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머로 가는 길목의 바다풍경)


토요일밤은 다시 앵커리지로 내려 와서 하루밤을 묵었다.

그곳도 한국인이 주인이어서 참 반가왔다.

그 호텔은 아주 깨끗이 정돈되고 정성껏 관리를 한 흔적이 보여서 참 다행이었다.


나그네에게 친절한 열린문 교회에서 예배를 드린 후 점심도 얻어 먹고

또 맛있는 배추국과 김치도 얻어 가지고

비가오는 알라스카 해안선을 따라 호머로 향했다.

씨워드에서 하루밤을 자고 조개를 캐고 싶었는데 방이 없어서 여간 서운했다.



알라스카는 방도 비싸고 구하기가 어려웠다. 

우리 친구와 알라스카에 가게 된 것은

몬타나 동굴에 함께 갔었을 때 갑자기 결정한 일이었다.

심심하던 차에 알라스카행 비행기 표를 알아 본 일이 있는데

500 불은 넘을 줄 알았지만 369 불 밖에 안 하는 것이었다. 


피닉스에서 씨애틀을 경유, 앵커리지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여행이

그것 밖에 안 하는 것을 보고, "이것봐라, 이건 알라스카 가라는 뜻이다!" 하고

네 사람이 당장 의기가 투합해서 표를 구입했었다.


그런데 비행기 표는 쌌지만 방값은 두배요, 자동차 렌트는 네다섯배! 그렇게 비쌀 수가 있담!

처음 우리 생각에는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하는 여행은

자동차 비용도 절반만 들테고, 해서 부부에 2500-3천불이면 뒤집어 쓸것이다. 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다 쓰고 와서 계산하니 우리 부부 경비가 4천불이 된 것이었다.

아마 친구네는 천불쯤 더 들었을 것이다.

여유가 만만한 친구네야 그렇지 않았겠지만

평생 짠돌이 여행만 익숙한 우리는 처음부터 4천불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으면 분명 주저했을 것인데

비행기표부터 사 놓은 바람에 엉겁결에 벼르던 알라스카에 다녀 올수 있었던 것이

어찌 생각하면 감사하고 다행한 일이었다.


아무튼 하던 이야기로 돌아가서 방을 미리 정하지 않고 갔으면 아주 힘들뻔 했다.

9일 밤을 묵는 중, 다 미리 정하고  그날만 안 정하고 갔었는데

전화 하는데마다 방이 없다고 해서 방을 못 구할까봐 밤 늦도록 스트레스를 좀 받았다.


하지만 케나이 강가 솔도트나라는 작은 도시에는 방이 쉽게 구해졌고

오죽해서 이 바쁜 계절에 방이 남아 있을까 하며 은근 걱정하던 것과 딴판으로

기대이상 평생 잊지못할 날을 보내게 될 줄이야!


강변의 랏지는 부엌도 아주 크고 시설 완벽한, 베드룸 두개의 아파트 식이었다.

방도 얼마나 운동장 같이 넓은지, 열명 스무명도 한꺼번에 자도 될 정도.

강가 다리 곁에 바로 붙어 있었는데 경치도 엄청 아름다왔고 인심도 좋고 값도 저렴하였다.


실제로 연어가 잘 잡히는 좋은 장소여서 온갖 시설을 다 해놓았다.

그날은 가는 내내 비가 왔다.

비가 제법 계속 오는데도 불구하고 몇 사람이 강가에서 낛시를 하고 있었다.


드디어 우리도 낛시를 하게 되었다!

짐을 풀자마자 신이난 친구 남편은 낛시 라이센스와 낛시대를 준비해 가지고 왔다.


낛시에 관심이 없는 우리 두 여자는 그 사이에 비를 맞아가며

강가의 야생딸기를 따먹기도 하고 나물을 캐어서 저녁 식사 반찬을 준비하였다.

얼마나 이런 일이 즐거움을 주는지...

실컷 먹고 남은 라스베리


빨리 연어를 낚아 오세요!


아닌 말로 부엌도 제대로인 이곳에서 생선 찌개를 제대로 끓여 먹어야 안 되겠는가?

하지만 익숙하지 못한 타지 사람을 연어가 어찌 그리 잘 아는지

절대로 쉽게 잡혀주지를 않는 것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낭패감이었는데...


포기하고 인근의 식품점에서 산 새우와 연어로 요리를 해서 식사를 한 후

친구 부부는 또 낛시를 하러 간다고 나갔다.

그러고는 영 들어 오지 않는 것이었다.



그네들은 낛시 잡는 구경을 간 것이었다.

가만보니 연어들이 누구에게 잡혀야 되는지 아는 것 처럼 잡는 사람만 잡더라는 것이었다.

여러사람이 낛시줄을 늘이고 있어도 오직 할아버지 한 사람만 계속 건지더라는 것.

그것을 눈치챈 친구가 가만 있을리가 없지 않은가? 

그동네 토박이, 평생 낛시로만 살아온, 외로이 홀로 사는 그 할아버지를 친해서

그 사람이 잡은 연어를 몽땅 얻어 온 것이었다! ㅋ 완전대박!


할아버지는 자청하여 금방 잡은 네마리와 함께

집에 갖다 놓은 아침녘에 잡은 여섯마리까지 다 준다고 했단다!

연어대박이요, 재미가 꿀맛!

어찌 했으면 그렇게 해줄까? 나도 따라다니며 비결을 좀 배울 것을 ㅎㅎㅎ.


너무 고마워서 조금 돈을 드리기는 했지만 알라스카에서는

직접 잡은 것을 관광객에게 파는 일은 금지 되어서

공으로만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 우리 친구부부가 그 엄청난 양의 연어를 어찌 했을까?


그 할아버지에게서 잘 드는 칼도 빌려서

강가에서 손질하여 포를 떠서 가지고 들어 온 것.

그러느라 밤이 깊는 줄도 모르고.


그 많은 연어, 아마도 5-60파운드는 좋히 되었을 것이다.

피가 그렇게나 많이 나올수가 없더라는 것이고

정말 초보자에게 쉬운일이 아니어서  많은 시간 피를 뒤집어 쓰고

칼에 손도 베면서 중 노동을 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배큠 팩 만드는 기계까지 사서

소금을 뿌려서 본격적으로 얼려서 몽땅 아리조나에 가져 간다고

밤잠도 못자고 난리법석.

우리 부부는 뭐했냐고? 초저녁부터 그냥 새나라의 어린이들이었고 ㅎㅎㅎ.

아 참 잊어버릴뻔 했다.

남편은 저녁에 먹은 날로 먹은 연어요리가 잘못되었는지 설사하고 토하고..

 

Insun Rhee님의 사진.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그 양이 엄청나서

우리부부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고 입이 벙벙 놀라워 할뿐이었다.


가지고 가서 친구들에게 선물을 하겠다며 몸을 아끼지 않는 친구부부.

세상 끝 어디에 가더라도 부자로 잘 살 수밖에 없는, 

적극적이고 억척같이 사는 한국사람 본래의 모습을 본 것 같았고

그들의 일구어내는 행운과 정열이 한편 부럽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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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그림 같이 나온  친구들 사진

근데 우리는 같은 한국 사람인데 왜 항상 악착같지 못하고

헛탕으로 살아질까? 연구제목 감이다.ㅎㅎㅎ(2015년 8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