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돌잔치 

 

"행복한  가정은  모두  똑같지만

불행한  가정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불행하다"  라고  말한  사람이  톨스토이였던가?

그런  각도에서  볼  때 

가족  여러명이  함께 여행을  했다는 것은 행복한  가정임을  증명해  준  것이  아닐런지....

 

우리들의  이번  미국여행의 첫번째  이유는 

엠마의  첫돌을  축하해  주기  위해서인데

한국에서  13시간  비행기를  타고  6명이

워싱톤에서  4시간  비행기로  2명이

뷔엔나에서는  14시간  비행기로  3명이

이곳  캘리포이아주  헌팅턴  비치에  모였다.

 

새벽부터  일어나  돌상을  차리느라  분주하다.

셋째  동생이  직접  만드는  5가지  떡은 한국에서  올  때  재료를  다  준비해  온  것으로  솜씨가  대단하다.

세가지  나물에  잡채와  갈비찜

그리고  오자마자  담근  배추김치와  깍두기  오이  소박이에  세가지  과일이 상에  오른다.

식탁위에  남색  상보를  곱게  펼치고

밥  미역국  순으로  음식이  차려지고

돈 금붙이  옷  구두등  선물이  올라가고  청진기  판사가  사용하는  막대봉  우주선을  나열해  놓고 

나중에  무엇을  집을까  흥미롭게  지켜본다.

엄마와  엠마는 그동안  한복으로  곱게  차려입고 아빠와  함께  앉아  사진을  찍는다.

 

오색  주머니엔

쌀  콩  팥  수수  조를  넣어  평생  식복을  누리라는  염원을  담고

실꾸러미는  장수를  기원하는  뜻이  담겨져있다.

엠마는  오늘  판사를  의미하는  막대봉을  잡았다.

 

한국에서도  집에서  직접  차리는  돌상이  드문데

이렇게  미국에서  차려지는  돌상을  보니  대견하다.

이  모든  것을  준비한  우리  세째  하는  말이  내  손주도  이렇게는  안  해  주었다  하며  웃는다.

여자  형제가  많으니  큰  일도  순식간에  해치우고

딸이  많은  것이  정말  좋다.

 

금붙이에  달러  유로화  등  선물을  한아름  받은  우리  조카딸은  감격을  했나보다.

이런  메세지를  모두에게  날렸다.

"오늘은  많은  분들의  사랑과  격려속에서  엠마의  돌잔치를  했습니다.

먼  곳에서  같이  함께  하러  온  가족  친척  모두의  사랑에  눈물이.....

또한  외지에서  한국식의  돌잔치를  꾸미기  위해  너무  고생하신  빵이모와  숙모

엠마를  위해  시를  써  주신  큰이모

그리고  엠마를  귀여워하고 아껴주는  예원 지원  제이

그리고 엠마의  이모  이모부  삼촌과  함께  해서  너무  좋아요.

엠마를  위해  아름다운  선물을  해  주신  할머니  이모  언니들도  너무  감사합니다.

우리  가족  모두를  사랑합니다!!!"

 

2...제이


그  다음날  부터는  전쟁이다.

1살  4살  8살  10살  아이들이  모여  있으니  난리법석이지만

아이들이  없으면  무슨  재미로  살까?

아이들은  식구가  많으니  호칭도  만만치가  않다.

한  세대가  바뀔  때마다  호칭이  길어진다.

그래서  내가  아이들을  앉혀놓고  이제부터는  "큰이모  할머니"라  하지  말고  그냥  "예쁜  할머니"라고  부르라  했더니

8살  10살은  "쳇"  라고  단번에  거절을  했지만 

4살  제이는  "알았어" 하더니  꼬박꼬박  "예쁜  할머니"라  부른다.

그것을  본  동생들이  나를  비웃고  야단이다.

"그  나이에  예쁘다는  소리를  듣고  싶을까?" 라면서  말이다.

 

그런데  바로  어젯밤  일이다.

초저녁부터  자기  시작한  나는  인기척에  눈을  떴는데

내  바로  얼굴  앞에서  제이가  내  핸드폰을  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라  "제이야!"하고  불렀더니  느닷없이  울먹이며

그  와중에도  "예쁜  할머니  안녕...."하는  것이  아닌가?

