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의  긴  연휴가  끝나고
울긋불긋  단풍이  예쁜  가을날
보란듯이  날라드는  것이  청첩장이다.
다들  못가니  안가니  해도  때가  되면  가는  것인지 이번  가을은  유난히  많다.



그런데  이번  토요일
특별한  결혼식에  다녀왔다.
친구는  우리는  하객이  너무  없어서  걱정이라는  말을  하길래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갈께  라며  약속을  했다.
그런데  우려와는  달리  손님이  너무  많다.



식이  시작되고
스승인  서울공대  교수가  주례를  보는데

신랑은  반도체  연구원에
신부는  건축감리사 라니  참으로  어울리는  한쌍이다.
그동안  결혼을  못  시켜  애면글면  하더니  이런  짝을  만나려고  그렇게  엄마  속을  태웠을까?



그런데 요즈음은  축가를  신랑이  직접  부르나  보다.

신랑이  성시경의  연가로  유명한  "내게  오는  길"을  부르는데 
부르다  목이  메어  흐느끼는  것이  아닌가?
보다못한  사회자가  "격려의  박수  부탁드립니다"하니  우뢰와  같은  박수가  쏟아진다.

그러면서  이어지는   "내게  오는  길"
계속  흐느끼며  울면서  부르는  바람에  하객  모두가  같이  울어버렸다.



몇해  전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단둘이  살아  온  아들이
엄마를  홀로  남겨두고  가자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을까?
그리고  특히  오늘같은  날  자상하고  인자한  아버지가  더  그립지  않았을까?
나는  친구가  울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곱게  화장한  얼굴이  엉망이  될까 '너  절대로  울면  안돼"라고  식전에  당부를  했건만
하객이  신랑때문에  다들  울고  있으니
이를  어쩐다?
그래도  여자는  약해도  어머니는  강하다  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친구는  아들이  떨어뜨린  악보를  침착하게  얼른  집어  손에  쥐어준다.   


식이  끝나고

하객들에게  인사를  하며  다니는데

우리  자리에  오자  나는  나도  모르게  신랑  손을  덥석  잡고

"용우가  잘  컸구나. 정말  착하다" 라고  말을  쏟아냈다.

남의  아들이라도  얼마나  대견한지.....


그동안  수많은  예식장을  다녀  봤지만

이렇게  울음바다가  된  예식은  처음이고

마음으로  뿌뜻한  예식은  처음이다.

남자의  눈물이라서  더  그랬을까? 


나는  결혼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가  탄생한  이유를   꼭  말 해  준다.

한  남자에게는  사랑하는  연인이  있었는데

어느  날  전쟁터에서

남자는  팔  하나와  다리  한쪽을  잃고

그  모습으로  사랑했던  여자곁에  머물 수  없어  떠난다.

그것만이  자신을  사랑했던  그  여자에게  보여줄  수  있는  깊은  사랑이라고  여기고.....


그리고  세월이  흘러

그  여자의  결혼소식을  듣고 

그녀의  결혼을  축하해  주러  간다.

먼  발치에서  예식을  바라보던  남자는  깜짝  놀라서  그만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린다.

왜냐하면  상대  남자가  두  팔과  두  다리가  없이  휠체어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  때서야  남자는  그  여자가  사랑한  것이  자기의  겉모습이  아닌  영혼  자체라는  것을  알고

후회하면서

그래서  그  여자를  위해  만든  곡이  바로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 이다.

얼마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인가?


이  이야기에서  보듯이

사랑이란  무엇일까  를  잊고  살다가도 

오늘같이  결혼식을  다녀오면  이런저런  생각에  마음이  여러  갈래가  된다.

좋은  상대를  배필로  맞는  것

하늘이  정해준  최고의  행복이  아닐까라고....


그래서

나는  오늘도  꿈을  꾼다.

그런  행복이  결혼을  하는  모든  커플들에게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