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릴 적부터, 우리집 식구들은 밥만 먹으면 그림을 그리니... 그림과 화구가 항상 생활의 한가운데 있었다.

그림 그리는 즐거움에 빠지지 않고, 식구들로부터 감염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생물학 교수라는 전문직을 해왔다.

 

그런데 소설가이며 시인인 헤르만 헤세, 우리 대부분이 좋아하는 그분이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살 수 없는 그런 부류의 사람인지는 전혀 몰랐다.

 

   잡티없이 순수한 색채와 강렬한 빛의 힘을 지닌  작은 팔레트,

  그것은 나의 위안, 나의 병기창고, 나의 기도서, 나의 대포였다.

   나는 그대로 죽음을 쏘았다.

   그 대포로 이미 수천번의 마술을 부렸고 어리석은 현실과의 싸움에서 승리하였다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 중에서-

 

 

 

헤세는 너무 지난한 삶, 그리고 너무 오래 끄는 죽음

두가지에 모두 지쳐버린 말년을 보냈다고 한다.  이때의 위로가 바로 그림그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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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전시장을 잘못 찾아간 해프닝까지,.....   애를 쓰며, 바로 우리집 아래인 용산 전쟁기념관의 <헤세 그림전>을 갔다.

전시의 기획은 아주 탁월하다.

다만 전시품이 없다. 즉 헤세의 그림은 전혀  없으며, 그저 편지와 책의 삽화 정도 그림만이 전시되어 있었다. (우리 어머니는 이런

것을 보신 적이 있으신지....  헤세와  같은 행위를 하면서 즐거워 하였음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빈약한 전시품으로도 훌륭한 전시를 할 수 있는 것은 아이디어와 IT의 덕분이다. ㅎㅎ

 

벽에 LCD로 쏘아주는 헤세 책의 구절들과  전시되지 않은 여러 그림들... 

다 좋다. 그러나 도록마저도 없어...

헤세의 그림을 다룬 책이 이미 출간되어 있으니.... 책을 사야겠다는 생각.

기념품도 많이 준비되어 있고 전쟁기념관의 먹거리도 훌륭한데다가 공간이 넓으니, 번개나 모임에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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