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떠나온 길 **



        등짐을 내려 놓고,
        발자욱 하나씩 찍어 가며
        그 자리에
        아무것도 채우지 못한 채
        어스름 저녁
        얕으막한 문턱을 넘어 떠나온 길

        바닥이 훤히 드러난 짙푸른 바다 위로
        뚝뚝
        소리를 내며
        잠잠하던 그리움이 용틀음 하고

        한아름쯤 가까와 진듯
        솜털같은 구름이 내려 앉은
        이국의 하늘엔
        가물가물 기억속으로 잠긴 빛바랜 사진 속 얼굴이
        구름 뒤에서
        잃었던 핏기 되찾아 환한 웃음 토한다

        목젖을 누르는 세월의 파편이
        이 곳까지 튀어
        추억 여행이 되어버린 길 위에
        눈물대신
        하얀 미소 내려 놓고
        일상을 향해 가슴을 열고
        찌꺼기같은 삶의 고리를 허공에 뿌린다



                          글과 사진 : 한효순

        음악 :Joan Baez-The River In The Pin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