얼마나  우습던지  제이를  잡고  한참을  웃었다.

제이  할머니에  의하면  12시가  넘도록  잠을  안자고  만화영화  "미니특공대"만  보려고만  하니

핸드폰  뺏고  야단을  치고  자라고  하니 울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  와중에도  나랑  눈이  마주치니  "예쁜  할머니  안녕..."이라고  하니 

제이가  얼마나  예쁜  아이인지....

 

3...독립기념일


오늘은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로

집근처  헌팅턴  비치에서  열리는  불꽃놀이를  보러왔다.

해변은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하늘엔  달이  유난히  밝고  별이  총총한  가운데  드론이  8대나  떠  있고

이  모든  것을  NBC 방송국에서  생중계를  하고있다.

9시에  시작인  불꽃놀이를  제각각  즐기며  기다린다.

 

드디어  9시  정각...

불화살을  쏘아  올리자  바로  머리  위에서  불꽃이  쏟아진다.

밤하늘이  굉음을  내며  빛의  향연이  바로  머리  위로  떨어진다.

깜짝  놀라  두손으로  머리를  감싸 안으며  다시  하늘을  올려다본다.

계속해서  쏘아  올리는  불꽃놀이가  장관이다.

어디선가  미국국가가  울려  퍼지고  사람들은  USA를  소리높여  외친다.

세계 최대강국  미국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느낀  독립기념일 이었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해변  곳곳에  담요를  덮고  누워있는  젊은이들이  곳곳에  있는데

마약에  취한  커플들  이라고.

대마초가  합법인  이곳  캘리포니아는  마약의  천국으로

주위  사람들이  그런  사람이  있건말건  신경도  쓰지않으니  미국의  어두운  한  단면이라고  할까?

코스트코  같은  마트에  가서  총기를  보관하는  금고도

인천에서  온  촌년인  나에게는  엄청 신기한  한  장면이었고....


4....캠프  화이어


오늘은  노을도  볼겸해서 바닷가로  캠프  화이어를  떠났다.

장소는  독립기념일  불꽃놀이를  하던  바로  헌팅턴  비치.....

그  날은  사람이  너무  많아  바닷가의  크기조차  가늠이  되지  않았는데 그  크기가  장난이  아니다.

이곳  하늘은  늘  맑고  깨끗하다.

저  멀리  바다가  하늘인지  하늘이  바다인지

알  수  없는  경계가  아마득하다.

그  사이로  새빨간  둥근  선이  나이테를  두르듯 나타난다.

점점  그  선이  가라앉으며  색이  더  짙어진다.

누가  그랬던가?

인생의  황혼이  아름다운  이유는  노을이  아름다워서라고.....


노을은  질  때가  더  아름답다.

우리네  인생도  황혼이  더  아름다운  법이라고....

노을이  꼴깍  바닷속으로  사라지자  여기저기에서  캠프  화이어가  타오른다.

이곳은  불놀이를  위해  모래사장  위에  큰  원형  깡통을  수백개  설치해  놓았다.

그  속에  준비해온  장작을  얼기설기  올려놓고 조개탄에  종이로  불을  붙인다.

타닥타닥  금새  불이  붙으며  잠시후  화력도  좋게  불이  치솟는다.

차가운  밤바다에  담요까지  쓰고있는  가운데  갑자기  몸이  더워진다.


준비해  간  은박지에  쌓인  고구마와  감자가  불속에  던져지고

우리는  기다란  대꼬챙이  끝에  하얀  마시멜로를  끼워  불속에서  천천히  노릇노릇  굽는다.

잘  구워진  마시멜로  위에  다크  쵸코렛과  비스켓을  얹어  먹으면 

그  달콤함이  온  입안에  가득  번진다.

첫사랑의  달콤함  같은  마시멜로의  맛.....


실상은  주위를  돌아보면  바닷가는  젊은이들의  축제다.

모닥불을  피워놓고 제  멋에  겨워  춤을  추는  젊은이들,  배구를  하는  젊은이들

그리고 엎드려서  계속  먹으며  핸드폰에  열중인  청춘들....

