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가시나무 숲길을 걸으며
그분을 생각합니다
응달진 길에는 아직도 눈이 쌓여있는데
묵묵히 이 길을 걸어가셨을
그분을 따라갑니다


붉은 가시나무 숲길을 걸으며
나무들의 상처를 바라봅니다
바람에 잘려나간 가지 한쪽
로빈새 둥지로 내주고
홍수로 파여진 그루터기는
다람쥐 놀이터


지난 가을 미처 못떨군 이파리
봄바람에 흔들거리면
홀로 달려나와
수건으로 그분의 얼굴을 닦아드린
여인의 향기가 다가옵니다


넘어지고 넘어지고
또 넘어지는 흙길에
돌부리 걸려 번번히 넘어집니다


붉은 가시나무 숲길을 지나
돌아오는 길
쓰러진 나무들의 무덤
그 어둠 속 아래에서도
연초록 새싹이 올라오는
사순절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