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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 나뭇잎새가 아침햇살에 밝게 빛나고 있다.

지저귀는 새소리를 들으며 오늘 하루를 위해 주님께 기도한다.

선배님께선 오셔서 어제 저녁 아드님과 불꽃놀이 구경은 잘 하셨을까?  오늘은 전화 주시겠지? 

새빨간 제라늄꽃을 보며 커피 한잔 마실 때 선배님의 전화가 왔다.

차분한 음성이 나의 들뜬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만날 시간을 약속한 후, 다시 전화가 왔다. 

고추가루 좀 있어?  애한테 김치와 깍두기를 만들어 주고 싶어 그래. 한 주먹만 있으면 되는데  

선배님 마음도 내가 엘에이 아들 한테 갈 때와 똑같은 것 같다. 저희들은 김치 없어도 괜찮다고 하는데. 

큰아들이 남편의 머리를 깎아 주고 있다.  제고생이 인일여고생 만나러 간다며

 

평온한 좋은 날씨다.  길은 한산한 편이다. 

1번도로로 들어서니 몬트레이 쪽에서 안개가 몰려온다.  안개가 끼면 추울텐데  

다행히 몬트레이는 맑게 개었다.   관광객들이 부둣가를 걸으며 진열된 상품과 음식들을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고 있다. 

나는 오는 사람들을 쳐다보며 선배님을 기다린다.  맞다. 선배님이시다. 
그 옆에, 그 옆에는 키 크고 멋진 청년이 함께 걸어 온다.  아드님이구나. 잘 생겼네.  처음 만나는 선배님인데도 스스럼 없이
친근하다
.  인일 홈피에서 정을 주고 받아서 그렇구나.   아드님은 박사학위 받고 이곳 대학원에서 조교수로 있고 선배님은
동아시아지역에 파송된
60여분의 선교사님들을 돌보고 계시단다.

 

식당 앞에서 지나가는 관광객에게 음식을 맛보여 주고있다. 

이 곳의 명물 크램차우더예요. 아들이 설명해 준다. 
선배님이 받아서 아들에게 하나, 우리에게도 하나씩 주시고 맛보신다. 조갯살이 쫄깃하게 씹히고 따뜻하니 좋다. 

 

바다가 잘 보이는식당 이사벨라 이층으로 올라가 창가에 앉았다.  커피를 마시며 메뉴를 본다.

뭐가 맛있나?   아드님이 잘 아실테니까 하나씩 골라주세요.  맑은 얼굴의 그는 씨익 웃으며 엄마와 우리를 위해 각각
다른 것들로 웨이트레스에게 주문한다
.


모두 해물요리다
. 하나는 틸라피어, 하나는 오징어에 파르매산 치즈, 하나는 국물있는 해물탕, 그리고 해물 platter.  
모두 먹음직스럽다.  선배님도 아드님도 작은 접시에 골고루 덜어 나누어준다.  맛있다. 
선배님은 전에 이 곳 산호세에 오셨던 이야기며, 하시고 계신 일 이야기, 인천 옛날 이야기를 들려 주신다.

 

창밖에는 누워 발로 젓는 색색의 보트가 무리지어 지나가고 있다. 

남편이 게다리를 깨치고 통통한 살을 아드님에게 건네준다.

이거 한번 먹어 볼래요?  살짝 웃으며 바라보더니 눈인사하며 받아든다. 

' 이이가 왠일이야? 맘에 정말 드나보네.  아들 생각나나? 손주 볼 때가 되어 그러나?' 

 

엄마가 주는 것도, 남편이 주는 것도 맛있게 받아 먹는다.  정말 내아들 생각난다. 

먹는건 뭐든지 잘 먹지.  드려서 효도하는 아들도 있고 잘 먹어서 효도하는 아들도 있다 했는데,  그걸  알고 잘 받아 먹는건가? 
우리 목사님도 그러셨지.  심방가서 주는거 잘 먹는게 기쁨주고, 섬기는 것이라며 하루에도 몇번씩 가시는 곳마다 맛있게
싹싹 잡수셨지
. 

 

이제, 어디 가 보고 싶으세요?  어디가 좋을까?  아드님을 쳐다보며 물으신다.

약속 있다고 했지?   어머니 좋으신대로 하세요. 저는 시간 괜찮아요. 

엄마를 위해 시간을 모두 비워 놓았나보다.  

 

밴은 캐너리 로우와 수족관을 지나 해변을 따라 간다.  밀물이 되어 비치에 바닷물이 가득하다.

바위 많은 얕은 물가의 비치에 밴이 섰다.  
, 바다다!  선배님이 갑자기 애기마냥 바다를 향해 쏜살같이 모래위를 달려 내려간다.  

?  나는 놀래 아드님을 바라본다.  아드님도 놀란 눈으로 바라보면서도 말을 못한다.  

좋아라 하시는 선배님은 천진한 애들같이 순수한 마음을 아직도 간직하고 계신가보다. 

 

바닷물이 많이 들어와 잡을게 없다.  그런데도 선배님은 고동과 게고동, 작은게를 보시며 즐거워하신다. 
아드님도 그런 엄마가 신기한지 기쁜 표정이다.  사진을 찍는다.  아드님의 모습이 정말 늠름하다.  
미대륙을 자전거로 한바퀴 돌았다했지.  52일간 4300 마일을 달린 멋진 체험을 했다했지. 자신도 대견했을거야.  

 

둘째 태문이 얼굴이 떠오른다.  해마다 한달동안씩 멕시코에 갔을 때도, 브라질, 그리고 중국에 갔을 때도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빈손들고 오직 하나님의 사랑만
, 하나님의 말씀만 가지고 여행가서 그곳 학생들과 어울려 춤추며 노래하고
가르치고 돌아와 얼마나 가슴 뿌듯해 했던가
? 

 

17 Mile Drive를 돌며 아드님은 내내 엄마 곁에 붙어서 이곳을 안내하는 가이드 노릇을 한다. 

Bird Rock, The Lone Cypress, Pebble Beach,  Sea Lion, The Ghost Tree, 비싼 주택들을 하나 하나 자상하게 설명한다.

 

아름다운 곳,  아름다운 사람들, 아름다운 시간들 

남편은 다른 곳에 더 가보고 싶지 않으신지 물어본다. 

희고 고운 모래, 사파이어 에머랄드 빛의 반짝이는 카멜비치, 유서깊고 아름다운 카멜미션 해가며


아마
, 엄마와 아드님이 너무 좋아 헤어지기 싫은가 보다. 

함께 더 있고 싶은가 보다. 

오래 오래 이야기 나누고 싶은가 보다.

 

 

 

                                                                   7 11 2008 

                                                                          샌프란시스코에서  김 경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