우리가  누리지  못  한  청춘이  몽땅  여기에  있지  않나  싶었다.

바다,  노을,  밤하늘의  별, 그리고  모닥불  속에 

나는  일년동안  흘릴  눈물을  오늘  다  흘렸다.


매콤한  연기속에  누구  눈치도  보지않고 

누군가가  보고싶어서  실컷  울었다.

밤은  점점  깊어가고  모닥불은  사위어  가고....

낭만  속에  여름밤이  깊어만  간다.



5....샌디애고  씨월드


이곳은  지상의  낙원이고  축복받은  땅이다.

공기좋고  아름들이  나무들  그리고  하늘은  파랗다.

입장료가  100불인데  인터넷으로  구매하면  60불로  하루종일  놀아도  입장료만  내면  되는  합리적인  방식이다.

범고래쑈는  세계에서  이곳  하나로

앞좌석에  앉아있던  예원이는  고래들의  물뿌리기 장난에  온몸에  물벼락을  맞고 좋아한다.

무섭지도  않은지  고래가  솟구치기만을  기다린다.

범고래와  돌고래의  차이는 

범고래는  사람등  모든  것을  잡아먹고

돌고래는  안  그런다는데 

얼마전  같이  공연하던  사람을  잡아  먹은  후로는  사람들과  같이  물속에서  공연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고...

여하튼  이  공연  하나만으로도  입장료가  비싸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

또  아쿠아룸에  들어가  상어  거북이  등을  원도  없이  봤는데

출구쪽에  전시  된  백상어  이빨은  정말  소름이  끼쳤다. 


또한  미국은  장애자의  천국으로  모든  것에  우선권이  주어진다.

줄을  2시간  기다려  타야하는  바다  위를  건너는  케이블카도  무조건  기다릴  필요없이  타면  된다.

그것을  우리  팀이  악용했다.

내가  휠체어  서비스를  받아  모든  곳을  기다리지  않고  후리패스....

정말은  얼마나  미안하던지.

앉은뱅이,  목발을  사용하는  중증환자들이  사용하는  것을  뺏어 탔다는  미안함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우리  조카들은  신났다.

휠체어에  세명이  올라타  편히  갈  수  있었으니 더  말  해  무엇할까?



6....할리우드


아장아장  걷던  조카가  벌써  25살이  되어  이곳에서  일을  한다.

집에서  이곳까지  출퇴근을  하는데  1시간  30분이  걸리는데도  불평이  없다.

장한  한국의  아들이다.

스타들의  거리에서도  증명사진을  찍고  이병헌이  새겨져  있는  곳에서도  찍었다.

부호들이  살고있는  대저택  거리도  구경했다.

저런  곳에  사는  사람들은  병도  안  걸리고  죽지도  않을까?

레드카펫이  열리는  극장도  실제로  보니  별  것도  아닌 것을...

모든  것이  허상임을  할리우드가  말하고  있다.


길거리에서는 

스파이더 맨이나  아이언 맨  복장을  하고  관광객을  상대로  사진도  같이  찍고  기념품을  팔고  있다.

이  짧은  거리에

유명배우  이름을  새기고  돈을  버는  미국인들의  상술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우리  조카  말이

자기는  헐리우드의  좋은  동네에  살  것인데

한가지  걱정은  엄마나  누나들이  와서  죽치고  가지  않을까  걱정이  되서  고려  중이라고....

그래!  꿈을  꾼다고  누가  세금내라고  할까?

꿈이라도  크게  가지렴



7....구원의  산


지금은  고인이  된  레너드  나이트  라는  사람이

콜로라도  사막  한가운데

페인트와  물감만을  갖고  만들었다는  "구원의  산"을  다녀왔다.

헌팅턴  비치에서  4시간쯤  달리면  나오는  곳인데

가는  도중  바다와  같은  긴  호수가  계속  따라오는  것이  인상적인  곳이다.


처음  도착하자마자  들어오는  귀절은  "하느님은  사랑이시다"인데

 묘하게도  종교적인  엄숙함보다는  히피적인  자유분방함을  느겼다고나  할까?

오늘은  이곳이  41도의  높은  기온으로

핸펀으로  사진을  찍는  이들에게  계속  경고를  보내고  있다.

