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  기록은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드리는  글입니다.


"용인  가는  길"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4기의  김계순  선배님이  늘  그리워하던  유정희  선생님을

수소문  끝에  찾아  부부가  선생님  댁을  방문한  것이다.

그리고  자기가  살고있는  용인에  한번  꼭  오시라  청을  드리니

선생님께서  애제자인  2 기의  최희순  선배님과  함께  용인을  방문한  것이다.


원래  세  분의  인연은

인천여중  시절부터로

김계순  선배님의  어머님이

따님을  피아니스트로  키우고  싶어

인천여중에  입학을  하자마자  유정희  선생님께  피아노  랫슨을  부탁드렸더니

애제자인  최희순  선배를  소개해  주어

그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니

피아노로  맺어진  인연이다.

그러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영문학과로  진학을  했으니

이루지  못  한  꿈이  못내  아쉬워

다시  선생님을 찾은  모양입니다.

70이  되어  다시  찾은  80대  중반의  선생님....

스승님이나  제자나  이만큼  살아왔으니  산전수전  다  겪고  지금에  이르렀는데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김계순  선배님의  용인  집은

정년  퇴임을  한  교수님이

나무  하나  돌  하나  손수  다듬고  못을  박고  해서

무려  13년이라는  시간을  공들여  만든  정원이  아름다운  집 입니다.

음악방에서는  오래된  축음기가

유정희  선생님이  부른  가곡을  들려주고  있는

음악이  있는  정원이기도  합니다.

선생님의  판은  몽땅  소장하고  있다는  제자를  볼  때  선생님은  어떤  생각을  하실까요?

노랑색  흰색  빨강색등

온갖  꽃이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고

이름모를  새는  덩달아  노래를  따라  부릅니다.

만약  지상에  천국이  있다면  이곳이  아닐까요?


거실에서는  손  빠른  이  집  안주인이

음식을  하나  하나  만들어  내어  놓습니다.

이  집   정원에서  캔  돛나물과  민들레  무침과  노릇노릇  구워  낸  녹두  빈대떡

그리고  직접  갈아  만든  도토리  묵에  총각김치와  방금  무쳐낸  겉절이  등에

젓가락이  부지런히  움직입니다.


아름다운  정원에

맛깔스러운  웰빙  음식으로 

눈과  입이  호사한  하루입니다

먹고  난  후엔  자연스레  부부가  키타를  치며  노래를  합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함께  노래를  했으면  화음이  이리도  척척  맞을까요?

드디어

희순  선배님의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유정희  선생님이  노래를  합니다.

여전히  높고  아름다운  목소리는  세월이  지나도  변치않는  모양입니다.

괜시리  울컥하며  눈물이  쏟아집니다.


커피는  교수님이  만든  예쁜  정원에서  마십 니다.

댕강나무  꽃이  피면  이  정원은  향내로  진동한다고요.

댕강나무  꽃잎을  따서  코끝에  대  보니

옛날  엄마들이  즐겨  바르던  미제  코티분  향내가  싸아합니다.


실상은  김계순  선배님이 

유정희  선생님  강순옥  선생님  그리고  고3때  담임이었던  최광만  선생님을  보고싶다  해서

함께  동행을  했습니다.

최광만  선생님은  안  계시니  도리가  없고

유정희  선생님과  강순옥  선생님도  만난지  10여년이  지났다니

이번  만남이  얼마나  설레고  잠  못  이루고  만난  모임인지요.

강순옥  선생님께서는  10년  전보다  다리가  좋아지셔서

혼자서  거뜬이  생활을  하시니

그  피나는  노력에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의지의  한국인  강순옥  선생님을  어찌  존경하지  않울  수가요.

우리는  지금  나이가  있어  힘들어  하는데

87세의  선생님의  건강이  점점  좋아지고  있으니  믿기지가  않습니다.

두  분이  만나서  아이들  처럼  좋아하시니

이  보다  더  좋은  선물이  어디에  있을까요?


유정희  선생님은  31세에  혼자가  되서  슬픔속에서  헤어나지  못  하고  있을  때

강순옥   선생님이  야단을  쳐서

이대  대학원에  들어가게  된  이야기를  합니다.

대학원  입시를  보는데  수학은  왜  그리도  어렵던지

가르쳐  주던  강순옥  선생님이  "이것도  모른다고?"하며  어이없어  하던  시절을  이야기  합니다.

도도하던  음악  선생님을  혼내는  강순옥  선생님이  눈에  선합니다.

아하!

우리  학생들만  못  한다고  혼난  것이  아니더라고요.

정말,  옛날  여고시절  화학을  못  해  무섭기만  하던  강순옥  선생님도 

이제는  옆집  아줌마같이  푸근하기만  합니다.

설마  내가  화학을  못  해  맨날  야단맞던  학생임을  지금은  잊으셨겠지  라는  엉뚱한  배짱도

한  켠에는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요?

몇년  만에  뵙는  선생님은

여전히  나에게  "도씨야!  넌  아직도  학생같다"  라며

그동안  찾아  뵙지  못  해  죄송하고 

부끄러운  마음을  한번에  날라가게  해  주십 니다.

내  이름이  어렵다며  "도씨야!"라고  부르시던  선생님은

아직도  제자들  걱정으로  기도를  하신다고요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들  처럼  행복한  학생들이  있을까요?

실력이  짱짱한  선생님들이  우리  곁에  계셔서  우리의  지금이  있는  것이니까요. 

선생님!

감사드립니다.

이제야  나이  들어  선생님들의  그  큰  은혜에  엎드려  절합니다.

건강하십시오