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한 노인*

더이상
갑질 문자 멧세지도 
경영 회의도 ,
승진 시험도 ,
부양 가족도 없다


목소리는
광채를 잃어가고
피부는 검버섯 서식장이 되고
툭툭 불거져 나온 시퍼런 핏줄들은 


한 때
꼿꼿했던
허리는 
진리가 아니라서 굽은걸까?

양로원 
한 노인이
베란다 앞 초록잎 곁에서 책을 읽는다

간밤-
어제 못다 넘긴 
책갈피를 영원히 늙지 않는 
맘속에 접어 놓고 얼마나 설레이셨을까?

마지막 
최후의 숙제를
마치려면 
죽음보다 더 강력한 야성이 
굉음의 빛을 발하는 야광문자들을 먹어야한다

노인은
광기로 번쩍이는 야광문자들이 
빼곡히 박힌 책장들을 맹수처럼 파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