기온이  너무  높아  밧데리가  터질  수  있으니  휴대폰을  꺼  달라고.... 

후딱  둘러보고  서둘러  차로  돌아와  오던  길을  다시  되짚어  온다.

어찌나  더웠던지  아기들  뺨이  빨갛게  익었고

운전자  빼고  다들  골아  떨어졌다.


얼마전  신문에  실린  기사가  생각이  난다.

콜로라도는  대마초가  합법인데

어느  교회에서  대마초를  피우면서  성경공부를  한다고  하니  사람들이  엄청  몰려왔다고....

마약을  하며  기도를  드리면  하느님의  은혜를  더  빨리  받는다고  하니

참으로  모를  나라가  미국이다.



8.....라스베가스


모하스  사막을  건너  라스베가스에  들어섰다.

꼬박  5시간이  걸렸다.

가는  도중  먹을  데도  마땅치  않으니  집에서  무스비를  잔뜩  만들어  갔다. (실은  우리가  있는  동안  9킬로  쌀을  3포대나  먹었다)

40도를  넘나드는  폭염속을  달리는  것은  고행 수준이라고  할까?

아무리  에어컨을  세게  틀어도  소용이  없다.

그런데  갑자기  창문을  후두둑  때리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비가  거의  오지  않는다는  이곳  사막에  비가  온다.

뒤이어  우박도  쏟아진다.

이것이  무슨  행운일까?

저  멀리  라스베가스의  불빛이  우리를  반긴다.


에펠 탑도  보이고

런던  아이도  보이고

시이저의  동상이  보이는  가운데  플라맹고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에  도착해  체크인을  하는데도  거의  2시간이나  걸리니  얼마나  손님들이  많은지...

이  호텔은  라스베가스에서  제일  오래된  호텔로 

버식시글이라는  도박사가  1946년에  완공한  곳으로 

당시  애인이던  여자가  다리가  길고  예뻐  흡사  플라맹고  같다해서  지은  이름의  호텔이란다.


저녁엔  시간에  맞추어  라스베가스  전구쑈를  보러갔다.

우리나라의  LG가  만든  작품으로  불야성이라는  말이  딱이다.

전세계인이  환호하는  전구쑈....대한민국  LG  화이팅이다.


이  더위에  이  거리만은  서늘하니  춥다.

카지노마다  냉방을  빵빵하게  켜  놓고  호객  행위를  하느라  문을  활짝  열어  놓았기에

거리  전체가  추운  것이다.

그  거리는  온통  인종  전시회를  방불케  할  정도로  온갖  사람들로  넘쳐난다.  


이  거리에서는  남자들이  홀딱  벗고

저  거리에서는  여자들이  홀라당  벗고  같이  사진을  찍자고  유혹한다.

물론  팁을  받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한편에서는  라이브  밴드에  맞추어  춤들을  흥겹게  추고있다.

머리  위로는  전선  줄에  매달려  사람들이  쏜살같이  날아  다닌다.

우리나라  관광버스도  3대가  와  있을  정도이니 

이  거리의  인기를  실감하고도  남는다.



9.....그랜드  캐년


다들  하는  말이

미국에  가면  그랜드  캐년은  꼭  봐야 한다고들  하기에 헬리콥타를  탔다.

1시간  30분  정도의  비행에  260불  이라는  비싼  가격때문인지

리무진이  호텔로  우리를  데리러  왔다.

난생  처음으로  타보는  리무진에  헬기라니....

조종사  옆자리인  앞좌석에  타려면  50불을  더  내야  하지만 

무엇보다  균형을  잡으려면  조종사와  체중이  비슷해야  한다해서  뒷좌석에  앉았다.

인원은  4명....

해설도  한국어로  들을  수  있어  더  좋았다.


그랜드  캐년의  웅장함과  신비로움을  그동안  수없이  들었지만

실제로  가까이서  보니  기가  탁  막혔다.

억만년의  신비로움이  구비구비  펼쳐진  사연들이  손을  뻗 으면  그냥  손에  잡힐  것만  같다.

대자연은  수억년을  살아  우리  인간에게  갖은  선물을  제공하고도  말이  없는데

100년도  못  사는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저  아래  강에서  보트가  쏜살같이  달려간다.

