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심증과 심근경색증으로 대표되는 관상동맥 질환은 한국인 40대 사망률 1위를 차지하는 돌연사의 주요 원인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협심증과 심근경색증은 전체 심장병의 10∼20%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요즘은 전체 심장병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매년 30만∼40만명이 심장성 돌연사로 사망할 정도. 때문에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국가적 질환으로 규정돼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역학 조사와 통계가 부족해 정확한 발생률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순환기학회 홍보위원인 가톨릭의대 여의도성모병원 정욱성 교수를 만나 중년에게 소리없이 찾아오는 돌연사의 원인과 관상동맥 질환의 위험성에 대해 물어봤다.

-협심증과 심근경색증은 어떤 병인가.
△관상 동맥은 심장 근육을 둘러싸고 있는 세 가닥의 혈관으로,혈액을 통해 심장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한다.그러나 흡연이나 콜레스테롤,고혈압,비만,당뇨병,스트레스 등으로 이 혈관이 좁아져,혈액 공급량이 감소하면 심장 근육이 일종의 빈혈 현상을 일으키는데,이것이 협심증이다. 심근 경색은 관상 동맥이 완전히 막혀 심장근육이 죽는 병이다. 심근경색의 절반 정도는 협심증이 원인이지만,나머지 절반은 협심증과 관계 없이 갑자기 발생한다.

-관상동맥 질환은 최근 젊은층에서도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그 이유는.
△혐심증과 심근경색증은 남자의 경우 45세,여자는 폐경이 오는 55세 이상이 위험군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식생활의 서구화와 흡연,비만,스트레스 등 위험 인자의 증가로 30대에서도 증가하고 있으며,그로 인한 돌연사도 늘고 있다.

-협심증과 심근경색증이 무서운 이유는 무엇인가.
△일단 심근경색이 생기면 40% 정도는 응급실에 가기도 전에 급사하며,10%정도는 병원에 서 막힌 혈관을 뚫어 줘도 이미 심장근육이 다 파괴돼 사망한다. 나머지 50% 정도는 6시간(늦어도 12시간) 안에 막힌 혈관을 뚫어 주면 생명을 건질 순 있다. 하지만 치료가 늦게 이뤄지면 심부전증 등 합병증이 생겨 일상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삶의 질이 나빠진다.

-위험 인자 중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은.
△흡연은 동맥경화증을 억제하는 좋은 콜레스테롤(HDL)을 줄이고,대신 나쁜 콜레스테롤(LDL)과 중성 지방을 증가시킨다. 또 혈관 수축물질(에피네프린)을 분비시켜 혈관을 손상시키고,혈액응고 물질(피브리노겐)을 분비시켜 혈전(피떡)이 생기게 한다. 이 혈전이 관상동맥을 막으면 심근경색이 발생한다. 당뇨병이 있는 사람의 경우,협심증과 심근경색이 생길 위험이 남자는 2∼3배,여자는 6배 정도 높다. 비만인 사람은 잠잘 때든 운동할 때든 협심증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두 질환의 증상은 어떻게 나타나나.
△협심증은 ‘층계를 오를 때 가슴이 뻐근하다’거나 ‘횡단 보도를 급하게 걸을 때 고춧가루를 가슴에 뿌리는 것 같다’ ‘아침에 처음 걸을 때 가슴이 답답한데,2∼3분 쉬고 나면 감쪽같이 좋아진다’ 등의 증상을 보인다. 또 운동을 하거나 긴장될 때 가슴 정 중앙부가 아프고,이런 통증은 3∼5분 정도 지속되다 사라진다. 흉통은 왼쪽 팔이나 목으로까지 뻗칠 수 있다. 심근 경색증은 극심한 가슴 통증이 30분 이상 지속되고 식은 땀이나 구토,졸도 등도 동반된다.

-돌연사는 심장병외에 뇌혈관계 질환에 의해서도 생기는 것으로 아는데.
△돌연사의 80∼90%는 급성 심근경색이 원인이고 나머지는 다른 심질환(심장 부정맥,심근염,심장 판막이상)이 원인이다. 뇌혈관 질환의 경우,대량의 뇌출혈이 있을때 돌연사가 발생할 수 있으나 비교적 드물다.

-돌연사를 막기 위해서는 빠른 응급 조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데.
△심근경색에서 돌연사로 가는 연결 고리는 ‘심실 빈맥’ 혹은 ‘심실 세동’이라는 부정맥인데,이로 인해 혈압이 내려가고 3∼5분 정도 지나면 뇌로 가는 혈류가 차단돼 뇌손상을 입게 된다. 뇌는 한번 손상받으면 회복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3∼5분간이 삶과 죽음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순간인 셈이다.
심근경색이 생기면 무조건 빨리 병원에 데려가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응급 조치를 위한 안전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미국이나 유럽,일본 등은 경기장이나 공연장,공항,역,터미날 등 공공 장소에 응급 상황을 대비해 ‘심실 빈맥’과 ‘심실 세동’을 치료하는 자동심실제세동기를 비치해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들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런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다. 미국의 경우 심근경색 환자
의 80% 정도,유럽은 60∼80%정도가 6시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해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치료를 받지만,우리나라는 이런 환자가 40%에도 못미치고 있다.

-심장마비 환자 발생시 응급 대처 요령은.
△심한 가슴 통증 환자가 발생하면 손가락을 따거나 기타 민간 요법으로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즉시 119에 구조 요청을 해서 병원 응급실을 찾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안전하다. 특히 급성 심근경색으로 길거리에서 사람이 쓰러지면 먼저,주변 사람에게 급히 알려,구조를 요청한다. 다음엔 맥박과 호흡을 살피고,맥박이 없는 경우 자동심실제세동기를 사용하거나 없는 경우,주먹으로 가슴 중앙부를 내려친다. 마지막으로 기도를 유지하면서 심폐 소생술과 심장 마사지를 동시에 해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