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데즈에서 사흘째 되는 날 아침에는

떠나기가 아쉬워서 동네를 한바퀴 걸어보았다.

작은 알프스라고도 불린다던가, 발데즈는 참 아름다운 동네이었다.


앞으로 몇걸음만 나가면 바다를 볼수있으면서도 뒤로는  

높은 산들이 둘러서 있는데 짙푸른 초록색이며

운무 구름이 산 중턱을 감고 있어 아침이 더없이 신선했다.


Insun Rhee님의 사진.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사는 분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그런데 호텔에서 일하는 젊은이 이야기로는

와서 두달만 지나면 '미칠 것 같다..'라고 표현을 하였다.

아주 아주 지루하단다.

이렇게 여행하면서 들르는 것과 직접 일하며 사는 것과는 사뭇 차이가 나는 모양이다.


그러나 우리는 "언젠가 이곳에 또 올수 있을까?" 물으며 떠났다. 

그날은 페어뱅크스로 가서 하루 자고, 다음날 디날리 국립공원에서 하루 자는 일정이다.


페어 뱅크스에서 생긴일


가는 길에 노스 포올..북극 이라는 동네를 지났다. 일년 내내 크리스마스 축제를 즐기는 곳이란다.

알라스카에서 보는 지명이라서 실감이 났지만 실제 북극은 훨씬 더 가야 한다고 했다.

페어 뱅크스에 들어갈 때는 GPS가 잘 작용을 안해서 길을 못찾고 많이 헤매었다.

그때 만난 깨끗하게 잘 지은 한국 교회!

얼마나 반갑던지 내 집처럼 무조건 들어갔는데, 친절한 분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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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 먼곳에 한국사람이 몇이나 되면 그렇게 좋게 교회당을 지을수 있는가 물어보았더니

교인이 한국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고 미국사람이 더 많다고 하는 것이었다.

아, 이민 교회들이 이렇게 미국 사람들을 참여 시키는 것이 답이구나...

아이들도 거의없고 젊은이들도 점점 떠나서 줄어만 가는 이민교회들이 본받아야 하는 교회였다.


고급 아파트 촌을 리조트로 개설을 해서 부엌 시설이 완전한 곳에서 짐을 풀고

친구네는 밤을 타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야외 온천욕을 하러 갔다.

밤이 밤 같지도 않으니까 겨울의 두배로 즐길수가 있는 것.


하지만 우리집 새나라의 어린이, 나이 많은 남편때문에

우리는 주위를 산책하다가 일찍 쉬기로 하였다. 

짙은 커텐을 두르지 않으면 잠을 잘수 없는 곳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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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페어뱅크스에서 가야할 곳 서너군데를 정하여 부지런히 답사를 했다.

송유관 파이프, 폐금광, 박물관 등을 본 후에  

파이오니어 공원에 가서 점심도 먹고 시간을 보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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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날리 국립공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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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키백과에서 퍼온 맑은 날의 맥킨리 산

"Mount McKinley Alaska" by Nic McPhee from Morris, MN, USA - Road to special places. Licensed under CC BY-SA 2.0 via Commons -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Mount_McKinley_Alaska.jpg#/media/File:Mount_McKinley_Alaska.jpg


디날리란 인디안 말로 드높은 존재..라는 뜻이란다.

얼마나 높은가 하면 장장 2만 피트가 조금 넘는다.

맥킨리 산을 중심으로 1920년대에 만들어진 거대한 국립공원이 디날리 국립공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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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로가 세워진 것은 1921년인데 앵커리지에서 400마일,

페어뱅크스에서 120마일 떨어진 곳에 있는 이 국립공원에 오기 위해서

1970년대에 하이웨이 3번이 만들어질 때까지 철로를 주로 사용했다고 한다.

공원내 6백만 에이커의 92마일 길을 뚫는데 19년이 걸렸단다.

요즈음은 그 길을 따라 하루 2-3천명이 와서 구경한다.


디날리 산에 사람들이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산의 경치를 보기 위해서인가? 야생동물을 보기 위함인가?

나는 뭣도 모르고 그냥 갔다.

전날밤에 투어를 결정하기 위해 뷔지터 센터에 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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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 종류도, 값도 다양했는데 버스를 타고 4시간 반, 8시간, 12시간을 타고 가는 것들이 있었다.

우리가 오래 버스를 타는 것도 힘들것 같아 가장 짧은 것을 가고 싶었지만

다 팔려버려서 그 다음 긴 것으로 8시간 짜리를 타기로 결정하고 랏지로 돌아왔다. 