그리고  그랜드  캐년을  등산하는  산악인들의  모습도  멀리  보인다.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이들을  그랜드  캐년은  얼마만큼  허락을  할까?


3박 4일의  라스베가스....

지금  생각해  보아도  가슴이  쓰리다.

나는  카지노엔  안  갈거야  했건만

이  호텔  저  호텔을  전전하면서  빵빠레가  터지기만을  고대했고

우리  식구는  몽땅  돈을  잃고서야  씁쓸하게  짐을  쌌다.

도대체  돈을  따는  사람은  누구인지!

모든  것이  헛된 욕심인  것을....



10......판피린


세월이  빠르다.

우리  아버지  첫기일이  6월  11일로

25명이  모여  호국원엘  다녀온  후  다들  엄마  집에  모였는데

4살된  제이가  왕할머니에게  판피린을  갖다 드리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살짝  아무도  모르게  말이다.

내가  엄마에게  약  가지고  오라는  심부름을  시켰냐고  했더니  그런  적  없다고.

심지어  제이는  병을  우두둑  따더니  할머니에게  드리는  것이었다.

판피린을  드실  때마다  똑똑한  딸년들이  꼭  싫은  소리를  했는데

애기  눈에  할머니를  이모들이  구박하는  것으로  보였는지  자기가  슬쩍  가져다  드린  것이었다.


언젠가  내  친구가  자기  엄마가  월요일마다  영양제를  맞는데

분명  좋은  약만은  아닌  것  같지만  엄마가  원하니까  맞게  한다고 ....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내  친구가  진짜  효자구나  했는데

그런데  4살짜리가  그런  마음을  어디에서  배웠을까?

분명  효심은  배워서  되는  것이  아니라  타고나는  모양이다.

노인네가  사시면  얼마나  더  사시겠다고  중독된다고  못  드시게  하니

어린  마음에  가슴이  아팠을까?


제이처럼  예쁜  마음으로  드리면

독약도  보약이  되는  것이라는  내  말에

내  동생들  나에게  눈을  흘겼다.

웬  궤변이냐고.....


내가  이  이야기를  쓰는  이유는 

미국에서  머리가  아프니  나도  판피린  생각이  나서  사  오라  시켰더니

한인타운에  가서  사  왔는데

가격이  한통에  5만이라고  해서  놀랐다.

여기서는  1만  2천원인데  말이다.

돈  생각을  하니  판피린  생각이  쏙  들어가  버렸다.



11.....엠마


이번  모임의  주인공인  엠마는  얼마나  예쁜지  그냥  인형이다.

엄마가  예쁜데  엄마보다  더  예쁘다.

그  아기가  집에  들어오자마자  자기  할머니를  보고는  환장을  하는  것이다.

다들  놀라서  "어머!  엠마가  할머니를  기억하나  봐" 하며  신기해 한다.

태어나자마자  뷔엔나로  달려가  3개월을  봐주고  비자때문에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서는

한달  뒤에  다시  가  3개월을  봐  주고  왔으니

6개월을  길러주고  온  후로

이번에  처음  얼굴을  보는  것인데

할머니에  대한  기억이  있는지  할머니  품에  안기더니  그  다음부터는  엄마에게도  가지를  않는다.

흔히들  말하기를  아기들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데  말문이  트이면서  다  잊어버린다  하지  않았는가?

그래서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라고.

엠마가  자기  할머니를  알아보고  떨어지지  않으려  하는  것을  보니  정말이지  소름이  끼쳤다고나  할까?


밥을  너무  많이  먹어

항상  맹꽁이  배를  하고  뒤뚱뒤뚱  걷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식탁에서는  계속  밥을  더  달라고  제비  새끼처럼  입을  쫙  벌리고  애절한  눈으로  쳐다보는  엠마.....

제이는  다들  엠마  엠마  하니

라이벌  의식이  발동을  해

괜히  가다가  툭  건드려  울리기도  하고

장난감은  엠마가  건드리지도  못  하게  한다.


그것을  본  8살짜리  지원이  이모가

제이를  조근조근  타이른다.

