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아이 둘이 있고 사랑하는 남편을 둔 나무랄데 없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중산층의 주부이다.
평범한 일상 중 매주 목요일이면 기차를 타고 조금 더 큰 도시로 나가
책방에도 들르고 백화점도 들르고 가끔 영화도 보는 무료한 생활을 하던 중,
우연히 기차를 기다리며 앉아있던 간이역 커피솦에서 남자에게 도움을 받는다.
직업이 의사인 남자는 얼마 후 , 아프리카로 가족과 함께 의료봉사를 떠난다고.....
목요일이면 만나던 우연이 잦아지자
은연 중 여자는 남자를 기다리고  둘은  점심을 같이하고 영화를 함께 보는 등 서로에게 다가간다
급기야 남자가 사랑하고 있음을 고백을 하며 친구의 아파트에서 함께 밤을 보내자하자
여자는 몇번이고 망설이다가 발길을 돌려 집으로 가는 기차를 탄다.
그러나 기차가 움직이려하자 황급히 내려서는 남자가 기다리고 있는 아파트로 달려가  둘은 해후를 한다.

뜨거운 해후를 하고

그러나 하늘의 노여움을 샀는지
마침 내일 온다던 남자의 친구가 돌아오자
여자는 도둑질을 하다 들킨 양, 수치심에 떨며 비를 맞으며  집으로 돌아온다.
차츰 마을에 소문이 나기 시작하고
여자는 많이 망설인 끝에 남편에게 고백을 하고 용서를 구한다.

 

이 영화는 "밀회"로 얼마전 우연히 EBS에서 방영된 것인데
유혹과 파멸로 이어지는 사랑과 그 달콤함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인간의 나약함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왜 우리는 금지된 사랑에 더 열광하는 것일까?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

시골주부 프란체스카에게 찾아온 사진작가  로버트는

"애매함으로 둘러싸인 이 우주에서 이런 확실한 감정은 단 한번만 오는 거예요.

나도 당신을 원하고 당신과 함께 있고 싶고 당신의 일부분이 되고 싶어요" 라고 고백했을 때 가슴 설레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적을 사랑하고만 "색 계"의 왕치아즈는

"그는 뱀처럼 내 안으로 파고 들어요. 그 뱀은 심장까지 공격하지요.

하지만 언젠가 내 심장이 굴복하고 말거예요"라며 고백할 때 그 여인에게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까?

 

황순원의 "소나기" 처럼 풋풋한 첫사랑에서부터
유부녀임에도 다른 사랑을 선택했기에 기차에 몸을 던질 수 밖에 없었던 안나 카레리나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살면서 몇번의 사랑때문에 상처를 받는 것일까?
불같은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 남는 회한들........
죽을 줄 알고 날아드는 불나방들이다.

 

요즈음 흔히 이런 질문을 한다.
만약 죽기 열흘간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당신은 무엇을 꼭 하고 싶으냐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불같은 사랑을하다 죽고싶다  고.........
믿기지 않았던 이런 말들이 그냥이 아니라는 사실이  이즈음  실감이 난다.
KBS 아침마당 수요일의 주제가 "2번째의 삶을 찾습니다" 인데 이 프로에 나와 짝을 찾는 여자의 나이가.50세에서 75세까지 라니...........
당당히 나와 남자를 찾는 여자 분들을 보면서 감탄을 여러번 하게 되니
세상이 변해도 많이도 변했음을 인정 안 할 수가 없다.

 

그래도 "밀회"같은 영화가 잔잔하게 가슴에 여운을 길게 남기는  이유는
욕망을 누르고 남편에게 용서를 구하고 가정을 지킨다는 지혜로움이 돋보이기 때문이리라.
사랑은 지독한  바람같은 것
결국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사람이 제일 아름다운 사람이 아닐까?

 

벌써 변죽만 올리고

올듯 말듯 애를 태우던  봄이 성큼 내 앞에 다가섰다.
얼었던 대지가 녹고 만물이 대지 밑에서 싹을 틔우느라 분주한데
우리네 메마른  마음에도 싱숭생숭 봄바람이 분다.
봄바람이 자꾸 나를 나오라고 유혹을 하는데....


 

오는 봄을 어쩌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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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ef encounter(밀회)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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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린 감독 1945년작품

출연  셀리아 존슨, 트레버 하워드,

1946년 첫회 칸 영화제에서 그랑프리(황금종려상)을 수상함.

 1945년작이니 지금으로부터 68년전 영화이다.

수많은 영화중 죽기전에 꼭 보아야 할 영화 백편중 한편이기도 하다는 것을 보면 우리인간 만이 가질 수 있는

내면의 심리적 갈등을 잔잔하게 그려준 영화이기 때문이 아닐까?

 

 

영화 테마뮤직인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