분)은

야하지 않고, 소박하며, 단아한 캐릭터여서

동백이라 했을까.


내 기억, 그리고 사진 속에선 울릉도의 동백꽃이 

가장 예쁘다.

바다 바람을 쐬어서 인지

그 색깔이 어찌나 깨끗하면서도 화사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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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에 핀 동백꽃.....






이제 완연한 봄이면

봄의 전령처럼 와서 봄 소식을 전하던, 

동백꽃이 눈물처럼, 뚝뚝 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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