미리 가서 표를 안 샀으면 12시간을 겨자먹기로 갔을까?

그나마 짧은 여행을 갈수가 있었으니 미리 간 것은 잘 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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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근사하면 그 많은 사람들이 그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여 버스를 타고 올라갈까?

하지만 디날리 국립공원에서는 그리 큰 감동을 받지 못하였다.

남편이 15년전에 다녀 왔을 때 가장 재미없던 경험을 이렇게 보고 하였었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 곰이 나온다~ 하면서 한참을 서있고 쳐다보고 하는데 답답해서 혼났다.

나는 그건 다시 안갈래..."하던데가 바로 거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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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 오래된 기억이어서 잊어 버리고 ( 나이 덕인지?) 남들 다 하는 투어를 해야 하나보다 하고

남편도 같이 간 것이었는데

여기가 바로 거기로 구나 하면서 

8시간이 참으로 지루하다고 투덜투덜 대었다.

 

야생 동물들을 보여준다고 하는데

그네들이 자주 출몰하는 것도 아니고 아주 간간히 멀리 점같이 보이는데

그걸 본다고 일부러 자동차 엔진을 끄고 한참을 시간을 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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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찍힌 것을 확대하느라 흐려진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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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경으로는 강에서 연어를 입에 물고 있는 곰을 볼수가 있나?

노, 이곳의 강줄기는 적어서 연어가 시작되지 않는 다고 한다.

이곳의 곰들은 그래서 채식 주의자라고 한다.

연어가 그리도 많은 알라스카에서 연어 맛을 모르다니, 불쌍도 해라.


창문을 열면 가까이 걸어다니던 사슴들을 얼마전 옐로스톤에서 수도없이 본적이 있는

우리로서는 좀 어이없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네시간 산을 타고 간 그곳에서 맥킨리 산의 발치라도 볼수있다면 할말이 있을 것인데

거대한 맥킨리 산은 전체가 다 구름에 쌓여서 신비의 옷을 벗지 않고 있었다.

맥켄리 산은 80프로의 투어 관광객에게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고 한다. 더구나 무지 무례한 우리들에게 보여줄 리가!

그래서 비쥐터 센터의 그림과 사진으로 만족할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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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시간 들어간 곳에 있는 뷔지터 센터에서 찍은 사진들)


물론 그 웅장한 스케일의 광야, 첩첩히 둘러 싸인 산들과 툰드라의 모습은 볼만한 장관이기는 하다.

혹 봄에 눈이 녹을때 시내가 물로 더 가득차다면, 혹 날씨가 화창하면 더 나을 것 같았다.

한사람당 40불을 낸 돈도, 8 시간도 아깝다고 하면서 그곳을 떠났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곳에서는 경비행기를 타고 맥킨리 산의 설경, 빙하들을 보는 것이 일품인 모양인데

비용이 장난이 아니어서 일인당 3-400불, 600불도 하는 것 같았으니..

알았어도 돈쓰는데 배짱없는 우리 부부는 못 보고 왔을 지도 모른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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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우리에게 가장 인상 깊은 곳은 우리가 묵은 아름다운 산장 주인이 운영하는 식당이었다.

캐빈에서는 절대로 쿡킹하지 말라고 하면서 자기 식당에서 먹게 강요하는 구나...

불평하면서 아무 기대도 없이 그 식당에 갔다. 값도 상당하였다.

하지만 얼마나 음식이 맛이 있는지........알라스카에서 먹은 최고의 식사를 즐기고

디날리의 추억은 그것으로 충분히 보상 받은 것으로 칠 정도였다.


그런데 이글을 쓰면서 디날리 공원을 폄하한 것은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알게 되었다.

좀더 시간을 갖고 진면목을 제대로 봐야 하는 곳이었던 것이다.

일생 일대의 알라스카 여행을 하면서 디날리에서 비행기를 안 타보고 오다니!


여행은 인생과 비슷하여서 실수의 연속일 수도 있는 것이다.

준비가 부족한 게으르고 건방진 사람에게는. 

그러기에 삼대 죄악은 교만과 게으름과 무지라고 안 했던가!


하지만 좋은 것은 남겨두는 법,

그래야 또 가게 될지 누가 아는가?(2015년 8월)

 

(호머 가는 길에서 진짜 대박 난 이야기는 다음번에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