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한가위날 밤이다.
아파트 베란다에 나서니 바로 머리 위에 보름달이 밝다.
몇 십만 km 떨어져 있는 달이 겨우 몇 만 km 가까워졌다고
호들갑을 떨 정도로 더 밝거나 선명해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명색이 명절 중의 명절 한가위 보름달이니 카메라를 준비한다.
삼각대 위에 600mm 망원렌즈를 장착하고 달에 촛점을 맞춘다.
피사체가 흔들릴세라 유선릴리즈로 셔터를 누른다.
즉시 LCD 모니터로 결과물을 확인해 본다.
계수나무나 옥토끼는 보이지 않지만
스팟 측광으로 달 표면의 음영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그런데 뭔가 허전하다.
아무리 한가위 보름달이라고 하더라도
캄캄한 하늘 한복판에 덩그러니 달덩이 하나라니.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ET"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보름달을 향해 한 줄로 늘어서서 자전거 페달을 밟는 동네 아이들의 실루엣.
그리고 소년과 'ET'와의 손가락 인사.
렌즈를 200mm로 바꾸고 앵글을 세로로 잡아 본다.
밤 하늘의 검은 바탕에 더 짙은 실루엣으로 남산이 누어 있고
그 위에 남산 타워가 밝은 조명으로 선명하게 들어온다.
위 쪽에 여백을 충분히 두고 남산 타워를 찍는다.
그리고
텅 빈 하늘에서 외로운 보름달을 내 상상의 꿈수레에 태운다.
허공을 가로 질러 꿈수레는 남산 위로 오르고
보름달은 남산 타워와 악수를 나눈다.
한가위 보름달처럼
모든 사람들의 소망이 충만하게 이루어지기를 빌어 본다.
권오인 선배님!
꿈을 먹고 사는 사진작가들은 상상력이 대단하십니다.
외로운 보름달을 남산타워와 만나게 하니 말입니다.
선배님의 소망처럼
은밀한 꿈과 만나는 2015년이 되십시오.
건강하시고요......
밤하늘의 달을 촬영하면 그저 하얗게 나오는 것이 보통입니다.
달 표면의 음영을 제대로 촬영하기 위해서 나는 이런 방법을 사용합니다.
야경 촬영에 삼각대는 필수이구요,
ISO는 200 이하, 조리개는 8 정도,
측광은 평가, 부분, 스팟 중에서 스팟측광으로 설정하고,
카메라 렌즈는 200mm 이상(위 달 사진은 600mm)이 좋겠구요,
렌즈가 허용하는 최대의 망원으로 달에 촛점을 맞추고,
유선릴리즈(혹은 셀프 타이머)를 이용해서 촬영을 합니다.
이미지 사이즈는 가장 큰 것으로 설정해야
나중에 크롭해서 사용을 할 때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권오인 선배님
선배님의 짧은 글 속에서 많은것을 배웁니다.
렌즈 바꾸기 귀쟎아서 카메라에 장착된 렌즈 하나로 모든 사진을 다 찍고
가방에서 셔터 릴리즈 꺼내기 싫어서 그대로 찍고
삼각대 사용이 불편하면 망원렌즈가 장착된 카메라를 삼각대에서 뚝 떼어 손으로 들고 찍고....
사진을 찍으면서 하지 말아야 할 온갖 불량한 행동은 다 하고 있음도 깊이 반성하게 되네요.
재능이 없어서, 그리고 실력이 안되서 사진을 잘 못 찍는거야 어쩔 수 없다지만
성의없이 아무렇게나 찍어댐으로 인해 형편없는 사진을 찍는 건
분명히 고쳐야 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정신이 번쩍드는 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종 종 좋은 사진 뿐 아니라 이런 글도 함께 올려 주십사 부탁드린다면
무리한 부탁이 될런지요?
오랜만에 반갑고 감사한 마음으로 인사드립니다.
슈퍼문을 끌어다가
중추절의 충만함을 안겨주심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