" 제이야!  엠마는  애기고  네  동생이니까  울리면  안  돼.

한국에  가면  이모  장난감  너  다  줄께"  라며.


요즈음  제이는  자기  할머니에게  "우리  미국  좀  가자"  라고  조른다.

너  엠마  못  살게  굴면서  왜  미국은  가자고  그래?

라고  하면  씩  웃으며  "이제는  안  그러면  되지"  하는  제이

오빠  체면이  말이  아니다.



12...   솔뱅



내가  그녀를  본  것은  아마도  12년  전으로  기억한다.

우리  막내  남동생의  결혼식에  왔는데  미국에서  왔다고  해서  놀랐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엄청  멋쟁이에  서글서글한  인상이  주위의  시선을  끄는 여자였는데

이번에  30년  워싱턴  생활을  접고  이쪽으로  이사를  오는데

이곳  사정을  전혀  모르는  우리  4째에게  많은  도움을  준  모양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우리가  도착한  날  저녁  집으로  찾아왔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그녀는  10년  전과  별반  다름이  없이  그대로였다.


며칠  후  새벽

그녀가  집으로  우리를  데리러  오고  솔뱅으로  향했다.

친구를  위해  내  동생은  새벽부터  일어나  무스비를  싸고  과일을  준비하는  등  들떠있었다.

긴  시간  운전을  하면서도  그들은  지치지도  않고  대화에  여념이  없었다.

(그네들의  대화를  재미있게  듣는  바람에  나는  메모하는  것도  잊어버려서  그  예쁜  거리  이름도  생각이  나지를  않는다)

독일식  마을인  솔뱅은  너무  유명해진  예쁜  마을로

우리는  인증샷만  찍고

다시  돌아  와

어느  해변에  들러  시원한  나무  그늘에  앉아  무스비를  먹고 

또  오는  도중  마이클  잭슨  때문에  유명해졌다는  그림같이  예쁜  거리에서

멕시코  와인  집에  들러

난생처음으로  멕시코  와인도  마셨다.

와인이  이렇게  맛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그런데

꼭  만날  사람은  어디에서라도  만나는  법인지

내  동생은  일요일날  성당에  가서  젊은  시절  함께  교편생활을  하던  선생님을  두명이나  만나

얼마나  좋은지 흥분이  가시지를  않아  펄펄  뛰었다.

딸이  미국에서  중학교때  부터  공부를  했기에

미국을  거의  30번  정도  왔는데

이  선생님들과  이렇게  만난  것은  처음이라고  하니  그  기쁨은  말  해  무엇할까?



13 ....먹거리  순례


미국은  땅덩어리가  커서  그런지  모든  것이  다  크다.

사람도  크고  뚱뚱하고  먹는  것도  다  크다.

햄버거도  얼마나  큰지  나같은  사람은  먹기도  전에  질린다.

그래도  예전보다  크기가  많이  작아진  것이라니....

오늘  먹은  멕시코  김밥도  얼마나  큰지  기계로  밥을  내리고  김  한장에  꼭꼭  눌러  싸는데

먹기도  전에  어찌  먹을지  한숨부터  나오더라.

괜히  사람을  크기로  부터  기죽이는  미국.....

이곳에서  부대끼며  살고있는  한국인들이  존경스럽다.


얼바인대학  근처에  있는  강호동의  "백정"은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

대략  1시간  30분을  기다려야  들어갈  수가  있다.

스테이크와  다른  감칠  맛나는  고기에  흠뻑  빠진  미국인들이  찾아와  얼마나  먹는지 신기하기까지  하다.

우리  조카도  회사에서  회식을  할  때

할리우드에서  LA에  있는  백정으로  올  정도로  인기가  최고라고.

조그만  양은냄비에  보글보글  끓여  내오는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도  어찌나  맛이  있는지 놀랄  뿐이다.


얼마전  백종원이  소개를  했다는  랍스타  집에도  갔다.

거기도  맛집이라는데

그릇이랑  스푼등이  하나도  없다.

자리에  앉으면  일회용  식탁보가  나오고  물수건이  나오고

음식은  종류대로  비닐에  담겨져  나온다.(단  굴만  예외이고)

랍스타,  게다리,  새우  등등이  몽땅  비닐에  담겨져  나오는데

역시  실용적인  미국이구나  했다.


