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머니 살아계실 때, <인체의 봄,여름,가을,겨울>... 혹은 <10대부터 90대까지 인체의 건강>을 개략적으로 써달라고 하였다.

쓰시기 힘들면 말씀으로라도 해달라고 하였으나, 시도를 못하시고 소천하셨다. 

 

그러나 가끔 이것저것 여쭤본 답은 마음에 가지고 있다.

일본에서 틀니를 잇몸 입천정 등에 고장하는 풀(연고)을 사다달라고 부탁하시는 어머니께 "어머니, 틀니는 느낌이 어때요?"라고

물으니,  "응, 바위덩어리가 하나 입 속에 있는 것 같아. " 라고 하셨다.  어머니는 40대 후반에 틀니를 하셨는데,  당시는

부잣집 마나님만 누리는 특권 같았다. 지금은 임플란트가 대세지만, 임플란트로 얼마나 많은 이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지 모른다.

 

즉, 죽는 날까지 내 치아를 가지고 있는 것이 제일 좋겠다.

 

 

 

2)

나도 이제 65세가 되었다.

친구들이 이런 질문을 한다. "넌 어떻게 아직 그렇게 일을 하니? 서울대전도 다니고... 난 너무 힘들어".

몸 가누기도 힘들다는 말? 겨우 몸은 가누지만 무슨 일은 할 수 없다는 뜻? 

그런데 최근  나의 주제를 확실히 알 수 있는 계기가 있었다.   대전영재과학고 여학생들이 내 실험실에 와서 실험을 며칠간 하고

있는데.... 머리회전만 빠른게 아니다. 무얼 입력하라고 시키면 그냥 드르르 기계가 엄청 빠른 속도로 키보드 위 손가락이 돌아간다.   

손가락의 기능이 머리 회전과 연결되어 초고속으로 작동한다.  와! 젊음이여~

 

이제 안간힘을 써보아도 노화의 속도는 좀 늦출 수 있을 지언정, 막을 수는 없는 과정에 와 있음을 느낀다.

 

 

 

3)

요즘 임종을 몇번 겪고 나니, 인체의 모든 기능이 사위고, 쇠잔해진 모습은 더 이상 Vitality를 찾아볼 수 없었다.

끝은 그러했다. 

 

 

 

4)

효도계약서를 공증하느니 관련하여 재판을 하느니  주변에서 다양한 해프닝을 볼 수 있다.

음식점에 가면 자녀들이 연로한 부모님께 맛난 것 대접하고자 모시고 와 있는데, 노인들의 모습은 영 마음에 드는 경우가 없다.

쇠잔하지만 아름다웠던 어머니 생각이 나기도 하면서, 저네들 같은 노년은 안돼야지- 싶은 피폐한 모습을 바라본다.   게다가

후암동 어머니로 부르며 댁에 찾아다녔던 재벌가의 어른들도 2,3일에 한번씩 투석을 하는 등

재산과 건강도 비례하지 못함을 되돌이켜 떠올리며, 어찌해야 잘 늙을 것인가 생각해 본다. 아, 노년이여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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