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데즈에서 생긴일


                                  (쿠루스를 타는 날 이른 아침, 잔뜩 흐린날 부두가의 모습.)

아름다운 풍경을 음미하면서 

무지 행복한 마음으로 발데즈에 도착을 하여 여정을 풀고 보니

반갑게도 한국 사람이 경영하는 호텔이었다.(아홉 밤을 자는데 두 군데 호텔이 한인소유였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니 우선 생선을 사서 찌개를 만들어 저녁을 먹기로 하고 짐을 풀자마자 

생선을 판다는 곳에 갔더니 겨우 언 생선 밖에 없었다.


실망을 하고 어찌 할꼬 하는동안 미리 선창가에 내렸던 친구는 

그새 벌써 핑크 연어 한마리 통짜를 공으로 얻어 놓은 것이었다.

그녀의 민첩하고 사랑스런 언행은 다른 사람의 호의를 절로 이끌어 내어

타지에서 그녀 덕에 여행기간 내내 풍성하게 얻어먹고 다닐 수가 있었다.

 

그녀가 어찌 했을까는 상상이 잘 간다.

생선 다듬는 곳에서 신기하게 바라보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호수도 잡아 주고 생선도 씻어주고 거들어 주었겠지.

이야기도 시키고 칭찬도 하고 탄성도 ㅎㅎ... 


포뜨는 작업을 하고 있던 그 친절한 노인은 "너 이거 줄까?" 하더란다.

택사스에서 이년전 부터 매해 와서 보름간씩 머물면서 잡는 것을 다 얼려서 가져간다는 노인.

일년을 두고 먹는다는 이야기였다.


그녀 뿐 아니라 친구 남편도 똑같은 과이신지 다른 곳으로 가더니 

광어를 반마리를 공으로 얻어 왔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광어는 아주 귀하고 비싼 고기였다,

그외에 연어 알과 살점이 두둑이 달린 대강 손 본 생선도 얻어와서

우리 두 부부가 먹기에 풍성한 양이 된 것이다.


그 선창가 처럼 큰 물고기가 흔한 곳을 보는 일은 처음이어서

생선이라면 어항 속의 것도 군침 삼키는 남편은 황홀하여 어쩔 줄을 모른다.

사진도 찍고 다듬는 모습들을 구경하기도 하였다.


미국 사람들이 엉성하게 포뜨고 남은 생선이 너무나 아깝게 버려지고 있었다.

그 엄청난 양의 연어 알까지도!!! 

심지어 그 동네 갈매기들도 배가 터지게 부른것 같았다. 그냥 쳐다만 보고 있었다.

내 생각에는 어묵 공장을 그곳에 차리면 대박이 날 것 같다.

내가 40대, 50대라면? 해볼만한 사업이 되겠다고 우리끼리 공상의 집도 지어보았다..ㅎㅎㅎ


신이나서 한 10파운드 쯤의 생선을 들고 들어갔는데

문제는 호텔에서 큰 냄비를 빌리려고 하니 주인 아줌마가 펄쩍 뛰면서 막는 것이었다.

한국 음식은 너무 냄새가 지독하니까 

청소를 하려면 큰일이라면서 쿡킹을 절대로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부엌 달린 방을 그래서 일부러 돈 더 주고 얻은 것인데 왜 음식을 못하게 하는지 속상하였다만

미국인들 사이에서 비지네스 하는 고충을 이해해 줄수 밖에 없었다.

대안으로 긴 전기 줄을 끌어 내어 밖에서 전기 밥솥으로 찌개를 끓이란다.


포를 뜬 것들은 밀가루를 씌워서 튀기려는데

그것은 괜찮겠지 하면서 프라이팬에 몇개를 했었는데

나갔다 들어온 남편이 냄새가 심하다고 하는 바람에

그것도 그만두고 방문을 있는대로 열어 환기를 시켰다.

다행히 뒷 출입문에 가까워 바람이 펑펑 통하는 방이었다.

  

전기밥솥으로 찌개를 끓이는데 얼마나 오랜시간이 걸리던지... 

그러나 싱싱한 생선 찌개의 맛은 피닉스에서 맛보는 생선과는 질적으로 달랐다.

아니, 생전에 먹어본 생선찌개 중에 최고의 맛이었다.


자신있게 주인장을 불러 식사에 초대를 하였다.

그분은 생선찌개에는 관심이 없고 우리들이 가지고 간 반찬들이 그렇게 맛있다고 좋아하였다. 

알라스카에서 성공하며 사는 이야기도 들으면서 모두가 행복한 시간이었다.  


식사를 끝낸 후 생선 나머지를 밥솥에 튀기려니 전력은 약하고 되지를 않아서

친구는 밤 늦게까지, 삼십분이면 될 일을 서너시간이나 하게 되었다고.

그래서 친절한 노인과 밤 낛시를 가기로 한 것도 그만 취소하였단다.

그녀는 고생했지만 우리는 그 다음날 까지 이 생선들로 포식을 하였다.


빙하체험 쿠루스


(위의 사진둘과 지도는 필립쿠루스 웹페이지에서 따온 것)


들풀이 아무렇게나 자란 것들 너머로 멋지고 웅장한 알라스카의 산들..

정상에 눈을 조금씩이라도 얹고 있는 산들이

이틀째 밤을 지난 우리 방의 작은 창문으로 보인다.