무엇보다도

어디를  가나  종업원들이  친절하다.

남자고  여자고  얼굴이  예쁜데다  말하는  것도  애교가  철철  넘쳐  흐른다.

하이  소프라노에  생글생글  웃으며  말을  하니  자꾸만  쳐다보게  된다.

드디어  내  동생은  종업원에게  예뻐서  같이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하니

금방  포즈를  취해준다.

우리는  오면서 얼굴은  절대로  안  되지만   말하는  법은  좀  노력하면  되지  않을까  라며

그  아가씨들  흉내를  내어  보았지만  어림도  없는  일.....

여자들이  볼  때도  저렇게  예쁜데  남자들  눈에는  오죽  예쁠까?

나이를  먹으니  남자들이  한  눈을  파는  것도  다  이해가  간다.



14......예원이  지원이


초등학교  2학년  4학년인  아이들을  볼  때  마다  감짝깜짝  놀라는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요즘  아이들은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는데  유투브를  보고는  춤을  기가  막히게  춘다.

작년에  아버지  장례식장에서의  일이다.

지원이가  자기  아빠에게  묻는  말이

할아버지는  내가  춤을  출  때  제일  좋아하셨는데

할아버지  앞에서  춤을  추어도  되냐요  라고.

그  말을  듣던  지원이  아빠가  설마  출까  하면서도   춰도  된다고  하니까

영정  앞에서  "할아버지  지원이가  춤을  추니까  잘  보셔요"  하더니  삼바  춤을  추는  것이  아닌가?

다들  깜짝  놀라고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우뢰와   같은  박수를  쳐  주었다.

나는  그  날  많이  울었다.

그렇게  예뻐라  하던  손녀들의  재롱을  이제는  볼  수  없는  우리  아버지때문에  울었다.


이번에도  오빠가  랩을  잠깐  가르쳐  주었는데  금방  따라  하는  아이들

랩이  별  것이  아니라며

말을  하는  중간중간  약간의  음을  넣어주면  되는거야  라며

"내  이름은  도지원,  하지원이  아니야"  "공부는  하기  싫어,  놀고만  싶지"라고  가르쳐  주니  신이  나서  따라한다.

실은  우리  조카가  대학때  댄스  경연대회에  나가  1등을  했고

그  장면이  3개나  유투브에  올려져  있을  정도인데

오빠보다  잘  출  수  있다며  아이들이  춤을  추니  얼마나  기가  막혔을까?

이럴  때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다  라는  말이  딱이다.

사진을  찍을  때도  오빠가  갑자기  "깡패포즈" 라고  하면  금방  포즈를  취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세대가  완전히  바뀌었음을  실감했다.


심지어  지원이는  동네  미용실  아줌마에게  편지를  써서

그  아줌마가  내  평생  이런  편지는  처음이라고  감격을  했다나.

"아줌마가  내  머리를  예쁘게  잘라주셔서  동네  아줌마들이  나만  보면  예쁘다고들  하세요.

고맙습니다. 우리동네에  오래  계셔서  모든  사람들을  계속  예쁘게  해  주십시오"

대략  이런  내용의  편지를  보낸  도지원...

그  아줌마  얼마나  감격을  했을까?


그리고

벌써  사춘기에  들어선  4학년짜리  우리  예원이는  나의  핸드폰  선생님이다.

구식  핸폰을  바꾸니  모든  것이 생소해  모르는  것  투성인데

동생들에게  물어봐도  그것도  모르냐며  구박하기  일쑤인데

4학년인  예원이는  "고모!  걱정마.  내가  가르쳐  줄께"  한다.

물론  일주일에  한번씩  만나니  이제는  핸드폰  때문에  답답한  일은  없어졌다.


더  웃기는  일은

가족끼리  팬션으로  1박  2일  여행을  가도

예원이가  고데기  같은  것을  들고  오기  때문에

고모들은  그냥  빌려  쓰기만  하면  되니  세상이  거꾸로  돌아간다.


나이를  먹어도  아이들에게도  배울  것이  있다더니

세상에나!

그  말이  나를  두고  한  말일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