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저문다.
허공을  끌어  안으며  육십  중반이 쏜살같이  달아난다.
더듬어보면  한  일이  하나도  없는데  삼백여일이  언제  지나갔다는  말인가?

 

벌써  2016년  12월
아프리카  대륙  북부  사하라  사막에  37년만에  눈이  내렸다.
세상에서  50도를  넘나드는  가장  건조한  사하라  사막에  눈이  내렸다니 믿기지가  않아
12월의  한가운데서  망연자실  서있다.

 

올  한  해는  나에게는  상실의  시대라고나  할까?
얼떨결에  아버지를  보내고
그  우울증으로  엄마는  죽을만치  아파  입.퇴원을  반복하고  있으니
아버지에  이어  엄마도  가시는  것이  아닐까  조마조마한  힘든  날의  연속이었다.
애증으로  얽킨  부부의  인연이  참으로  질기기도  하다.
평소에  소가  닭보듯  하고  살았건만  아버지  돌아가시고  엄마는  맨날  "네  아버지가  아직  안  들어왔다"하며
잠도  안  자고  기다리시더니  덜컥  쓰러진  것이다.
의사  선생님은  오래  해로한  부부에게서  일어나는  흔한  증상이라  한다.
아버지만  다시  데려다  놓으면  우리  엄마가  벌떡  일어날텐데  라며  애꿎은  생각을  해  보기도  하며  어이없어  한다.

 

또한
내  속만큼이나  어지러운  촛불시위.....
나는  박근혜  대통령을  좋아해서  몇년  전  그  추운  겨울날  취임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그런데  탄핵이라니  믿을  수가  없다.

정치도  사람이  하는  일이고  생물이기에  시시각각  달라질  수  있고

더  더군다나  나  자신  정치는  모르니까....

그러나  있지도  않은  광우병을  갖고  온갖  농단을  부려  시국의  불안을  조성한  것이  바로  얼마전인데

그  집단이  또  유모차까지  끌고  나와 

탄핵을  유도하는  모양은 

정말  아니지  싶다.

유모차의  아기들이  무슨  죄로  이  추운  겨울날  시위대에  이용이  된다는  말일까?

 

중국에  "천요하우  낭요가인"이라는  고사가  있다.

홀어머니  밑에서  외아들로  어렵게  자란  주요종이라는  서생이  장원급제를  했다.

어머니의  고생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던  아들은

황제에게  읍소를  해서

오로지  아들  하나  지극정성으로  키운  어머니에게  열녀문을  내려  달라고  읍소를  하자

황제가  쾌히  허락을  한다.

그러나  이  말을  전해  들은  어머니는  아들의  스승인  장문거에게  개가를  하겠다고....

 

놀란  아들이

어머니가  개가를  하면 

나는  황제를  속인  죄로  큰  벌을  받을  수  밖에  없으니  어찌합니까  했더니

내가  비단치마를  빨아  내일  마르면  개가를  안  하겠다고.

그런데  멀쩡하던  하늘에서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  치마는   마르지  않고  결국은  개가를  했다고.

 

그리고  또  하나

1971년  모택동이  임호에게  총살을  당할  뻔  한  일이  발각이  되어

비행기를  타고  도망을  가자  모택동이  탄식을  하며

"천요하우  낭요가인"이라  하여  더  유명해진  이야기로 

어쩔  수  없으니  가도록  하라  라는

'하늘의  뜻은  막으려  해도  막을  수  없다   라는  이야기로  더  유명해진  이야기이다. 

 

요즈음  이  나이가  되어보니  새삼  하늘이  무섭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50도의  무덥고  건조한  사막에  느닷없이  내린  눈은 

우리에게  어떤  경고를  하늘이  주는  것이며

얼마  후  헌재에  의해  탄핵이  결정이  날  일도  다  하늘의  뜻이  아닐까?

민심이  천심이라고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눈이  오면  눈을  맞듯

생노병사의  길을  그렇게  순응하면서  가는  것이  인생이다.

 

특히  형제가  많은  우리집  올  해  병신년에는  아들  셋,  딸  하나

네명의  아기가  태어났다.

얼마나  예쁘고  귀여운지  "송림동  카톡방"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아기들의  성장기가  올라온다.

하루는  식구들이  모였는데

아기가  누워있는  좌우로  4살  6살  8살  11살  여자아이들이  같이  누워  아기를  보고있다.

그런데   8살  지원이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하는  말이"나는  아기들은  다  싫어"한다.

맨날  자기가  주위의  귀여움을  독차지  했는데  아기에게  관심을  주니  심통이  났나보다.

다섯째  고모  말이  "지원아!  네  시대는  끝났어"  하니

지원이  말이  "나는  아기는  절대로  되지 않을거야."  한다.

아!  다시  아기로  태어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날  지원이는  하루종일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힘든  밤,  어려운  밤"으로  제멋대로  개사해

크게  부르고  다녔다.

 

또  한  해가  저물고  있다.

하루하루  고맙고  감사한  일은  금방  잊어버리고

어렵고  힘든  일은  두고두고  야속한  채로  한  해가  저물어간다.

언제나  이기적인  나이지만 

이제는  내려놓고  사는  법을  배워야겠다.

 

괜찮아!

괜찮아!

죽을만큼  힘들  때

그냥  펑펑  울고나면  마음이  평온해지지.

눈에서는 눈물이  소리도  없이  줄줄  흐르고

가끔  흐느낌만이.

그래도  괜찮아

내일은  오늘보다  나아질터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