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찍사라는 직업으로 생계를 이어가기 시작한지가 15년이 넘었다.

우연치않게 시작한 사진 기술로 우리 아이들 둘을 키웠다.
그러다보니 전문 사진인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요즘은 다른 사업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사진 사업은 유달리 힘이 든다.
디지털시대로 접어들면서 종래의 사진 사업이 사향길로 접어들기 시작하여
지금은 많은 소규모의 사진관들이 문을 닫았고
그래도 남아있는 사진관들마저도 모두 힘들어 하고 있다.

어찌어찌하다보니 요즘은 두 가게를 운영하게 되었는데
한 곳은 그런데로 유지가 되지만
다른 한 곳은 내가 직접 나와서 하루 9시간씩
몸으로 때워도 겨우 유지할 뿐이다.

지난 주부터 내리는 비는
이번주에도 계속 내리고 있다.
비오는 날은 유난히 가게가 한산하다.
컴도 안되고 지루한 오후를 가게에 앉아 혼자 놀고 있는데
손님 하나가 들어왔다.
손님은 약간 수줍어하는 얼굴로
혹시  누드사진도 찍느냐고 물어왔다.
사진관 15년에 수없이 많은 누드사진을 보았기에
별 신경쓰지않고 그렇다고 대답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백인 고객은 가게를 떠났다.

가게가 거의 끝나갈 무렵
그 고객이 다시 찾아왔다.
그는 proof 만을 원한다 했고
나는 그에게 흔쾌히 단 돈 $20불에 아주 저렴하게 찍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가 스트디오에서 준비하고 있는 동안
나는 다른 두명의 고객을 도와주고
스트디오로 들어오는 나에게
그 백인 고객은 나에게 다시 한번 다짐을 받았다.
내가 편안치 않으면 그만두겠다고...

나는 또 한번 큰소리로..
" I'm a professinoal photographer,
and I've seen everything!!!!!

No PROBLEMMM!!!"

다음 순간 내 눈앞에 벌어지는 장면...

어려서부터 근시인 나에게는 아주 천만다행이였다.
어둡기도 했지만 잘 보이지를 않았다.
그저 viewfinder에 들어오는 영상을 몇 커트 눌러대고
photo session은 순조롭게 끝났다.

그리고 메모리 카드를 컴에 넣고
이미지를 하나씩 띄우고 있는데
뒤에서 손님 뭐라 중얼중얼거린다.

뒤를 돌아보며 되지도 않는 영어로
중얼대지 말고 원하는게 뭔지 정확하게 말하라 했더니
그 고객... 부분 수정을 해주느냐고 물었다.

이때 또 영자... 씩씩하게 OF가 COURSE.... 대답하고
뭐여?? 원하는거이?? 말혀...

그때... 그 넘.. (ㅎㅎ 지금부터는 넘이다)
아.. 글씨... 그 부분을 크게 만들어 달란다.

정신이 바짝 든 영자..
그래도 뒤로 돌아설 수 없는 상황인지라
어!!! 그거????
시간이 쪼끔 걸리거든..
그니까.. 너 내일 와라...
쪼깨 있으면 우리 아들 온다고 거짓말하고 달래서 그 넘 보내고
우찌나 떨리던지 가게 문 꼬옥 닫아 걸고
숨 몰아쉬며 주섬 주섬 기계 다운하고
혹시나 그넘 어디에서 숨어서 뭔 짓하려고 기다리나 무서워
바들 바들 떨며 차 시동걸고
후리웨이를 달리는 동안 계속 뒤를 바라보며
떨리는 손가락으로 부엉이에게 전화해서
모든 상황 보고 하는데..

이 부엉이... 배를 잡고 웃는다.
그러면서 하는말...
아니.. 너 그런 누드 사진 찍으면서 20불 밖에 안 받았어?? 한다.

그때 정신 들어 곰곰히 생각해보니
내가 생각해도 너무 싸게 나의 귀한 기술을 팔아 넘겼다는 생각이다.

다음날 아침 출근길에 딸에게 전화했다.
전날의 상황을 설명하며
혹시 엄마가 실종되거나 무슨 일이 생기면
컴에 그 넘 이름하고 사진 넣어두었으니까
찾아서 현상수배 하라고...
그런데.. 이 딸... 부엉이하고 똑같이 배를 잡고 웃으며
그니까 엄마... 왜 그런 사진을 찍어??
글고 엄마가 어려서부터 너무 영화를 많이 봐서
쓸데없는 상상을 하고 있다고 핀잔이다.

일단 수정을 해주겠다고 고객과 약속을 했으니
작업을 시작했다.
레이어를 사용해.. 바로 문제의 그 부분을 줄였다 늘렸다 하기를 수 십번...
삼십분 정도 걸려 수정을 끝내자 마자
그 고객 가게로 들어선다.

본인도 쑥스러웠던지  자기 문제의 부분을 어떻게 수정했는지
확인도 안하고 그냥 들고 나갔다.
영자는 만약을 대비해 그 넘의 뒤를 쫒아가
차량번호.. 차종.. 기타 등등..(만약의 경우에 대비.. )
모두 머리에 입력하고 가게 컴에 데타입력 끝냈다.

이렇게 글 쓰고 있는 지금도
그 당시를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 두근..
이렇게 영자는 또 다른 첫 경험을 하였다.

아래 가게 emergency란다.
나중에 글 수정하고.. 오늘은 여기까지...



푸치니_투란도트중'공주는잠못이루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