발데즈의 또 하루는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구름이 어제처럼 가득한데 어제도 시작은 이랬지만 너무 맑게 개였던 바

오늘도 좋은 날 되기를 기대해 본다. (그날 아침 써놓은 대목중에 이것만 남아있음)


콜롬비아, 메아레스 빙하...9 시간반의 쿠루스가 지루할까 하였지만 기대 이상 아름다운 풍경과

여러가지 볼 거리들 때문에 상당히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프린스 윌리암스 해협은 지난 가을에 가 보았던 천섬과 비슷한 점도 있어서 그때의 기분도 다시 살아났다.


날씨도 점점 개이면서 알라스카의 진면목을 볼수가 있었는데

하늘 한구퉁이가 열리고 눈 덮힌 산봉우리가 나타나자 얼마나 반가왔는지!

알라스카가 아니면 있을 수 없는 풍경들 때문에 너무도 즐거운 마음이 되었다.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 왜 마음이 즐거워 지는 것일까?

입에서는 끊임없이 노래가 흘러 넘친다.

약간 쌀쌀하지만 상쾌한 바닷바람 때문에 피닉스의 여름은 조금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지루해질만 할때 점심시간이라고 아주 맛있는 점심을 내 주었다.


온종일 걸리는 비싼 쿠루스라서(일인당 160불) 정식 점심과 저녁에는 크램 챠우더 숩,

두번  먹을 것을 준다고 하였다.

우리도 그 사람들 음식만 믿을 것이 아니라 간식을 많이 가지고 가서 심심하면 먹고 또 먹었다.

친구는 고구마를 두 박스 사서 삶아서 네쪽으로 잘라서 말린 것과 대추 말려서 자른 것을 많이 가지고 와서

다니는 내내 맛있게 실컷 나누어 먹었다.

여행 다니면서 댓 파운드나 쪄서 온 이유가 다 있었다.

이번 처럼 잘 먹은 적은 이제껏 처음이니까.


빙하체험을 하러 가는 길인 프린스 윌리암스 해협은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었다.

바다 아토라는 귀여운 놈들이 떼를 지어 여기 저기에서 발랑 누워 재롱을 부리는 가 하면

물개 두마리가 나와서 라이브 쇼를 하고 숲속에는 곰도 있는데 가끔 나온다고 하였지만 그날은 못보았다.

하지만 고래 잔등도 보고 바다사자라던가 하는 동물 군상도 보며

독수리를 비롯한 여러가지 종류의 새들도 보았다.

 

                                        (위 사진들은 쿠루스 선전용 웹사이트에서 가져온 것임. 클릭하면 이름들이 나타난다.)


물이 배 뒷쪽으로 부서지면서 물보라를 치는 것도 볼만한 구경 거리요,

섬들에 얽힌 이야기들도 많은 것 같았다.

바다 색갈이 여러가지 색갈로 변하는데 얼마나 투명하고 아름다운 색갈이었던지..


안내 방송으로 바다에 있는 생물들이 나타나거나 주목해야 하는 경치가 나타나면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준다. 역사와 지리, 생물학을 망라한 이야기들이다.

산에서는 여기저기에서 폭포가 흐른다.

사진보다 자연은 그 자체로 얼마나 더 굉장한 것인지 사진의 질에 절망한다.




한참을 가니 수평선이 하얗다.

무엇인가 했더니 빙하 조각이 빙빙 떠다니는 것들이 그렇게 보이는 것이었다.

그중의 한 빙하더미는 상당히 컷는데

요즈음 따뜻한 날씨에는 반나절이면 다 녹아서 없어지는 것들이 많고

이 큰 것도 금방 녹을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눈에 보이게끔  점점 줄어드는 것이었다.


조금 더 가니 연어잡이 배가 고기를 끌어 올리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었다.

살아있는 연어가 끌어 올려지다가 도로 바다 속으로 도망 가는 놈들도 여럿있는 생생한 장면 이었는데

고기잡이 배가 그 연어 무게에 눌려 한쪽이 완전히 기울어져 있는 것을 볼수있었다.


그리고....과연! 대단하였다. 

점점 더 그 웅장한 모습으로 가까이 갔는데...

높이 30피트, 길이 일 마일인 거대한 빙하가 나타나는 것이었다.

배에 탔던 150명 가까이 승객들이 모두가 숨을 죽이고 침을 삼키면서

빙하로 점점 가까이 가는 것을 바라 보았다.

때마침 하늘은 청명하여 구름이 조금 밖에 없어서 완전한 사진을 찍을 수가 있었다.



얼어붙은 나이아가라 폭포가 이런 모습일까?

그 거대한 모습과 가끔씩 쩌엉쩌엉 울리며 얼음이 갈라지는 소리가 바람소리와 섞여 들리는데

너무나 엄청난 위력을 가지고 우리를 제압하는 것이었다.


빙하 뒤로는 눈이 많이 녹아 알몸이 많이 드러나 있는 산들이 배경으로 보인다.

더 녹기 전에 보러 와서 다행이었다. 참으로.

이 발데즈의 빙하체험 쿠르스는 돈이 하나도 안 아까운,

평생의 기억의 창고에 깊이 담아 두고 길이 길이 음미할 만한 참 좋은 것이었다. 

 (2015년 8월)

(알라스카에서 몇시간 공들여 써 놓은 두번째 글이 아이 패드에서 옮겨오던 중 몽땅 사라져서

김이 빠져 버렸다. 먼저 쓴 글이 항상 더 좋은데..생각하면 아쉽기도 해서 다시 쓰는 것이 두배나 힘든다만

더 잊어버리기 전에 써 올리도록 한다.

또한 떠나기 전날 늘 가지고 다니던 카메라가 마지막 숨을 거두어서 급히 구하려다 못 구하고

겨우 아이패드로 찍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던 것이 영 아쉬운 일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