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는데 예전의  봄이  아니다.
개나리  피고나면 진달래가  피고 지는
이런  순서가  없어지고
봄꽃은 한꺼번에  피고
한꺼번에  몽땅  지고만다.
그렇게  후딱  가고마는 봄이  아쉬워 김포를  찾았다.
물론  김포로  이사를  간  선배의  집들이겸  날을  잡은  것이다.

 


우리가  온다고  선배의  부군되시는  교수님이  우리를  위해  이곳저곳을  안내해  주었다.

그  중에서도  연산군이  귀양을  가  죽음을  거둔  교동.....
인천시에  속해  있으면서도  바다에  가로막혀  한번도  와보지  못한  섬이다.
2014년  7월  1일에  완공되었다는  교동대교는  교동을  확  바꾸어  놓았다.
배가  드나들던  선착장은  폐쇄되었고
대신  자가용이  바다위로  거침없이  달린다.
바닷바람을  맞으니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린다.
그리고  끝없는  곡창지대가  눈앞에  펼쳐진다.
이제는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찬  김포평야  대신  이  교동평야가  우리에게  소중한  곡창지대가  되었다.

 

 

아름다운  섬  교동은 
뻗으면  손에  잡힐  듯  이북이  바로  코앞에  있어  망향대를  만들어  놓고는
이북에  고향을  둔  실향민들이  찾아와  시름을  달래기도  한다.
실제로  내가  아는  분은  어릴  적  이곳으로  배를  타고  넘어  오던  중  위험에  처하자
배를  버리고  집에서  일하던  하인이  목마를  태워  건너  왔는데
그  은혜를  잊지못해  90이  넘은  지금까지  그  집안의  생활비를  대고있다.
이렇듯  얼마나  많은  사연을  안고  저  강은  지금도  묵묵히  흐르고  있을까?

 

 

섬  전체가  봄이고
봄꽃들로  눈이  부신데  예쁜  절이  있다기에  찾아  들었다.
사월  초파일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절마당엔  등  하나  달려  있지  않다.
앞으로는  푸른  바다가  넘실대고
벚꽃  개나리  진달래  싸리꽃이  지천인데
파란  잔디가  정갈한  절집  안마당엔  아듬드리  소나무가 장승처럼 절을  지키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였을까?
사월  초파일  즈음이면  절마당을  가득  메운  등이  역겨워지기  시작했다.
부처님은  분명  마음의  등을  켜라  했건만
돈자랑인가  싶은  등의  행렬을  보면서  면죄부를  팔던  종교의  치부가  생각나는  것은  비단  나만의  일일까?
그런데  등을  달지  않은  이렇게  예쁜  절이  이곳에  다소곳이  숨어  있다니.....
흡사  청랑한  바람  한줄기를  맞은  느낌을  숨길  수가  없다.
이름도  예쁜  화개사를  둘러보며  머지않아  다시  찾아야지  다짐한다.

우리에게  섬의  아름다움을  하나라도  더  보여주려  한 
교수님의  세심한  배려로  봄날의  아름다움이  환호성을  지른다.

 

 

선배의  아파트 또한  여느  아파트와  다른  점은
거실에서  보면  산이  가득  들어온다.
산을  깍지않고  그대로  살려  놓으니  흡사  산속의  별장만  같으다.
너무  넓은  주택에  살아  난방비만  300만원을  쓰고도  추워  결단을  내서  이  아파트로  이사를  왔다는  선배...
신혼을  만끽하며  알콩달콩  사시기를....
그런데  한가지  아쉬운  점은  교수님의  백담계곡에  관한  아름다운  시가 벽면에  걸려  있었는데
사진을  못  찍어  와  지금까지  아쉽다.

2017년도의  봄날은  짧지만  오늘의  교동가는  길  때문에  두고두고  아름다움으로  남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